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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DY

딴지일보 뽕빨이너뷰 2/5

파토: SNS 활동도 몇 년 동안 굉장히 활발하지 않으셨습니까?

 

정: 네.

 

파토: 트위터에서는 일찍 활동을 시작하셨고.

 

정: 정치인 중에는 굉장히 빨리 2009년 6월인가 시작했으니까 딱 3년 됐네요. 3년 전에 트위터를 시작했으니까, 뭐 고참인 셈인데. (웃음)

 

파토: 그때 아까 잠깐 말씀하신 한지수 사건 때 저랑도 트위터로 말씀 나누시고.

 

정: 네.

 

파토: 그때가 정 의원님조차도 팔로워가 3~4천 명 밖에 안 되던 시절이니까 굉장히 초기인데.

 

정: 그렇죠. 2~3천 명. 고재열 기자, 독설하고 4천 명 팔로워 먼저 되면 사천탕면 사주기로 하자, 그랬는데.

 

파토: 기억납니다. 꼽사리껴서 얻어먹으려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웃음)

 

정: (웃음) 처음엔 제가 앞서가다 나중에 뒤집혔어요.

 

파토: 그럼 트윗을 직접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주변에 보좌관이나 이런 사람 통해서?

 

정: 직접하지요. 그리고 직접하지 않으면 금방 냄새가 납니다.

 

파토: 예, 그렇죠.

 

정: 다른 사람 하는 거 봐도, 아 이건 팀에서 하는 거구나, 금방 알 수 있죠.

 

파토: 그렇게 보이는 정치인도 사실 많이 있고, 뒤늦게 뛰어들어서.

 

정: 이걸 재미를 느끼고 여기서 뭔가 얻는 게 있어야 직접 하게 되는데, 제 경우를 보면 저한테는 맞는 것 같아요. 특히 젊은 세대와 실시간으로 호흡할 수 있고, 또 젊은이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기존 매체 신문이나 라디오보다 훨씬 빨리 중요한 뉴스를 접할 수 있고 하는 장점들이 많습니다.

 

파토: 말씀하시니까 말인데, 한 1,2주일 전에 디아블로 트윗 때문에 정계 은퇴론도 나오고 뉴스에까지 실리고 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디아블로 얘기를 하신 건지?

 

정: 저는 갤러그 세대에요. (웃음)

 

파토: 아니 제가 갤러그 세대인데요. (웃음) 무슨 말씀을 지금.

 

정: 스타크래프트는 옆으로 얼핏 봐서 아는데, 디아블로가 그렇게 난리더라고요. 그래서 디아블로 3가 뭔가 알려면 해볼까 했더니 트위터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더군요. 정계 은퇴하게 된다고.

 

파토: 중독성 때문에. 실제로 해볼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정: 아니, 궁금해서, 재미로. 재미도 있다고 하니까.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죠.

 

파토: 나중에 은퇴하시고 하셔도 충분하지 않을까. (웃음) 폐인들이 많이 되더라고요. 옆에서 보니까.

 

정: 폐인이 되면 그건 문젠데요.

 

파토: 자기 생활이 없어지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아마 걱정들 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파토: 그런데, 경선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여당후보를 본선에서 다시 상대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본선 경쟁력에 대한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는데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 본선에 간다는 것은 경선을 거치고 야권후보 단일화를 거치는 역동적인 과정이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누가 되더라도 경쟁력은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대통령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민주정부 십 년 동안 새로운 세상을 기대했지만 못 미친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것은 저는 팀으로 집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토: 팀으로 집권.

 

정: 팀으로 집권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을 넘으려면, 저는 팀의 경쟁력으로 넘어야 한다고 봅니다.

 

파토: 팀이라고 말씀하는 것은, 본인이, 후보가 정점이 되어서 정권을 교체를 하고, 교체된 정권 속에서 팀을 만들어 통합적인 책임을 지는, 이런 모습을 얘기하는 건가요.

 

정: 링컨이 대통령이 되어서 꾸린 내각을 '팀 오브 라이벌'이라고 불렀어요. 라이벌 팀, 자기랑 경쟁했던 사람을 몽땅 내각에 다 불러서 팀을 꾸렸습니다. 그러니까 야권이 경선에 참여한 사람들, 경선에 나올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그래도 내각의 한 부서 정도는 맡을 수 있는 역량을 다 갖고 있는, 그런 경험과 연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걸 라이벌로 볼 게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봐서, 예를 들어서, 라이벌들과 함께 그림자 내각을 구성해서 우리 사회를 이렇게 바꿔가겠습니다,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저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토: 문재인 후보나 김두관 후보는 영남 출신의 야권후보다, 이런 점에서 본선에서 현실적으로 이점을 갖고 있지 않냐는 말이 있습니다. 한편 정 의원님은 호남 출신이지만, 호남 주류의 어드밴티지를 얻고 계신 것도 아닌 것 같고,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정: 호남 출신이라고 해서 피선거권이 박탈된 건 아니죠. (웃음)

 

파토: (웃음)

 

정: 그리고 호남만으로 집권할 수 없는 건 맞지만, 호남 없이 집권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저는 이번 2012년 선거가 과거의 구도를 좀 넘었으면 좋겠어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고로부터 가치 중심의 전환,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지역연합도 될 수 있는 것이지요. 현재 나와 있는 후보들이 영남지역 출신 후보들이 야권에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가치의 연합, 또 지역의 연합, 이런 형태가 될 수 있겠지요.

 

파토: 결국은 어쩌면 정 의원이 후보가 됨으로 해서, 그런 부분들이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분들과 팀을 이뤄서 자연스럽게 호남과 영남을 어울러서 갈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정: 링컨이 선거 때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라이벌을 국무장관, 제 2인자에 임명하지요. 전국민이 깜짝 놀라지요. 그리고 다른 반대자들도 다 내각에 포용합니다. 결국 나중에 가서는 최강의 내각이 됐지요. 가장 충직한 부하가 됩니다, 링컨 대통령의. (웃음) 내부의 적을 동지로 만들어내는 위대한 리더쉽이 거기서 발현된 것이지요. 지금 우리가 링컨의 리더쉽을 배울 필요가 있지 않느냐, 민주당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

 

파토: 어떻게 보면 원대한 말씀이지만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부분도 있지 않겠습니까?

 

정: 저한테 기회를 준다면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파토: (웃음)

 

정: 사실 민주당의 후보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 자원이거든요. 다 보물 아닙니까?

 

파토: 그렇지요.

 

정: 그분들의 에너지를 쓰는 거지요. 새로운 국가 운영 원리의 전환, 그래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것, 그것이 바로 유능한 민주세력, 유능한 민주진보 정부의 핵심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파토: 자연스럽게 지역적인 부분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그림이기도 하고요.

 

정: 그렇죠. 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건데, 그 후보가 되려고 하는 정도의 인물을 길러내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투자가 있었습니까? 그분들이 다 한 팀이 된다고 하면 분명히 유능한 정부가 될 수 있습니다.

 

 

파토: 좀 예민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고 하는 반감이, 특히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후에도 그렇고 많이 남아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 전후 상황에 대해서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정: 두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하나는 노대통령이 저에 대해서 섭섭해 하신 건 맞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 인간적으로 죄송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사실관계인데요, 노대통령과 저 사이에 결정적인… 뭐라고 할까요, 결별이라고 할까요, 그 부분은 어떤 거였냐면, 열린우리당 사수론이었습니다. 저는 대선을 해보려면 구 민주당과 합치는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합치는 걸로 갔죠. 거기에 대해서 못내 섭섭해 하셨어요. 저는 이건 정치적 판단, 정치적 소신의 차이이지, 인간적 섭섭함 이런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파토: 당시에 김근태 의원도 입장이 좀 비슷하지 않았나요?

 

정: 뜻을 같이 했지요. 김근태 선배, 인간적으로는. 동지로서는 김근태 의장과 뜻을 같이 한 거지요. 결국은. 또 당시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강조하셨어요. 저희들을 불러 놓고.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느냐? 이건 열린우리당 옥쇄론이 아니다. 민주당하고 합쳐라, 하고 강조하셨는데 저는 그것이 맞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께서는 원칙론을 갖고 계셨지요. 정권을 이번에 뺏기더라도 다음에 다시 가져오면 되지 않냐? 열린우리당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셨기 때문에, 그 점에서 많이 섭섭해 하신 거죠. 그게 사실입니다. 사실관계입니다.

 

파토: 이번에 3주기에 추모사를 발표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읽어봤는데, 일단은 뭐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인간적인 여러 감정들이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게 거기에 광복절 이야기가 등장하더라고요. 추모사에 나오는 그런 얘기들은 어떤 맥락이셨는지? [추모사 보러가기]

 

정: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대세론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 맥락에 역사의식이 깔려있었습니다. 한 번도 반칙과 특권을 누린 자들을 눕히지 못한, 그런 아픈 역사의 도전자로서.

 

 

파토: 그렇죠.

 

정: 집권하는 덴 성공했지만 그러나 그 뜻을 다 펴지는 못했습니다. 그 뜻의 출발점을, 이제 광복절이 다가옵니다만, 노예로 살다가 35년만에 해방이 되어서 길거리로 뛰쳐 나온 2천만 조선 백성들이 그 벅찬 가슴 속에 그렸던 새 나라의 모습, 그게 과연 오늘의 이 모습인가, 물론 자랑스러운 성취가 있죠. 민주주의와 경제적인 성취. 그러나 그 속에 빠져 있는, 실패한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다운 세상. 노 대통령의 꿈이었잖아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꿈. 그것이 우리 후배들이 계승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파토: 그런 정동영의 역사의식을 해방, 이런 쪽에서 찾는 거로군요.

 

정: 그렇죠. 우리의 출발은, 공화국의 출발은 해방으로부터 시작하지요. 임시정부가 공화정을 표방한 게 원조이지만, 현실로서 우리가 공화정을 시작하는데. 그러나 아직 공화국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공화국의 핵심은 인간이 인간의 가치를 온전히 누리는 그런 세상이지요. 공화국의 반대말이 왕국 아닙니까?

 

파토: 그렇죠.

 

정: 공화국은 나라의 주인이 우리라는 건데 우리가 지금 행복하지 않거든요. 국가라는 것은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인데, 헌법정신은 공동체 구성원의 행복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거든요. 권리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국가가 그것을 위해서 헌신해야 하는데, 오늘 대한민국 국민은 과연 행복합니까? 그것이 제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