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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박근혜 정부는 북핵문제 구경꾼이 되지 말라

[전북의 창] 박근혜 정부는 북핵문제 구경꾼이 되지 말라

2013.02.21  정동영/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국가 운영의 제1장 1조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 '본인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지키겠다'고 선서한다.

나는 대북정책에서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5년간 북핵문제에서 완전히 구경꾼이었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진심으로 박근혜 정부가 잘해줬으면 좋겠다.

그 첫걸음은 한국이 구경꾼이 되지 않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과 북이다.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한다.

1993년 1차 핵위기 이래 20년의 뿌리를 가진 북핵 역사 가운데 딱 한번 북이 핵포기를 결단한 적이 있다. 2005년 일이다.

나는 2005년 6.15에 대북특사로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5시간 회담했다. 그때 나는 김위원장에게 끈질기게 6자회담 복귀와 핵포기를 설득했고 김위원장은 '통 크게'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자며, 큰 틀에서 내 설득에 동의했다.

상호간 '통 큰' 조처로 남은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했고, 북한은 8.15에 서울을 방문한 고위 대표단이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6자회담에 복귀한 북은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 핵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북이 원하던 것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북미관계의 정상화와 평화체제가 그것이었다.

북핵포기와 북미수교를 맞바꾼 2005.9.19 베이징 선언은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임을 증명한 사례였다. 당시 한국 외교는 평양과 소통하고 워싱턴과 공조하며 베이징과 협력하면서 주도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9.19 합의는 바로 다음날 북한의 위폐범죄 조사를 전격적으로 들고나온 미국내 강경파 네오콘에 의해 뒤집혀 버렸다. 9.19가 뒤집힌 배경에 대해 미국측 협상 대표 였던 힐 미국무성 차관보는 당시 미국에는 온건파와 강경파 두 개의 정부가 있었다고 얼마전 나에게 말해 주었다.

이번 3차 핵실험으로 상당 기간 북한에 대한 제재와 긴장이 조성될 것이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가면 대화 국면으로 다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대북 무시정책을 펴 왔으나 더이상 북핵 문제를 방치할 수 없게 되었다. 오바마 2기 외교안보 사령탑이 된 케리 국무장관과 헤이글 국방장관 두 사람 다 협상을 중시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1기와는 접근방법이 다를 전망이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정책은 해석이 아니라 해결'하는 것이다. 어떻게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을 끊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2006년 가을 1차 핵실험 직후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중수교의 문을 열었던 외교의 대가 키신저 박사가 내게 들려준 이야기 한토막이 기억난다.

그는 말했다. "북한은 작고 약한 나라다. 인구도 적고 경제도 세계 최빈국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같은 나라는 얼마나 크고 강한 나라들인가. 이런 나라들이 외교를 통해 북핵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외교란 과연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올해로 한국전쟁이 끝난 지 꼭 60년이다. 1953.7.27은 휴전협정이 체결된 날이다.

휴전은 우리 국민에게 좋은 일이었고 내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 날은 내가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전상태가 60년이나 계속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도 군대에 갔을 때도 휴전체제였다. 기자를 할 때도 정치인이 됐을 때도 내 아들들이 자라서 군대에 갔을 때도 여전히 한반도는 휴전체제다.

이제 휴전상태를 끝내고 종전선언으로 가야한다. 종전선언을 넘어 당사국간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평화체제로 가야 한다. 이것이 북핵 문제의 해법이다.

역사는 인간이 만든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해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중국 4개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한국의 창조적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북한핵은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한반도 냉전의 산물이다.냉전체제의 청산이 북핵문제 해결의 열쇠다. 북한핵의 해법은 이 구조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결국 철학이 문제다. 한반도 탈냉전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해법의 시작이자 종결점이라고 믿는다. 박근혜정부는 이를 잊지 말기를 바란다. /민주통합당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