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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前 통일부장관 "방북 허가만 되면 김정은 만나 설득하겠다"

 

 

4/8(월) 정동영 前 통일부장관 "방북 허가만 되면 김정은 만나 설득하겠다"

 

- 홍수 난 강변에 옥동자 앉힌 심정
- 개성공단 닫히면 민족미래 닫힌다
- 미국에 빌클린턴 등 특사 촉구해야
- 치명적 위기에 구경꾼 역할 무책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동영 前 통일부장관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다. 빨리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 대북특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밖에 안 된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데요. 이분은 어떤 입장일까요? 개성공단의 추진부터 완성까지를 우리가 영화로 만든다면 아마 이분이 주인공쯤 될 것 같습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연결을 해 보죠.

◇ 김현정> 개성공단을 기획하고 완성한 분으로서, 지금의 개성공단 상황을 바라보는 심경이 어떠십니까?

정동영> 참 아슬아슬하네요. ‘옥동자 갓난아기를 홍수진 강물 옆에 내던져둔 격이로구나.’라고 할까요? 그런 심정입니다.

◇ 김현정> 홍수 난 곳 옆에다가 아이를 갖다 놓은 기분.

정동영> 개성공단 닫힌다고 가정해 보면 아마도 주식시장이나 금융시장 급변동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도 방법,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씀은 지금 좀 위기감을 느끼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사실은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이다. 오늘, 내일 중으로 개방 안 되면 전면 중단까지 갈 것이다, 이런 예상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세요?

정동영> 그렇죠. 말씀처럼 이번 주가 중대고비죠. 하지만 우리가 대처하기에 달렸다고 봅니다. 개성공단이 남북화해의 열매고, 상징이라는 사실. 또 남과 북이 함께 미래로 가는 확실한 출구라는 점에서 닫히면 미래가 닫힌다. 이런 인식을 서로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으로 봐서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의 유업이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생각되네요.

◇ 김현정> 요즘 이런 얘기도 많이 들으시죠. 일부에서는 이럴 줄 모르고 개성공단 만들었느냐? 언젠가 이걸 볼모 삼아서 우리를 협박할 수도 있는데 이럴 줄 모르고 북한의 요구에 응했느냐?

정동영> 네. 사실 개성공단에 제가 속도를 냈을 때 그때 참여정부 때인데 당시 노 대통령께서도 그러한 걱정을 하셨어요. 좀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아직 남북관계가 공고하지 않은데 만일의 경우가 닥치면 어쩔 작정이냐, 이러면서 걱정을 몇 차례 했습니다.

◇ 김현정>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걱정하셨어요?

정동영> 네. 그때 제가 확신을 갖고 말씀드린 것은 개성공단이 시범공단 수준으로 조그마한 작은 상태면 바람이 불면 이건 날아갑니다. 그러나 우리가 햇볕이 있을 때 건초를 말리라는 속담처럼 지금 기회가 있을 때 이걸 최대한 키워놓아야 바람이 불어도 이게 바위덩어리만큼이나 커지거나 또 집채덩이만큼 크게 되면 오히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이것을 남북 화해를 유지하는데, 평화를 유지하는데 지렛대로 쓸 수 있다, 이런 고집을 부렸었는데요. 안타까운 것은 지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은 사실 방치 상태에 있었거든요. 좀 더 키울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놓쳤다는 것이 안타깝죠.

◇ 김현정> 오히려 더 키워놨으면 지금 같은 어려운 상황에 그것이 푸는 열쇠가 될 수도 있었다고 보시는 거예요?

정동영> 그렇죠.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죠. 개성공단이 1개, 2개, 3개 이렇게 발전해 갔다면.

◇ 김현정> 대치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최대 피해자는 우리가 되는 건데, 그래서 어떻게든지 대화의 물꼬 터야 되지 않겠느냐? 해서 나오는 것이 대북특사 얘기입니다. 공감하세요?

정동영> 네. 개성공단은 총으로는 못 지키죠. 대화로만 지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까 말씀처럼 형식이나 방법에 구애받지 말고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사 논의는 그 현실성은 제쳐두더라도 긴장완화의 효과가 있다, 이렇게 봅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특사를 원할 겁니다. B-52 핵폭격기, B-2 스텔스기, 또 F-22 첨단전투기, 핵잠수함 이런 미국의 군사력 시위에 두려움도 있을 것이고요.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의 특사파견을 촉구할 필요도 있고, 또 미국, 중국, 대북한 이 세 방향으로 전면적인 외교전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 김현정> 현실성은 지금 제쳐두더라도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현실성까지 따진다면 우리의 외교, 그러니까 남한 측 인사가 아니라 반기문 UN총장이라든지 이런 분들이 국제적인 상징성을 가진 분들이 가는 방법, 이런 방법도 가능할 수 있을까요?

정동영> 반기문 총장께서 중국 외교부장하고 대화를 한다든지 또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다든지 하는 것들은 다 긍정적인 움직임이고 또 특히 미국이 ICBM 대륙간 탄도탄 시험발사를 연기한 것, 이런 것들이 유화적인 그런 메시지로 읽히겠죠.

◇ 김현정> 특사로 아예 반기문 총장이 가실 수는 없나요?

정동영> UN사무총장이 특정 국가의 특사가 될 수는 없을 것이고, UN사무총장 자격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혹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라든지 이런 미국인들, 원로 미국인,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분, 이런 분들이 가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정동영> 아마 미국 인사 중에는 2009년도에 4년 전에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회담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적임이 아닐까,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아버지와 대화를 했던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아마 우선순위가 높다고 봐야 되겠죠.

◇ 김현정> 하지만 새누리당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특사 파견하면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우리가 굴복하는 거 아니냐? 즉, 무려시위하면 결국에는 우리들 말 들어 주는구나. 라고 북한이 오해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 이런 전례를 또 남기는 거 아니냐,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동영> 대화를 보상으로 간주하는 그런 자세는 과거에 조지 부시 대통령 때 입장이었습니다. 사실 싸우지 않고 평화를 얻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이기는 거죠. 예를 들어서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 대통령이, 군부장성들은 당시 군사적 대응, 선제공격, 이런 걸 주장했습니다만 이 말을 듣지 않고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한 것을 보더라도 지금은 최대한 시간을 벌고 대화를 시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케네디의 지도력은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 김현정> 그런데 청와대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사실 구체적인 언급도 있었습니다. 뭐냐 하면 ‘미국의 특사, 또는 중국과 러시아의 중재, 한국의 대화 제의. 이런 것을 유도해서 상황반전을 꾀하려고 하는 게 북한의 의도다. 따라서 지금 북한에다 대화를 청하면 그것은 섣부른 대화시도가 될 거다.’ 즉, 북한이 대화를 우리에게 청해오기 전에는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할 거다, 이런 의도도 읽히는데 이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정동영> 두 가지 문제가 있네요. 하나는 목적이 뭐냐는 건데요. 목적이 평화입니다. 국가의 안전이죠. 그것을 위해서 대화는 가장 강력한 외교수단이라는 거고요. 그 다음에 이 사태의 주인이 누구냐 하는 건데요.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는 것과 관련해서 주변국가들 중에 손해 보는 나라는 어디도 없습니다. 국익에 관계가 없거든요. 다만 우리 한국만 치명적인 위기에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팔짱끼고 구경꾼 역할을 한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합니다. 그러려고 정권을 가지려고 했는지 하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죠.

◇ 김현정> 지금은 우리가 팔짱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씀?

정동영> 그렇죠. 지금 말하자면 군사주의적 대응 이외에 도발하면 응징한다. 이런 얘기 이외에 어떤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개성공단을 지키기 위한 어떤 긍정적, 적극적 조치와 행동이 지금 없는 상태라고 보이네요.

◇ 김현정> 그런데 긍정적,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에는 북한이 팔짱을 끼고 있으니까 이렇게밖에 우리가 할 수 없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세요. 옆에 가서 팔짱을 살살 만지면서 그것을 어루만져서 풀게 하기는 또 어렵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들.

정동영> 우리가 확고한 몇 가지 원칙을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죠.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용납될 수 없다는 전쟁불가 대원칙이죠. 그다음에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 그건 용납할 수 없다는 비핵화의 확고한 원칙을, 그리고 또 하나는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 하는 이런 원칙을 가지고 접근을 하면 대북신뢰프로세스라는 것도 그런 원칙 바탕 위에서 출발을 해야 되겠죠.

◇ 김현정>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신뢰프로세스. 만약 특사 성사가 된다면 특사를 하자, 이런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면 아까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말씀을 하긴 하셨습니다만 정동영 전 장관이 직접 가시는 건 어떠세요? 개성공단을 추진했던 분, 만들었던 분으로서?

정동영> 저는 개인 자격으로 방북을 희망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막지만 않는다면 북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나눴던 그런 대화들을 바탕으로 소통을 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특사 자격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 맡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요.

◇ 김현정> 최측근. 누구 염두에 두고 계신 분이 있습니까?

정동영> 구체적으로 사람은 말씀드릴 수 없겠습니다만. 박 대통령이 믿는 사람이어야 되겠죠.

◇ 김현정> 지금 개인 자격으로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하셨는데 만약 개인 자격으로 가실 수 있다면, 가서 무슨 말 전하고 싶으세요?

정동영> 그러니까 2005년 6월 17일 김정일 위원장과 5시간 만났습니다. 그 당시에 핵무기 얘기도 나눴고 6자회담 복귀 얘기도 나눴습니다. 또 한반도 불안정의 근본원인인 북-미간의 적대관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와 관련해서 남과 북이 협력해서 한반도의 운명을 풀어갈 수밖에 없다는 데 의견을 합치했고.

어쨌든 그 결과로 6자회담 복귀와 그리고 북한이 최초로 핵무기를 포기하겠다. 하는 선언을 국제사회에 9월에 6자회담에서 내놓은 적이 있거든요. 어쨌든 지난 북핵 위기 20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한국 외교가 작동해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서 북의 핵 포기를 선언했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개성공단 문제, 또 현재 긴장상황을 풀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당신의 아버지가 나와 이런 이야기 나눴다. 똑바로 전하면서 설득을 할 수 있는 이런 계기도 될 수 있겠네요. 직접 한번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 정말? 개인 자격으로.

정동영> 작년에도 제가 방북 신청을 정부에 했습니다만 이명박 정부가 막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그런 폐쇄적인 정책에서 좀 열어야 한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럼 신청 한번 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정동영> 만일 막지 않는다면 저도 방북 절차를 밟아보고 싶습니다.

◇ 김현정> 지금 청와대가 발표하기를 10일 전후해서, 그러니까 내일 모레 전후해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공식발표를 했습니다.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정동영> 북의 행동 스케줄 예측이 무슨 실익이 있겠습니까? 수동적 대응은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행동을 해서 북이 따라오도록 만들어야 하지 북한의 위협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바꿔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