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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 "박 대통령 정상회담 언급은 진일보한 발언…

 

"박 대통령 정상회담 언급은 진일보한 발언…

'회담 위한 회담'과 '일시적 이벤트' 표현은 형용모순"

 

2013.11.04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 파워 인터뷰

 

앵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새 정부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을 내놓았습니다만, 아직은 아무 성과가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하는 한편 비핵화에 대한 어떤 진전도 보이지 않아, 사실상 남북관계는 꽉 막혀 있습니다. 최근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서 변화가 기대됐지만 북한이 이산가족상봉 행사마저 무산시키면서 남북관계는 아직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박대통령이 유럽순방 직전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때마침 북한도 대남 비방을 자제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 남북간에 무언가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겁니다. 노무현 정부 통일부장관을 지낸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 연결해서 의견 듣겠습니다.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 고문님, 안녕하세요?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하 정동영):
예. 안녕하세요? 전원책 변호사님.

앵커:
예. 오랜만입니다. 건강 조심하십시오. 요즘 감기가 심한 것 같습니다. 우선 정 고문님 거취부터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장외에 너무 오래 계신 것 같아서요, 언제 어디로 롤백하실 겁니까?

정동영:
정치인에게는 국민이 있는 곳이 당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우문현답이군요. 그런데 최근 민주당이 친노 비노간 화학적 융합은 아직 없다, 이것이 중론입니다. 그래서 정 고문이나 손학규 고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정동영:
네. 어쨌든 야당이 강해야 민주주의가 건강한 거니까요. 민주당이 어쨌든 하나가 돼서 대안정당이 될 수 있도록 저도 뭐든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앵커:
끝내 속내를 드러내놓으시지 않으시는데 가까운 시간 안에 좀 롤백해서 장내에서 좀 목소리를 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정동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앵커: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 전 프랑스의 일간 르피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진일보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관계 특성 상 최고 지도자 간의 소통, 이것이 남북관계를 사실 상 실질적으로 규율합니다. 지난 5년 전을 생각해보면 이명박 정부 때는 정상회담 자체가 없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남북관계가 없었던 거죠. 북한은 체제의 특성 상 모든 정책결정권한이 한 사람, 최고 지도자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정상 간의 소통은 그만큼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는 거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북 정상회담 문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 언급과 시선을 갖고 있었던 정부가, 또 박근혜 대통령이 어쨌든 만날 수 있다고 한 것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박 대통령이 변화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지난 5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는 ‘지금 정상회담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이렇게 답변한 적이 있고 그 직후에 CBS 인터뷰에서도 그 비슷한 취지의 말씀을 했는데요. 그렇다면 이 정부가 대북기조가 변화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까요?

정동영:
그건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만 금방 말씀하신 대로 지금 정상회담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말과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두가지는 분명히 같은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6개월 전의 이야기와 지금의 얘기가 다른데요. 또 6개월 전의 한반도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주변 국가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고 어쨌든 남북관계 변화 없이 주변국들의 움직임만으로 한반도 상황이 평화적으로 관리되기는 어렵습니다. 어쨌든 한반도의 평화시계는 거꾸로 돌아가 있는 거거든요. 5년 동안 계속 후퇴했었는데 이 시계를 시계의 흐름에 맞게 앞으로 돌려놓으려면 남북관계를 정상화, 지금 상황은 비정상입니다. 70년대나 80년대같으면 몰라도 지금이 2013년인데 이런 식으로 대결과 적대가 계속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고 특히 한국 지도자로서는 여기에 역사적 책무감이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예. 그런데 손뼉을 치던 주먹질을 하든 서로 손을 내야만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북한의 태도인데요.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 들어와서 좀 유화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떻습니까?

정동영:
북한의 목표는 항상 변함이 없습니다. 첫째는 생존이죠. 두 번째는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김정은 시대에 와서도 2가지 목표를 내세우지 않았습니까? 인민의 허리띠를 더 이상 졸라매게 하지 않겠다, 하는 약속과 그 다음에 핵무력 증강을 통한 체제의 안전, 이 두가지 목표를 병행하고 있는 건데요. 이 두가지는 충돌합니다. 그런데 충돌한다고 해서 이것을 관여하지 않으면, 개입하지 않으면 북은 북대로 가버리는 거죠. 이것을 남이 우리 한국의 지도자가 우리 정부가 역할을 해서 핵은 핵대로 6자회담, 그래서 10년 역사를 갖고 있는데요, 5년동안 멈춰있었죠. 6자 회담을 가동시키는 것, 그리고 북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우리는 북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은 북의 2가지 목표 가운데 하나에 대해서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한 것이고, 두번째 핵문제. 이것은 본질적으로는 북미간의 적대 관계가 핵심이라는 말이죠. 그래서 북미 간에 본격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앵커:
네. 정 의원님하고 생각이 다른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인 것 같습니다. 핵문제는 북미간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건데요. 어쨌든 다 좋습니다. 박 대통령이 지금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면서도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이라든가, 일시적 이벤트는 지양한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제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까 역설적으로 보면 최근 남북 간에 무엇인가 물밑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지금 이 정부의 스타일로 봐서는 물밑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는 생각이 잘 안 됩니다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일시적 이벤트는 안 한다,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한다는 말이 모순이라는 말이죠. 형용 모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상회담 자체가 최대의 이벤트인 거죠, 그 자체가..그 다음에 지금 남북관계 지난 5년을, 이명박 정부의 5년을 되돌이켜보면 6자 회담이 중단되고 5년 동안 핵실험과 로켓발사가 여러 차례 있었고 그리고 UN제제 결의가 4차례나 있었고, 연평도, 천안함 사태, 또 금강산 중단, 그래서 적대와 증오가 더 깊어졌다는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거론되고 실현된다면 지난 5년과는 다른 궤도로 가겠다는 거거든요, 다른 국면을 만들겠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그 의미가 정상회담 그 자체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단순히 회담을 위한 회담, 또는 일시적 이벤트로 표현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되네요.

앵커:
예. 6자회담에 관해서 의견을 듣겠습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전된 조치가 없으면 6자회담 등의 대화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일관된 방침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 우다웨이가 평양과 미국을 바쁘게 다니면서 얼마 전 미국에 가서 글린 데이비스 미국대표와 만난 뒤 ‘6자회담 경로가 만들고 있다. 자신 있다’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결국 6자회담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보이는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동영:
저는 6자 회담은 간다고 봅니다. 왜냐면 중국이 움직이는 것도 있지만 핵심적으로 미국이 지난 6년이죠, 이제..무시방치 정책, 포장은 전략적 인내라고 말했습니다만 지난 6년동안 북한 핵 문제는 더 악화된 것이거든요. 그런데 오바마 정부로서는 이란 문제는 대화와 협상이 가동되고 있잖아요? 북한 문제를 이렇게 계속 무시방치하는 상태로 나머지 임기 3년을 갈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인가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 또 중국은 북한을 3가지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첫째는 핵은 안 된다는 것이 1번이고, 두 번째는 강압적인 방식, 절대로 전쟁같은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고 세 번째는 북한의 붕괴를 용납할 수 없다, 혼란을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전략적 이익이다,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상대다, 이런 기본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죠. 한국이 과연 구경꾼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과거 6자 회담 10년 역사에서 딱 한번 성과를 도출 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2005년, 9월 19일 북한으로 하여금 핵포기 선언을 전세계를 향해서 하도록 한 것, 제가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 여기에 대한 주무부 입장이었습니다만 우리 정부가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나오면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과거 지난 5년동안은 구경꾼 입장에 머물렀다는 말이죠. 그래서 이 핵문제를 남북관계와 같이 병행해서 풀어가는 입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난 5년동안은 남북관계를 핵문제에 걸고 또 핵문제를 남북관계에 걸고, 이렇게 해서 연계를 하다가 보니까 둘 다 한발짝도 못 나간 거죠. 남북관계 시계도 뒤로 돌아가 버렸고 핵 문제는 악화돼 버렸고, 결국 정권은 뭘로 심판 받느냐, 문제해결 능력으로 심판받는 겁니다. 그런데 지난 5년 동안을 반성, 거울로 삼아서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한반도의 평화, 두가지 문제죠. 핵문제를 어디까지 해결해 나갈 수 있겠는가, 남북관계를 어디까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해결 능력으로 평가받게 된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남북관계 및 정국 현안에 관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인터뷰를 듣고 계십니다. 여러분의 의견도 모바일 앱 예스와 # 0945 50원의 유료 메시지로 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조금만 짧은 답변을 제가 구하겠습니다.

정동영:
그러겠습니다.

앵커:
지금 6자회담 수석대표가 6일 워싱턴에서 만난다고 하는데요. 아까 정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바처럼 핵문제 해결과 상관없이 6자회담 논의가 되고 있느냐는 궁금증이 일고 있는데 만약에 이 5 나라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어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도 6자회담에 합의를 한다면 우리가 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동영:
말씀을 뒤집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앞장서지 않으면 6자회담은 가동될 수 없습니다. 5자가 합의하고 한국이 뒤따라가는 형국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전 변호사께서 저하고 입장이 다르다고 하는 것이 이것이 누구의 문제라고 하는 점인데요. 북미관계, 북미 적대관계가 본질이지만 그러나 이것은 분명하게 우리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앞장서지 않으면 6자는 가동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네. 우리 보수층에서는 북한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6자회담은 지금까지 별 다른 성과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해서 크게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정동영: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렇게 심한 표현을 쓰는 것은 북한에게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고 해서 대화를 외면한 시간, 지난 5년동안에 북은 핵 능력을 고도화해버렸습니다. 그러나 대화가 협상이 진행되는 시간의 핵 시간은 멈췄습니다. 그것이 역사적 경험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길을 가야할지는 자명한 거죠.

앵커:
예. 지금 개성공단이 재가동된 지 두 달이 지났는데요, 이번에 외통위 의원 21명이 국감기간 안에 개성공단을 시찰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3통문제도 나왔고 5.24조치 문제도 역시 나왔습니다. 문제는 개성공단 국제화를 위해서는 이 3통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5·24 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들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동영:
지금 5.24 조치가 유지되는 한 개성공단은 현상유지밖에는 안 됩니다.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요. 그런데 참고로 말씀을 드리면 전 변호사님도 지금 개성공단 크기, 사이즈가 얼마나 되는 걸로 알고 계세요?

앵커:
제가 잘 모릅니다. 가보지 않아서요.

정동영:
1평방킬로미터가 돌아가는 건데요. 개성공단이 원래 계획 된 것은 64평방킬로미터입니다. 면적 대비로 64분의 1이 돌아가고 있는데 그리고 현재 가로등도 켜져 있고 포장돼 있고 구회정리가 돼 있고 용수처리까지 다 돼있는 면적이 3.3평방킬로미터, 100만평이 우리 예산으로 세금으로 다 조성이 돼 있어요, 인프라가..그런데 그 중에 30만평만 돌아가고 있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이것을 이미 조성된 부지에서라도 공단을 돌리려면 여기에 들어가고자 하는 중소기업은 줄을 섰습니다. 그러려면 5.24 조치에 대한 재검토, 내지는 불가피한 거죠. 그런 차원에서 통일부 장관도 5.24 문제를 최근에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앵커:
네. 이번에 홍영표 의원이 쓴 책의 내용이 정치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가 후보 단일화 조건으로 공동신당을 추진할 때 전권을 달라, 또 안철수를 미래의 대통령으로 말해 달라, 이렇게 요구를 했다는데 이런 뒷얘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동영:
뭐 지나간 얘기인데요. 지금은 민주당 입장에서 또 국민 입장에서 국정원 사태를 핵으로 한 산적한 문제들이 있는데 여기에 대한 시선을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한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예. 끝으로 질문 하나 더 드릴게요. 지금 이번 재보선에서 예상보다 민주당이 큰 차이로 패배를 했는데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동영:
보선 패배는 사실 뻔한 결과, 예측했던 대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하나 짚고 싶은 것은 물론 민주당이 표를 많이 못 얻은 것에 대해서 겸손하게 반성을 할 대목이 있습니다만 그러나 이 건서의 결과는 우리 선거,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얘기한다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그러니까 무조건 이기기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고 예를 들면 당을 이리 저리 옮겨 다니거나 또는 부정비리 혐의로 감옥을 갔다 온 정치인도 다시 부활하고 있는 그런 우리 정치현실, 이런 정치 현실이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가, 여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새정치에 대한 갈망이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예.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동영:
네.

앵커:
지금까지 민주당 상임고문 정동영 전 장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