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y's team/Today's DY Issue

‘통일 대박’ 대통령

 

 

‘통일 대박’ 대통령

2014.01.09.  파이낸셜뉴스  오풍연 논설위원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덕담을 좋아한다. 새해 초에는 서로 격려하면서 그것을 주고받는다. "장수 하십시오" "건강이 최고네" "운수대통 하세요" "대박을 터뜨려야지" 하나같이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는 말들이다. 듣는 사람도 좋다. 그렇게면 된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대인 관계에 있어선 덕담을 많이 건넬수록 사이가 좋아진다. 말에는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야당의 칭찬을 듣지 못했다. 이번에도 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메시지만 전달했을 뿐 소통 의지가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특검과 사회적대타협위원회를 수용하지 않아 심기가 불편한 구석도 있다. 야당 입장에선 얻을 게 없는 회견이었다고 평가한 듯하다. 때문에 정국이 또다시 급랭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박 대통령에 대한 칭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회견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 "지금 국민들 중에는 '통일비용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느냐. 그래서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있겠나'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저는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나도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뒤의 언급을 보면 계산된 발언임에 틀림없었다. 이 같은 발언은 첫날 다른 대형 이슈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야당 중진들이 잇따라 대통령의 통일 발언을 두둔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통일에 대한 꿈과 희망을 피력한 것은 대단히 잘하신 말씀"이라며 "대북 문제에 대해서 이산가족 상봉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신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상임고문도 "논란은 있지만 '통일은 대박'이란 말은 좋은 말"이라며 "이는 '통일은 비용'이라는 등식을 깨는 효과적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00% 공감한다"고 거들었다.

정치는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잘하면 칭찬해 줄 필요가 있다. 꼬투리만 잡아서는 발전도, 상생도 기대할 수 없다. 솔직히 야당 인사가 대통령을 칭찬하면 눈치가 보일 게다. 18대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이런 평가를 하면 어땠을까. 문 의원은 여전히 비판적이고 인색하다. 그에게 통 큰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터. 박근혜 '통일 대박' 대통령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