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지지자 다 떠나는데 중앙당만 몰라"

 

"지지자 다 떠나는데 중앙당만 몰라"

 

2014.11.10  전남일보

 

■ 정동영 상임고문이 전하는 호남 민심

 

세월호 외면 가장 큰 잘못
재보선 패배 뒤 패착 연속
계파청산ㆍ 정체성 회복…

'진보정치' 복원해야 회생

 

 

지난 7일까지 전남ㆍ전북의 모든 시ㆍ군을 순례하며 '경청투어(傾聽 Tour)'를 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난파 직전의 위기 상태인 야당의 길을 묻기 위해서였다.

충격이었다. 단 한 사람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민주당)에 긍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호남이 언제까지나 민주당에 자식 같은 애정을 가질 수 없음을 깨달았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민주당을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조건 찍어주는 것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됐다.

"이대로 간다면 차라리 이정현 같은 인물에 투표하겠다"고 서슴없이 얘기를 한다.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 가지고 정권교체가 가능하겠는가"라는 질책을 넘어서 "이런 야당으로 집권해서 되겠는가"라는 근본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 갖고는 안 된다. 다른 제3의 신당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분출하고 있다.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특정 계파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그 당은 지지할 수 없다. 그 때는 100% 신당으로 가야 된다." 그것이 현재 호남의 다수 여론이고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런 현장의 생생한 느낌을 모르는 곳이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여의도에 있는 당 지도부다. 그렇게 무사태평(無事泰平)하고 평온해 보일 수가 없다. 아직도 당이 결정하면 호남은 당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야권의 지지율 추락과 사상 최악의 침체는 정부 여당이 잘해서가 결코 아니다. 야당 특히 제1야당이 스스로 자멸한 결과이다. 그래서 더 뼈아프고 통탄스럽다.

7ㆍ30 재보선 패배 이후는 또 어떤가. 야당이 패배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교훈을 얻기는커녕,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패착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면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현 문희상 비대위도 잘못 가고 있다.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세월호를 버렸다.둘째, 특정 계파가 당권 장악을 노골화하면서 사실상 사당화가 되어가고 있다. 셋째, 노선과 정체성이 불분명하다.

민주당이 대표해야 할 층은 비정규직 850만 명과 영세자영업자 300만 명 그리고 중소기업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민주당 때문에 그들이 특별히 득을 본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지를 못 받고 있는 것이다. 야당마저 중도와 중간층을 외치면서 새누리당과 가까워지면, 그 속에서 죽어나는 것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다.

'혁신 과제'는 크게 3가지다. △계파 패권과 사당화의 중단ㆍ청산, △당의 주인인 당원에게 주인 자리를 되찾아주는 당원주권 실현, △세월호와 비정규직ㆍ중소기업ㆍ영세자영업자 등 사회경제적 약자를 제대로 대변하고, 이를 위한 보편적 복지-경제민주화-남북평화ㆍ경제협력을 핵심 사명으로 하는 '합리적 진보'로 정체성 확립이다.

특히 정통 야당은 사회ㆍ경제적 약자의 저항을 옹호하고, 민주주의 가치와 평화를 지향하는 호남정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호남은 늘 그 시대의 진보를 선도해 왔다. 동학혁명이 그랬고, 5ㆍ18이 그랬다. 그것이 바로 호남 정신이요 자랑이었다. 야당이 야당다워지고 국민들로부터 정권을 담당할 만하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호남정신'으로 상징되는 '진보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며, 정권교체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