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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과거 정부 과오 반성하고, 서민·사회경제적 약자 확실하게 대변해야"

 

"과거 정부 과오 반성하고, 서민·사회경제적 약자 확실하게 대변해야" 

 

-"새누리당과 차이 없는 '신자유주의 야당'의 길 가선 안돼, 합리적 진보 대중정당으로 가야" 

 

-"홍준표 지사, 왜 정치 하는지 묻고 싶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식 당명 쓰지 않아…"'새정치'라고 부르기 부끄럽다"

 

[경남도민일보 인터뷰] 이시우 기자 2014.11.10

 

지난 9일 오전 10시 30분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61) 상임고문이 창원을 찾았다. 자신이 상임고문으로 있는 (사)대륙으로 가는 길 경남본부 초청강연회 겸 체육대회에 참석하고자 왔다.

정 고문은 단 한 번도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공식 당명을 쓰지 않고 한사코 '민주당'으로 불렀다. 그는 "전혀 새정치를 하지 않는데, 낯 뜨겁게 새정치를 붙이느냐"고 비판했다. 당내 대표적인 진보 지향 정치인이자 대선 참패 뒤 정계 복귀를 하고서 '당내 대표적인 현장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정 고문. 그는 창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재를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시한부 정당'. 그만큼 당의 전면적,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여당과 청와대에 완전히 밀린 상황에다가 무상급식·무상보육이라는 핵폭탄이 터진 상황에서 이것조차 지키지 못하면 당은 해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무상급식 지원 예산 중단 선언으로 이 논쟁의 시발점이자 중심에 선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두고는 "왜 정치를 하는지 근본에서 묻고 싶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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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전 11시 20분 창원 반송초등학교에서 열린 (사)대륙으로 가는 길 초청 강연회 겸 체육대회에 초대된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통일이 필요한 이유를 강의하고 있다. 정 고문은 이 사단법인 상임고문이기도 하다. /이시우 기자



- 지금 경남에서는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이 한참이다. 현 정부와 여당은 무상급식과 무상보육(누리사업)을 대립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손자병법>에 타초경사(打草驚蛇)라는 말이 나온다. 풀을 때려 뱀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땅꾼들이 뱀을 잡는 방법을 이른다. 보통 생각 없이 말해서 일을 그르치는 때 쓰지만 지금 정부와 새누리당이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을 두고 이 말이 꼭 어울린다.

중앙과 지방을 대립시켜 거기에 국민이 지쳤을 때 복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규제완화와 성장론으로 가려고 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정직해야 한다. 공자 말씀에 족식족병 민신지의(足食足兵 民信之矣)라는 말이 있다. 공자께서는 이들 세 개 중 우선 버리려면 족병(군대)를 버리라고 하셨고, 그 다음으로는 족식(경제)을 버리라고 하셨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버리면 안 되는 게 '민신', 즉 백성을 향한 믿음, 신뢰라고 하셨다.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하셨다. 그런데 복지 정책에 관해서는 국민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전시 작전권 문제, 기초 노령 연금 문제도 그렇고. 정말 나라가 위태롭다.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하다고 한 말에 대해 여야 모두 반성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민주당 모두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면 가능하다고 했는데, 안 되지 않느냐. 여야를 떠나서 정치권에서 억지 주장을 한 것이다. 세금 더 걷지 않고 어떻게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냐.

예전 손학규 대표 있을 때 나하고 계속 대립하고 논쟁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나는 사회복지 목적세 도입을 줄곧 주장해왔다. 지금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경제 성장이 안 되니 현재 조세 제도로는 세금이 더 안 걷힌다. 담뱃세, 주민세 인상해봐야 몇 조 원밖에 더 확보하지 못한다. 이 정도로는 무상복지 못한다. 최소 몇십 조 원은 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30대 재벌이 투자도 하지 않고 쌓아놓은 돈(사내 유보금)만 해도 400조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보다 많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 조금 더 내야 한다. 재벌이 쌓아놓은 돈의 10%, 아니 그것보다 조금 적게 내도 된다. 있는 사람이 세금 좀 더 내서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등을 시행해도 저출산, 초고령화를 완화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것조차 하지 않으면 어쩌자는 거냐. 목소리 큰 사람과 기득권 있는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 이게 오히려 재벌도 살리는 길이다.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


-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무상급식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다. 이런 홍준표 경남지사 행보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묻고 싶다. '정치를 왜 하십니까'라고. 정말 왜 하시는지 궁금하다. 정치라는 게 약자의 눈물 닦아주는 것 아닌가? 힘센 자는 눈물 흘릴 일도 없고 충분히 자기 앞가림하고 산다. 하지만 서민과 약자는 그렇지 못하다. 그럼, 도지사 힘으로 진주의료원을 폐지할 게 아니라 공공의료를 더 강화했어야 했다. 승자독식, 자본의 논리, 이윤추구의 논리만이 아닌 약한 자, 서민의 눈물을 닦아줬어야 했다.

 

그리고 저는 홍 지사라면 그렇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사람이 이상해졌다. 개인적으로 홍 지사와는 친구처럼 지냈는데, 한진중공업 김진숙 씨 고공농성 당시 홍 지사가 저를 도와줬다. 홍 지사는 '나는 조선소 노동자의 아들'이라며 신문 인터뷰에 대문짝만 하게 나왔다. 그래서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 지사에게 '당신이 조선소 노동자의 아들 아니오, 내가 나오라면 나오지 않으니까 국회 청문회에 조남호 한진 회장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홍 지사가 실제 조남호 한진 회장을 국정감사장에 불러 세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홍 지사가 경남도지사가 됐을 때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역할을 잘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진주의료원 문 닫고 무상급식 문제를 저렇게 할 줄은 몰랐다.

홍 지사가 예전 처가인 전북 부안에서 방위병 생활을 했다. 방위병 생활 때 만난 내 친구의 친구들이 많다.


- 7.30 재보궐 참패 뒤 올 8월 초 '야당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토론회에서 정 고문은 당의 진보정당화를 내세우고 당 강령과 규약이 안철수 새정치 진영과 합당하면서 당원 간 논의도 없이 급격히 후퇴했다고 맹비난을 했었다. 그런데, 진보정당화는 이념적 대결을 일으킨다며 당내 중도파만이 아니라 최대 계파인 친노 그룹도 대체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게 무슨 이념화인가? 우선 친노는 어떤 정권도 공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과오가 있다면 사과하기를 바란다. 그게 책임 있는 정치 세력이 취해야 할 자세다. 참여정부 당시 부동산정책, 한미FTA, 대북 송금 문제 등 분명히 잘못이 있지 않은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갔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걸 인정해야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 만약 경남에서 민주당이 '참여정부 시즌 2'를 하겠다면 과연 도민들이 우리당에 표를 주겠는가?

 

참여정부 때 비정규직이 폭증했다. 참여정부 각료를 지낸 나도 당시 시대적 과제가 정치개혁으로 봤다. 그런데 사회·경제적 개혁이 우선했었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에게 정책 목표를 맞췄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당이 공개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반성문을 채택해야 한다. '우리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즉 민주정부 10년간 집권하고서도 국민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이다. 물론 남북문제만큼은 국민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줬다. 하지만 대중이 우선하는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2010년 정계 복귀를 즈음해 개인적인 반성문을 썼다. 앞선 우리 길에서 잘못한 점이 많았다고. 이런 공개적인 반성과 반성문을 채택해 당 노선을 새로 정해야 한다. 그런 잘못에 대해 인정을 하고, 당이 가야 할 새 좌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안철수 진영과 민주당이) 합당하면서 당 강령에 있던 보편적 복지를 삭제하고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의 전략적 채택이라는 어정쩡한 형태로 당 좌표를 만들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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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전 11시 20분 창원 반송초등학교에서 열린 (사)대륙으로 가는 길 초청 강연회 겸 체육대회에 초대된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강연을 마치고 회원들과 점심을 함께 하고 있다. 정 고문은 이 사단법인 상임고문이기도 하다. /이시우 기자



- 앞선 질문과 연관된다. 참여정부 각료 출신이면서도 그 어떤 이들보다 '친노'에 대해 패권주의적이라고 비판을 많이 한다. 이유가 뭔가?

 

"2010년 10월 3일 당원 만장일치로 채택했던 '당원 주권 조항'을 '친노' 그룹인 한명숙 대표 때이던 2012년 삭제했다. 그리고 모바일 핸드폰 선거로 갔다. 당헌 2조에 있는 민주당의 목표-민주주의, 인권, 평화, 보편적 복지 가운데 보편적 복지가 안철수 신당과 합치면서 삭제됐다. 당원이 주인이 될 수 없는 정당, 보편적 복지에서 후퇴한 정당이 됐다. 그럼 우리당 정체성이 새누리당과 과연 뭐가 차별화되느냐.

지금 무상복지 후퇴로 국민이 들고일어나야 할 때인데, 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까 조용하다. 속으로만 부글부글한다. 야당 목적은 정권 창출이다. 야당이 정권을 창출하려면 하나는 제대로 된 반대자, 다른 하나는 확실한 대안세력이 돼야 한다. 이게 정상적이다. 그리고 그런 분명한 반대와 확실한 대안 세력으로 국민에게 정권을 요구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은 이 두 가지 잣대 모두 함량 미달이다.

비대위가 만들어졌는데, 당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 특정 계파 패권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정당은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는데, 현재 '친노'는 무력으로 짓누르고, 상대방을 적대시한다. 공정하게 경쟁하기가 어렵다. 지난번 비례대표 선출을 두고도 비례 대표가 아닌 '한풀이 대표'라고 하지 않나. 패권의 대표적 사례다."

 

- 자연스럽게 10월 한 달간 호남과 충청권 민심 '경청' 투어로 넘어가겠다. 경남 등 영남권과 충청권 일부도 다시 돌 것으로 아는데, 들어보니 어떤가?

 

"바닥으로부터 민심 이반이 극심하다. 정말 위기 중의 위기다. 그런데 그걸 서울 여의도 지도부만 모른다. 호남은 '이정현(새누리당 국회의원, 순천·곡성) 현상'이 예외적이지 않고 일반 저변에 깔렸다. '어차피 민주당은 바뀌지 않을 테니, 차라리 집권당 뽑아 실리라도 챙기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전통적인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절망하고 있다. 호남 '경청' 투어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야당이 야당답지 못해 일어나는 것이다. 야당의 정체성 문제다. 당신들 당은 누구를 대표하는가? 누구를 대변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민주당이 대기업, 강남 부자,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게 맞느냐. 그 계층은 이미 새누리당이 정말 잘 대변해주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못 낀 비정규직 850만 명, 300만 영세 자영업자, 300만 농민, 100만 청년실업자 같이 목소리 없는 사람들을 대변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당이 이들을 제대로 대변해 주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아직 미완인 이 무상복지 정책조차 지키지 못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해체해야 마땅하다. 서민과 국민이 그걸 원하는데, 우리당이 그런 계층의 이해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무슨 존재 이유가 있느냐. 심각한 위기인데, 서울 여의도 지도부만 안이하다.

세월호 문제도 그렇다. 그게 누구의 악재였나? 정부와 여당의 최대 악재이자 큰 위기였는데, 사태가 발생하고 반 년이 지나니 정부·여당이 아닌 야당이 완전히 망가졌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느냐. 정체성이 없어서 그렇다. 세월호를 보는 시각이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같아서 그렇다. '큰 사고가 났다. 해경이 좀 잘못했네' 겨우 이 정도로 생각하고 본질을 파고들지 못하는 것이다.

대중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국가란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대중의 마음과 정서를 전혀 대변하지 못했다. 그러니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민주당을 넘어서야 한다'는 얘기가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민주당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정기국회를 마치고 이렇게 그냥 어물쩡 그냥 넘어가고 그냥 내년 2월 전당대회 치르면 국민은 더는 민주당 볼모 노릇이나 하며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계속 당 지도부와 여의도에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이 비상이어야하는데, 전혀 절박감이 없다. 정말 무사안일하다. 거기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당권 투쟁만. 결국 공천권을 쥐겠다는 것 아니냐.

그래도 상대당인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발탁해 무대에 올리지 않았느냐. 그런데 민주당에는 이런 문화조차 없다. 내 옆의 동지를 발로 걸어 넘어뜨려야 자기가 큰다고 생각한다. 비정한 정글 사회 같은, 품격있는 경쟁이 아닌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적 경쟁이라는 인상이 물씬 풍긴다. 그래서 국민들이 '야, 저렇게 해서 저 당이 집권할 수 있겠느냐'가 아니라 이제는 '저런 정당이 집권하면 되겠느냐'고까지 한다.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이니까 마음껏 얘기한다."

- 덧붙여 당 강령.규약 후퇴를 극대로 비판했는데, 왜 후퇴했다고 생각하나? 안철수 진영과 합당을 위한 전략적 후퇴였다고 봐야 하나? 

 

"결국 합당 때 후퇴했다. 안철수 현상이 발화된 층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기댈 것이 없다고 본 이들로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더 많다. <안철수 생각>이라는 책이 나올 때까지만 열광했다. <안철수 생각>이라는 책은 그 층을 대변했다. 그런데, 그 뒤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중간 위치로 들어갔다. 정체성 설정 실패라고 본다. 안철수 개인 정체성과 안철수 현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입장이 엇갈렸다.

 

물론 안철수 의원 개인은 퇴조했지만 안철수 현상을 바라는 에너지는 더 커졌다. 지금 민주당 이름이 '새정치민주연합'인데, 국민들이 새정치를 대변한다고 보지 않는다. 또 다른 위기의 이유다.


-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체제에 대해 평가한다면?

 

"민주당이 혁신할 생각이 있었다면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하지 않아야 했다. 조강특위는 비대위원들의 기득권을 관철하는 곳이다. 그것 대신 당원 주권을 부활해 당원이 직접 지역위원장을 뽑으면 된다."

- 문재인 의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후보 등은 이른바 '친노' 그룹 다수는 진보정당화보다는 생활정치와 시민참여형 네트워크 정당을 애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야당이 가고 있는 길은 신자유주의 야당의 길이다. 지금 야당과 '친노'는 양극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불평등은 뾰족한 답이 없다고 한다. 새누리당을 넘어서는 확실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안 세력이 되려면 '김대중 + 노무현 정부' 10년을 넘어서야한다. 민주 정부 10년을 넘어서는 비전과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

그 전제가 과오를 반성하는 것이다. 저는 대선 패배 뒤 정계 복귀를 하면서 아마도 우리당 내에서 유일하게 2010년 8월 8일 민주정부 10년에 대한 반성문 냈다.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담대한 진보의 길을 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 눈물을 실제 닦아줘야 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당 주류의 정체성은 신자유주의적이고, 당내 행태는 패권적이다.

한미FTA와 복지 국가는 양립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고 자신의 재임 기간 오류를 성찰하고, 인정하셨다. 상황이 바뀌고 보니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고 한미FTA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패권적이지도 않았다. 그런 대통령을 계승한다는 '친노'는 어떤가? 참여정부 시절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교조적이다.

그리고 네트워크 정당을 하자는데 국민들은 네트워크 정당이 뭔지 거의 모른다. 네트워크 정당으로 가자는 것은 외연을 확대하자는 주장인데, 그건 중심(당원)이 확실하게 서 있고, 그 다음 할 일이다. 그런데 지금 그 중심이 완전히 무너져 있다. 전국을 다녀보면 당원들은 우리에게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고 한다. 심지어 당비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네트워크 정당으로 가자는 것은 간이 아픈데, 맹장으로 진단하고 수술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처방이 틀렸다. 당원에게 권리를 안 주지 않느냐. 나라의 주인이 국민인 것처럼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우리 국민이 우매해서 체육관 선거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하는 호남이 당원이 더 많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 시작은 보편적 권리에서 시작해야지. 그게 승리의 길이다."


- 경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지방선거 때 명실상부한 경남 내 제1 야당 지위를 굳혔다. 경남은 진보정당 세가 강해 새누리당과 진보정당 틈에서 민주당이 큰 역할을 못해온 게 사실아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기를 맞았다. 경남지역 당세 확장을 위한 제언을 한다면? 령 전략지역 시·도당에 을지로위원회 등 상시 대중 직접 소통 기구를 둬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길이 있다. 을지로위원회를 당의 부분으로 하지 말고, 당 자체를 을지로위원회로 하면 된다. 시·도당은 그 자체가 을지로위원회가 되면 된다. 그것만 해도 살아난다. 현장 정치와 결합, 그게 아래로 가는 것이고, 그게 진짜 생활정치 아니냐. 그런데 그걸 부수적으로 취급한다."

- 굳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공식 당명이 아닌 과거 당명인 '민주당'으로 부르는 이유가 뭔가?

 

"혀가 잘 안 돌아간다. 그리고 '새정치'라고 부르기 부끄럽다. 언어도 세력인데, 다들 민주당이라고 더 부른다."

- 정 고문을 두고 호남신당론도 있고. '안철수 + 비노 옛 민주당 중도파'와 신당 창당설 등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정 고문은 여러 차례 '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 하지만 아직은 혁신에 무게를 두고 있다'에서 '특정계파가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그 당은 지지할 수 없다. 그 때는 신당으로 100% 가야 한다'는 말을 주변분들의 얘기를 전하는 형태로 했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안철수-비노 중도파와 정 고문이 함께 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기사가 솔솔 나온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민주당 문제는 모호한 정체성 부분이 하나 있고, 다음은 간부들만의 정당, 국회의원 130명만의 정당이다. 당원은 권리도 없고 분리돼 있다. 엘리트 정당, 정치자영업자 정당으로도 불린다. 대중정당의 면모를 잃고 있다.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는 진보적 대중정당을 가야 한다. 그래야 새누리당과 관계에서 대안 세력이 될 수 있다. 색깔이 비슷해서는 새누리당과 차별될 수 없다. 1.2.3차 협상을 하고, 어제(8일) 법률안 통과까지 된 세월호 건만 해도 새누리당 시각과 비슷하게 사태를 본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준 가이드라인 내에서 협상했다. 대통령이 지시한 가이드라인 내에서 협상한 게 무슨 야당이냐. 새누리당 이중대나 하는 행동이지. 국민이 이런 야당을 어떻게 믿겠는가? 민주당에 대한 신뢰는 허물어지고, 당에는 벌거벗은 권력투쟁만 남아있다.

 

'과연 누구를 대변하는가, 당신 당의 정체성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계속 답을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무상급식, 무상의료라는 폭탄이 터졌는데, 긴장감이 전혀 없다. 이것 못 지키면 당 해체해야 한다. 세월호도 국민 정서를 대변하지 못했고, 무상급식,무상보육을 원하는 이들도 대변 못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응징도 못하면 이런 정당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당이겠는가? 야당성의 상실, 정체성의 상실에 놓여 있다."

- 대략 내년 2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뭔가 결단할 것 같은데, 신당 창당으로 가는 것이냐, 아니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냐.

 

"우선 이런 말을 하겠다. 비노는 시대정신과 정체성이 없다. 상대적으로 '친노'보다 더 그렇다. 국민이 '비노'에 정권을 주겠나. 계파에 정권을 주는 국민은 없다. '친노'에는 반성이 없고, 비노에는 시대정신이 없고, 둘 다 정체성이 없고. 친노와 비노는 과연 누구를 대표하느냐. 너의 정체성은 뭐냐. 제 지향은 '비욘드 노무현'이다. 노 전 대통령을 넘어서 또 다른 세상을 꿈꿔야 한다.

(신당과 관련해서는) 정치는 과정이고 생물이니까 뭐. (말 흐림) 내 정치 행위는 아직 당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당신들의 이런 행태를 멈춰라. 전환하라'는 것이다.

 

국민은 정말 따뜻한 위로를 받고 희망을 보고 싶은데, 과연 민주당이 따뜻한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는가? 그게 안 되는 야당은 존재 이유가 없다.

 

국민이 얼마나 고통받고 힘들어 하나. 기득권층은 이대로 가면 좋다. 새누리당이 잘 대변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민주주의는 고통받는 작고 약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있지 않나. 이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야당이 할 몫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전북 군산 재래시장 상인(노인)이 그러더라. '민주주의는 어떤 지역은 잘 살고, 어떤 지역은 못 살면 민주주의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호남에서는 지역 차별을 느끼고, 또 영남이라고 자영업자, 비정규직이 잘 사나. 소득이 양극화하고,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야당이 제 역할 못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 두 바퀴 중 한 바퀴(여당)는 자기 지지층과 기득권을 보호하고, 나머지 한바퀴인 야당은 대변해야 할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바퀴가 너무 작다. 균형이 맞지 않다.

지금 각 분야, 시민사회, 전문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그중 공통점이라면 새누리당의 보수 장기 집권 체제를 막아야한다고 한다. 55년 이후 일본 자민당 장기 집권체제와 같은 여야 구조인 1.5정당 체제(여당 1, 야당 0.5)로 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위기의식 속에 근본적인 고민을 우리당에 요구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오불관언(吾不關焉). 나하고 상관없다는 태도다. 대신 민낯의 내부 권력투쟁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