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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인터뷰] 약자 대표하지 못하는 독점적 제1야당 기득권 "국민모임"이 필요한 이유

 

 

 

약자 대표하지 못하는 독점적 제1야당 기득권 "국민모임"이 필요한 이유

 

국민모임 신당 창당하는 정동영 전 의장

 

우용원 기자  2015.3.3

 

 

 

정동영(62) 전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두달여째 되고있다. 그는 지난 1월11일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며 탈당했다. 그리고 ‘국민모임’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 정치인생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번 탈당으로 네 번째 탈당 기록과 함께새정치연합에서는 비판도 쏟아졌다. “대선 주자까지 지냈고 누구보다 당의 혜택을 많이 받은 인사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 전 의장은 “새정치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 정치인생의 마지막 봉사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 “모든 비판은 달게 받겠다. 백의종군의 자세로 기꺼이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남순타임스는 창간 4주년을 맞아 정동영 전 장관을 만나 국민신당의 지향점과 전북 정치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봤다.

 

 

1.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며 지난 1월 11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국민모임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정치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던진 셈이라 봅니다. 탈당한 이유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야당이 이대로 그냥 가면 정권교체가 어렵다. 정권교체가 안 되면 서민과 약자, 특히 호남은 더욱 살기가 어려워진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제1야당의 현실이 세월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야당이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계파 싸움에 정책 노선마저 새누리당과 가까워지면서 야권 지지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기대를 접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으면 정권교체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인가.?

 

무엇보다 새정치연합은 앞으로도 크게 변화할 것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권 내에서 변변한 경쟁 상대도 없는 '독점적 제1야당'이라는 기득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긴장감이나 절박감이 안 보인다. 아무리 잘못하고 욕을 먹어도 결국 선거 때는 자신들밖에 표를 줄 야당이 없다고 생각하는 무사태평이 당을 지배하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정권교체에 대한 관심보다, 당내 공천을 따내고 배지 한 번 더 다는 것이 지상 최대의 관심사이자 목표이다.

 

그 결과 새정치연합이 지난 2년 동안 박근혜 정권에서 보여준 모습은 국회의원이 130명이나 되는 해방 이후 가장 덩치가 큰 야당이지만, 야당성과 존재감은 최약체 야당이었다.

 

또 지난번 전당대회에서도 드러났지만, 당이 특정 계파의 색깔 직설적으로 말하면 친노 계파성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 정권교체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연장도 바라지 않지만, 노무현 정부 시즌2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때의 3가지 과오 때문이다. 부동산 폭등으로 서민과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한 것, 비정규직 숫자가 폭증해서 노동자와 청년들을 고통 속으로 밀어넣은것, 한미FTA로 농민들에게 피혜를 주고 나라의 정책주권에 침해를 가져온 것. 그 이유와 원인이 어디에 있든, 우리가 다시는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하는 진지한 반성문을 국민 앞에 제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2010년 8월 8일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제출했다. 그 이후 참여정부 정치인 중에서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제출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대부분 어물쩍 넘어가거나 변명·항변으로 피해가려고 했다. 당도 마찬가지였다. 이래선 야당이 국민에게 신뢰와 기대감을 다시 모아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새정치연합 모습으로는 설사 야당에게 유리한 상황이 와도 총선 승리나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 절망의 벽에 균열을 내는, 어떻게든 희망을 찾는 새로운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 국민모임은 3월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에 이어 4.29 보궐선거에 모든 후보를 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국민모임 신당 창당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3월 1일부로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가 임무를 마치고 창당주비위 체제로 전환됐다. 4월 재보선을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3월 22일에는 서울에서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는 발기인대회를 열 계획이다. 그 날부터는 법적인 자격을 갖춘 (가칭)국민모임 신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뜨게 되는 것이다. 선거에서 국민모임의 독자후보를 내고, 당명도 표기할 수 있게 된다.

 

4월 보선의 목표는 특히 광주에서 1당 체제를 깨는 것이다. 광주 서구을 선거는 국민모임 신당의 탄생으로 구도가 분명해졌다. '그냥 이대로가 좋다'와 '새정치연합을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 간의 한판 대결이 될 것이다.

 

저는 광주시민이 이번 4월 보선에서 매우 현명하고 전략적인 판단을 하시리라고 믿고 있다. 새정치연합에게 임기 1년밖에 안 남은 국회의원 1석을 더 보태줘서 곪아 있는 문제점들을 덮어주고 자만하게 만드는 게 야권의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국민모임에게 1석을 만들어주어서 새정치연합을 정신 차리게 하고 야권 전체가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도록 이끄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인지. 저는 후자의 선택을 해주시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것이 야권 전체가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이 130명의 의석을 갖고도 야당 노릇을 못 하는데, 거기다가 1명 더 보태줘서 131명이 된들 무슨 변화와 기대감이 생기겠는가. 그것보다는 차라리 새롭게 야당다운 야당을 하겠다는 국민모임에 1석을 주면, 그 1석은 정치권 전체에 엄청난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우선 130명의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아이쿠. 광주에서도 뒤집어졌네.' 노무현 정부 이후 10년 동안 침체돼 있던 야당에 모처럼 혁신 태풍이 불면서 정권교체의 희망도 함께 움트기 시작할 것이다. 이것은 또 호남 즉 전북과 전남·광주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 서비스의 품질이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좋든 싫든 울며 겨자 먹기로 특정 정당만 찍어야 했던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는 고를 수 있는 참한 선택지가 하나 생긴 것이다. 그것만 해도 호남 정치권에는 큰 활력소가 된다.

 

국민모임은 이번 재보선 3곳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후보를 선정하려고 한다. 국민들께 직접 후보를 추천을 해주십시오 하는 '국민추천 캠페인'을 통해서 서민과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런 인생을 살았던 사람, 국회에 들어가서도 의사당 귀족이 되지 않을 사람, 전문성과 정책능력이 검증된 좋은 인물을 발굴해서 공천할 것이다.


 
3. 국민모임 신당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부탁 드립니다.


국민모임 신당은 사회적·경제적 목소리를 못 내는 서민과 약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정확히 대변하는 길로 갈 것이다. 빽없고 돈없는 청년과 서민들의 정당, 보편적 복지를 위한 세금혁명당,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장그래당, 자영업자당, 대학생과 청년의 미래를 위한 청년당이 될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 있다. 양극화 사회다. 다른 말로 하면 불평등 사회다. 우리는 지금 옛날보다 물자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지나치게 한 쪽으로 치우쳐 있다. 돈은 있는데 한 쪽에만 몰려 있는 것이다. 이 불평등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강자에 굴복하거나 포획되지 않고, 서민과 약자를 위해 강단 있게 싸워줄 정치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 새누리당 등 집권여당은 '지금 구조가 좋다'고 하는 것이고,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도 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 집권하더라도 이 불평등한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강자는 돈과 권력을 쥐고 산업 생태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재벌 대기업이다. 여기에 살아 있는 권력 즉 청와대와 집권여당, 관료집단, 언론권력 등이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해서 기득권층의 이익을 철통 같이 보호해주고 있다. 복지재정 부족과 연말정산 사태에서 보았듯이 재벌 대기업이나 초고소득층인 슈퍼 부자들에게 혹시 세금을 더 내게 할까봐 어떻게든 안 내도록 철벽 방어를 해주고 있다.

 

이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숫자는 압도적으로 많지만 빽없고 돈없는 서민과 청년을 보호하고 대변해줄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사회적 균형와 통합을 유지할 수 있다. 야당이 그런 역할을 잘 해야 보수정부의 실정에 대한 대안 정부로서 국민의 선택을 받고 정권교체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역할을?해줄 야당이 사라져 버렸다.

 

새정치연합은 서민과 약자를 강조하면 되레 좌편향이다, 표 떨어진다는 논리로 중도·중간으로 옮겨가면서 새누리당과 더 가까워졌다. 그러면서 세월호, 연말정산, 담배값 인상, 기초연금 등에서 보듯 대부분의 사안을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협상하거나,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끌려다니다 결국 다 수용해줬다. 전 세계에서 어느 야당이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협상하고 타협하는가. 제1야당 원내대표가 자신들이 그렇게 반대표를 던졌던 집권여당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국민들 보는 앞에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린 장면은 야당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1야당이 그런 상황이라면 진보정당이라도 대안이 되어야 하는데, 진보정당들마저 사분오열에 지리멸렬한 상태다. 서민과 약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기엔 여러모로 역부족이다.

 

국민모임은 이런 배경 위에서 '지금의 야당을 교체해야만 정권교체도 가능하다'는 모토로 신당 창당에 나서게 된 것이다. 국민모임 신당과 새정치연합은 서민과 약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처방에서 강조점이 크게 다르다. 또 국민모임 신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계승하되, 과오는 확실하게 극복하고 넘어서서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는 정당이다.


 
4. 신당에서 구체적인 역할은 무엇입니까?


인재 영입이다. 창당주비위회에서 당 대표 격인 김세균 교수와?함께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좋은 사람들을 국민모임 신당으로 모셔오는 일을?하게 된다. 그것이 내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5. 내년 총선은 어떻게 계획하고 계십니까? 특히 전주에서 출마를 생각하시는지요?


지난 1월 신당 합류 기자회견에서도 밝혔듯이 '내 스스로가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됐다. 1년 뒤의 총선 거취 문제를 얘기하는 건 너무 앞서가는 얘기이다.

 

가장 큰 원칙은 국민모임 신당이 제1야당을 교체하고 정권교체로 나아가는 큰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신당이 저에게 부여한 임무가 무엇이든 늘 겸손하고 헌신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6. 마지막으로 고향인 순창군민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순창은 제가 태어난 곳이다. 타향살이하는 아들이 고향의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늘 고맙고, 죄송하고, 미안하고, 사랑하는 마음뿐이다.

 

좋은 정치, 좋은 정당을 만들어 꼭 보답해드리고 싶다. 팍팍한 삶과 주름살이 조금이나마 펴질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용기, 힘을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정동영 프로필》


제31대 통일부장관-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열린우리당 당의장-제17대 민주당 대통령후보-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현 국민모임 신당 창당주비위원회 인재영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