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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 공보실

[16/11/13] 국회-시민 민주공화국 건설 공동기구 만들어야

국회-시민 민주공화국 건설 공동기구 만들어야

질서 있는 퇴진, ‘11월 평화혁명과 결합해야 질적 도약



[ 정동영 의원 페이스-북 게시 글 전문 ]

 

2시부터 11시까지 9시간을 느릿느릿 항해했다. 민심의 바다를 노를 저어가듯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항해했다.

 

서울역 광장-김천 성주 시민 사드반대 집회 연설하고 - 서대문사거리 - 신문로 - 광화문사거리 -좌로 돌아서- 세종문화회관 - 정부종합청사 - 경복궁역 - U-미 대사관 - 교보빌딩 - 화장실 들러서 - 53050만 명을 넘어섰다. - 인파로 길이 막혀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 종각 - 동아일보 앞-좌로 돌아서- 교보문고 입구 - 우로 돌아서 - 광화문 우체국 - 청계천 건너서 - 국민의당 집회 연설하고 - 대한체육회 건물 - 시청 광장 - 프라자호텔 - 남대문로 - 숭례문 - U턴 해서 - 덕수궁 앞 - 서울시의회 - 코리아나호텔 - 동화면세점 - 길바닥 시민들 사이에 끼어 앉아 김제동 발언 듣고 - 광화문사거리 - 세종회관 뒷골목 - 한참을 줄섰다가 동성각에서 짜장면 시켜 먹고 - 세종회관 끼고 돌아 - 세종대왕 동상 - 무대 앞으로 진출 - 바닥에 앉아 이승환 노래 듣고 - 1025분 집회 종료.

 

1) 간절함의 바다였다. 저마다 가슴에 소망을 품고 광장에 모인 뜨거운 바다였다.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가족들. 교복 입은 학생들. 젊은 연인들. 휠체어 탄 장애인들. 혼자 나온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웃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대한민국이 모두 함께한 자리었다. 바다는 박근혜를 넘어섰다. “하야하라. 박근혜를 목청껏 함성으로 외치지만 이미 대중의 시선은 박근혜 이후의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실하게 일하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열심히 공부하면 어디든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사회, 사랑하는 연인이 생기면 주거 걱정 않고 결혼할 수 있는 사회, 아이 낳으면 돈 걱정 안하고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 은퇴해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사회.. 그 꿈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간절함으로 소망하며 시민들은 바다를 이루었다.

 

2) 평화로움의 바다였다. 잔잔했다. 때때로 함성과 갈채가 진동했지만 함께 하는 시민들의 얼굴은 편안했다. 태평양(Pacific Ocean)이 광대한 평화의 바다이듯 광장은 태평양처럼 넓고 평화로웠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따뜻했다. 몸과 몸이 꽉 끼어서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함께하는 이웃이 이렇게 많아서 행복했다. 95%의 시민이 뜻을 같이 하는 압도적인 민심이 이미 승리했다는 확신으로 이어져 평화로울 수 있었다. 11시 광장을 돌아 나오는데 군데군데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담고 있는 학생과 시민들이 보였다.

 

3) 민주공화국 공동체의 바다였다. 공동체는 배려와 사랑으로 자란다. 내가 민주공화국 시민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나의 자존감이 똑같은 공화국 시민인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발전한다. 우리 핏줄에는 서로 돕고 살았던 두레 공동체의 전통이 흐른다. 광화문은 이 문을 통과하면 빛이 된다는 뜻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모두는 서로에게 빛이 되었다.

 

민주주의는 원래 광장에서 태어났다. 1789년 왕을 콩코드 광장 단두대에 세운 파리 시민들은 왕이 곧 법이었던 세상을 법이 곧 왕인 세상으로 바꾸어 냈다. 이것이 공화국이다. 공화국은 왕국의 반대말이다.

프랑스 혁명이 227년이나 지난 2016, 대한민국은 대통령 박근혜가 법치 위로 올라선 세상이었다. 어제 광화문 광장은 법치를 유린한 대통령 박근혜를 법 아래 세우고자 하는 한국판 콩코드 광장이었다. 그 때 파리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허물었듯이 2016년 대한민국 시민들은 인간이 도구가 된 사회의 감옥을 허물자고 함성을 외쳤다.

 

IMF 발발 20년이 경과하면서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의 감옥으로 변모하였다. ‘인간이 목적으로 대접받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감옥을 허물어야 한다. 특히 지난 10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아래서 국가는 공공성을 포기하고 국가와 사회를 오직 이윤과 돈벌이에 내몰아 대한민국을 비정규직의 감옥으로 만들었다. 인간이 수단이 되고 도구가 되어 버린 인간성 상실의 사회 앞에서 이제 시민들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기에 이르렀다.

 

광화문 광장에서 대중은 박근혜 하야와 탄핵을 넘어 그 이후의 한 지점을 응시했다. 정권의 변화를 넘어 가치관의 혁명적 변화, 제도의 혁명적 변화, 그리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발산하고 있었다. 온갖 차별과 불평등이 지배하는 사회를 바꾸고 정의와 인권이 살아 숨쉬는 따뜻한 복지국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화해와 교류와 협력을 끊고 제재와 압박과 붕괴를 외치는 험악한 긴장과 전쟁 위기의 바다를 건너 다시 접촉과 대화와 협상으로 핵동결과 긴장완화 그리고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추동하는 한반도 평화국가를 소망하고 있었다고 나는 믿는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광장과 정치가 결합하고 광장과 국가가 결합해야 한다. 광장의 뜨거움을 지금의 정당과 국회가 담아내기에는 역사의식이 부족하고 부실하다. 김제동이 정치는 3, 국민은 1류라고 말했을 때 쏟아지던 광장의 환호가 이를 증명한다. 가수 이승환이 재지 말고 간보지 말고 국민 요구에 따르라고 말할 때 쏟아지던 박수갈채가 증명한다. 광장의 요구에 답하려면 국회-시민 공동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광장에서 분출하는 에너지를 담아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어내기 위해 필수적인 틀이다. 19604월혁명의 과실은 야당 정치인들에게 돌아갔지만 5.16 쿠데타로 좌절되었고, 19876월항쟁의 과실은 야당의 분열로 민간 신군부에게 돌아갔다. 201611월의 평화혁명이 대한민국의 질적 도약으로 이어지려면 정치세력을 넘어 광장의 시민과 결합해야 한다. 광장이 희망이다.

 

20161113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