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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말하는 남북상생의 힘… “경협 후 동북아 경제·군사안보 천지개벽”

[20180611 시사저널e 이준영 기자]

 

 

 

[창간특별기획-남북상생시대]⑩ [인터뷰] “경협이 ‘대륙·해양’ 양날개 경제 만든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말하는 남북상생의 힘… “경협 후 동북아 경제·군사안보 천지개벽”


“북한이 열린다는 것은 동북아 경제지도의 천지개벽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해양경제에만 의존한 외날개 경제였다. 북한과 경협을 통해 만주, 시베리아로 연결되면 대륙경제가 하나 더 생겨 양날개로 날 수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현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은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한국은 그동안의 ‘섬 경제 국가’에서 ‘신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국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2004년 7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31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통일부 장관 재직 당시인 2005년 6월 17일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위원장과 북핵문제를 협의했다. 

이는 2005년 9.19 공동성명의 결과물로 이어졌다. 6자 회담 당사국이 채택한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현재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측이 논의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시사저널e는 지난 5일 정동영 전 장관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만나 과거 남북간 대화의 생생한 이야기와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화 무드, 북미정상회담 후 펼쳐질 한반도 상생시대의 미래를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 전 장관은 향후 남북경협이 본격화할 경우 동북아 지역에서 경제와 정치군사 분야 모두 대변혁의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남북경협 효과와 관련해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동북아 경제지도가 천지개벽한다. 한국은 인구는 많고 땅은 좁고 자원도 부족하다. 그동안 일본, 미국 시장 등 해양경제 중심의 외날개 경제였다”며 “이것이 북한을 통해 만주로 시베리아로 펼쳐지면 대륙경제가 하나 더 생긴다. 양날개 경제가 된다. 한국 경제가 웅비할 수 있는 그랜드 비전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 “南北 경협으로 양날개 달 한국 경제, 그랜드 비전 가능”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열리면 한국은 그동안의 섬 경제 국가에서 신 동북아 경제권의 중심 국가가 될 수 있다”며 “남북 인구 7500만명, 동북 3성(길림·요녕·흑룡강성) 1억명, 동시베리아 2000만명 등 약 2억 인구의 경제권이 생긴다. 유럽연합(EU)과 맞먹는 경제권이다. 일본까지 더하면 3억명의 경제권이 생긴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은 작은 섬나라 의식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남북경협 과정에서 다양한 기회가 생긴다”며 “사업 기회, 투자 기회, 여행 기회 등 자유롭게 사람과 물자, 정보가 오고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남북경협이 동북아 정치군사 분야에서도 변혁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냉전적 대결 구조에서 협력 구조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는 “동북아는 북·중·러 대 한·미·일로 분단구조 상황이다.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남북 적대 구조가 해소돼 남북경제가 트이면 동북아의 적대 구조가 해소된다”며 “즉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관계가 기존의 적 관계에서 우방 관계로 바뀌면 북일 관계도 그렇게 된다. 남북, 일본 ,러시아, 중국, 미국이 분단 구조가 아닌 협력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동북아에서 안보 협력 증진을 모색하자고 합의했다. 당시는 선언만 있었는데 이제는 남북,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이 모여 동북아 공동안보를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며 “동북아의 정치군사적 천지개벽이 이뤄지는 것이다. 군비경쟁에서 벗어나 불가침 선언, 분쟁의 평화적 해결, 협력 등이 가능해진다”고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경협의 전제 조건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꼽았다. 그래야 과거처럼 정치군사적 이유로 경협이 중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남북경협의 핵심은 남북 적대 관계라는 근본 모순 해결에 있다. 그래서 종전선언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그 다음은 평화협정으로 가는 것이고 판문점선언과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이다. 북한과 적대관계가 해결되면 북한에 정상적으로 투자하고 송금하고 여행도 할 수 있다. 경협 중단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장관 재직 시절 경협 추진의 애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전 장관은 “통일부 장관 재직 시에도 남북 적대 구조가 경협의 가장 큰 어려움 이었다”며 “근본 문제인 정치군사 문제가 풀리면 경협은 쉬워진다”고 말했다. 

12일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북핵 해법과 관련해서는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대북제재가 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의 가장 큰 걱정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탄두다. 이것들을 미국으로 옮기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였다”며 “북한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려면 대북제재를 해결해야한다. 핵탄두 및 ICBM 반출과 종전선언, 북미수교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대북제재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도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의 가치는 북미, 남북의 적대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쪽 땅에 남한 자본이 들어가 공장을 만들고 협력한 데 있다”며 “또 개성공단은 학습의 장이었다. 북한 사람들이 회계, 세무, 금융, 수출 개념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성공단은 여기서 나아가 원부자재를 북한에서 직접 조달하게 해야 한다. 협력기업을 북한 내부에 만들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북한 기업들이 생긴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한 125개 기업들의 원부자재 협력기업 수 천 개가 북한 내에 생기는 것이다. 자생적 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 IMF 가입 통해 IBRD 경협 자금 지원 가능”

정 전 장관은 남북경협에 들어가는 재원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을 통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경협 비용에 대한 한국 정부와 민간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 경제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IMF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이 찬성해야 한다. 이미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 시 경제적 번영을 이루도록 돕겠다며 IMF 가입 동의 신호를 줬다”며 “북한이 IMF에 들어가면 IBRD 등으로부터 자금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경협의 또 다른 자금줄은 일본의 식민지 배상금이다. 2002년 북한과 일본 간 평양선언 당시 북한은 300억달러를 요구했다”며 “이는 북한의 1년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310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는 이어 “또 민간 기업의 투자도 가능하다. 경협은 기본적으로 사업이다”며 “예를 들어 남한의 조선 기업이 원산 조선소에 투자해서 이문(利文)을 남길 수 있다. 북한에는 양질의 노동력이 있다. 중소기업들이 이미 개성공단에서 가능성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오는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물에 대해 “미국과 북한이 더 이상 적이 아니라는 기본 합의가 나올 것”이라며 “이를 기본으로 핵을 포기하고 체제보장을 하는 것이다. 핵심 개념은 ‘북·미는 더 이상 적이 아니다’라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http://www.sisajournal-e.com/biz/article/185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