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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김영호 장관? 차라리 통일부 폐지하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정 전 통일부 장관

"차라리 통일부를 폐지해야죠."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정동영 전 장관에게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의 통일부 장관 지명에 대해 묻자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남북 관계와 통일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인사가 '통일부 폐지'를 언급한 것. 그는 왜 이렇게 말할까.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와 남북 관계에 대해 정동영 전 장관의 견해가 궁금해 지난 7일 전북 전주의 정 전 장관 사무실에서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한 견해와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윤 대통령 외교 난맥상 원인은... 하나의 이념, 두 개의 오판 때문"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습니다. 윤석열 정부 외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외교는 국가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그런 외교의 기본을 무시했다고 봅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경구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검사로 시작해서 검사만 평생 한 사람이니까 외교에 대해선 경험이 없잖아요. 그러면 먼저 '내가 경험이 없다'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훌륭한 전문가들을 주변에 둬 경청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텐데, 외교를 너무 검사 스타일로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어요."

- 윤 대통령의 철학일까요? 아니면 누군가 주변에서 조종하는 걸까요?

"'권력은 거리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어요. 항상 바로 옆에서 대통령에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힘을 쓴다는 거예요. 그런데 (윤 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외교·안보·남북 관계에선 선생님을 잘못 뒀어요. 안보실장 하던 김성한씨가 쫓겨났잖아요. 그 다음에 미국 대사 하던 조태용 대사가 후임 실장으로 왔는데 실세는 그 밑에 김태효 차장이란 사람이죠. 극우 참모가 바로 옆에 있는 거예요. 김태효씨의 세계관이 윤 대통령의 세계관으로 깊숙이 들어가니까, 취임해서 1년 동안 보면 점점 더 극우화해요.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반국가세력이라고 말할 정도로 극우로 가버린 거예요."

- 가장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하나의 이념, 두 개의 오판입니다. 하나의 이념이라는 건 흑백, 선악 등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겁니다. 60년 전의 낡은 냉전 사고가 문제라고 봐요.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명쾌하지 않고 훨씬 복잡해요.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두 개의 오판이란 '북한붕괴론'과 '미중충돌론'입니다. 김태효씨가 주장해왔던 것이죠. 북한붕괴론은 '곧 김정은 정권이 붕괴한다'는 생각입니다. 또 '미국과 중국이 곧 충돌하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거다. 그러면 미중 전쟁이 난다. 현재로선 미국이 군사력에서 우위니까 미국이 이긴다. 우리는 빨리 미국에 줄을 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둘 모두 근거가 없어요. 오판입니다."

- 윤 정부는 '지난 정부가 친중이라 이걸 옮겨야 한다'는 건데.

"원래 중국과는 적대 관계였어요. 그런데 보수정권인 노태우 정부가 중국과 수교를 했어요.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8.15, 중국이 말하는 전승기념일에 천안문 광장에 시진핑과 함께 올라가기까지 했어요. 윤석열식 사고라면 중국과 수교한 노태우 정부, 천안문광장에 나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친중이 아니라 그건 뭐냐고요."

- 우리는 한미동맹이라 미국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죠. 근데 너무 미국 쪽에 치우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주성 상실과 주체성 상실이죠. 주권독립국가로서 주체적·자주적으로 자부심을 갖고 국익외교를 펼치는 걸 포기한 겁니다. 그냥 미국에 기대고 일본에 의지해서 북한을 압박하고 굴복시키겠다는 건데 시대착오적이죠."

- 왜 미국에 매달릴까요?

"지도자의 자아가 허약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봐요. 자신감이 없는 거예요. 국가는 이미 부국강병을 이뤘어요. 그런데 지도자가 허약해요. 이건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이고, 철학이 빈곤하다는 건 공부가 안 돼 있다는 걸 뜻합니다. 이 나라가 어떻게 질긴 생명력으로 지금의 위치에 왔고, 국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공부가 안 돼 있어요. 윤 대통령 본인은 지금 벼락출세해서 대통령이 됐어요. 검사할 때 대통령을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벼락 성공한 사람은 벼락 추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근데 지금 그 길로 들어서고 있어요."

"종전선언이 반국가세력과 무슨 상관이 있냐... 공부가 안 돼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 일본과의 관계는 어떻게 보나요? 윤 대통령은 셔틀외교 복원을 내세우는데.

"윤 대통령은 법치를 강조하잖아요. 법치라는 건 검사가 통치하는 걸 법치라고 하는 게 아니죠. 법관의 판결을 존중하는 게 법치입니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장이에요.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배상하라'라고 판결했는데 행정부 수장이 안 해도 된다고 한 겁니다. 대통령이 대법원 위에 있나요? 이건 법치 문란이죠.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은 것이기도 하고요."

- 윤 정부 말은 '안보를 위해선 과거에 얽메이지 않고 일본과 풀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외교는 지렛대를 갖고 하는 거예요. 특히 우리보다 힘이 강한 나라나 강한 상대를 지렛대를 이용해야 될 거 아니에요. 미국이 우리에게 일본과 관계를 풀라고 하잖아요. 그러면 미국을 지렛대로 이용해야죠. 미국은 한미일 협력이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를 하면 미국이 일본을 움직여요. 그런데 거꾸로 일본이 미국을 움직여서 '한국을 포기 좀 시켜라'고 해서 미국이 한국을 압박한 겁니다."

- 윤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평가절하 한 건 어떻게 보세요?

"종전선언에 대해서 공부를 안 한 것 같아요. 종전선언은 반국가세력이 추진한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 네오콘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거예요.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11월에 미국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대패했어요. 그래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굉장히 큰 타격을 받았어요.

그때 또 이라크 전사자들의 가족들에게 국방장관 럼스펠드가 무슨 편지를 보냈는데 그게 말썽이 됐어요. 당시 부시 대통령이 일거에 네오콘을 퇴진시켰어요. 근데 콘돌리자 라이스가 국무장관인데 부시를 설득해요. NPT(핵확산금지조약), 미국이 만들어서 세계를 비확산 체제를 끌고 가는데 거기서 북이 핵실험을 해버렸단 말이에요.

비확산 체제가 흔들리게 생겼어요. 국내 선거에서도 대패했고 NPT 체제도 구멍이 생겼고, 그래서 이걸 어떻게 수습할까 했을 때 나온 아이디어가 종전협정입니다. 북한이 정전체제를 평화협정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멀기 때문에 우선 정치적으로 '전쟁이 끝났다는 걸 선언하고 우리가 협상하자. 이제 대화를 하자. 이렇게 하면 김정일이 테이블에 나올 거 아니냐'라는 겁니다. 이후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우리 같이 종전협정을 추진하자'고 나온 거예요. 이런 종전협정이 반국가세력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 종전선언은 지금도 유효한가요? 일부에서 종전선언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 한 거고 의미 없다고 하던데.

"모든 외교 문서나 협정은 종이 쪼가리예요. 그런데 그것을 지키면 새로운 역사가 되는 거고, 그 종이 쪼가리를 휴지통에 넣으면 의미가 없죠. 한반도 문제의 핵심은 '영구 평화'잖아요. 남쪽의 안보 우려는 중국이 아니죠. 중국엔 핵무기 300개가 있는데 그것이 우리의 우려가 아니잖아요. 지금 남쪽의 우려는 북쪽의 핵무기잖아요. 북쪽의 미사일이란 말이에요. 북쪽의 김정은 정권이란 말이죠.

이북의 안보 우려는 뭐예요? 한미동맹이죠. 한미동맹이 그냥 동맹만 있는 게 아니라 봄·여름으로, 3월에는 독수리 훈련, 8월에는 을지훈련, 핵폭격기 핵잠수함 항공모함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 총동원해서 훈련하잖아요. 북한은 군사력이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런데 세계 최강 미국과 자기들보다 몇십 배 큰 한국이 연합훈련을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핵무기 침공 훈련이에요. 이게 북한의 최대 안보 위협인데, 이걸 놔두고 '핵을 내려놔라. 핵 내려놓으면 우리가 돈 줄게'는 성립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종전선언은 바로 그런 안보 우려를 서로 해소하자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북한 타도' 김영호가 장관 되면... 통일부가 무슨 구실 하겠나"

▲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6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통일부장관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지명한 건 어떻게 보세요? 김 교수는 대북 강경파로 유튜브에서 극우적인 발언 쏟아내어 논란이었는데.

"차라리 통일부를 폐지해야죠. 무슨 의미가 있어요? 김정은 정권을 타도해야 통일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통일부에 가면 통일부가 무슨 구실을 하겠어요? 차라리 국방부나 외교부에 그 기능을 주면 되죠. 다음 정권을 바꿔서 제대로된 평화 통일부를 만들든지 해야죠."

- 통일부의 기조가 북한 인권 중시 등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북쪽 인권 이전에 남쪽 인권부터 챙겨야 돼요. 강제징용(동원) 피해자들의 인권은 어디 갔어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어디 갔어요? 인권 가운데 가장 천부적인 인권이 뭐예요? 인간의 존엄, 의사 표현의 자유, 그다음에 결핍으로부터 자유잖아요.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남쪽 국민들의 인권을 좀 더 챙길 필요가 있습니다. 북쪽의 인권은 거론하면 건드릴수록 더 나빠져요. 

북쪽 인권을 개선하는 방법은 북한이 중국처럼 개혁 개방의 길로 나오도록, 베트남처럼 개혁 개방의 길로 나오도록, 그래야 북한 사람 북한 정권에도 이른바 국제 표준이라는 개념이 들어가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개념이 들어가요. 인권 개념이라는 게 국제사회를 의식하면서 생기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통일부를 북한 인권부로 한다? 그럼 북한 인권이 개선되느냐? 풍선 날려 보내고 확성기 튼다? 북한 인권이 개선되느냐? 남과 북의 증오와 적대만 더 커지고 북한 인민에 대한 탄압만 더 가중되는 거예요."

-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통일부가 북한지원부였다면서 바뀌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윤 대통령과 대통령 참모의 가슴 속엔 북에 대한 적개심이 있는 겁니다. 없애야 하는 거죠. 죄 지은 놈은 어떻게 해서든 감옥에 넣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북한을 죄지은 악당으로 보는 거죠. '저들과 무슨 대화하고, 교류하고, 협력하고, 식량 주고, 비료 주고, 약품 주냐. 아니다. 우리 식대로 하자. 우리 입장대로 통일부를 운영해라. 우리 입장은 뭐냐. 북을 억제하고 압박하고 굴복시켜 마침내 붕괴시키고, 그래서 흡수하자'는 겁니다. 다 허황된 꿈입니다."

- 지금까지 우리는 북한과 관계를 특수관계로 설정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다른 나라로 설명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건 박정희 정부의 7.4공동성명과도 안 맞는 것 아닌가요?

"7.4공동성명의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평화 통일의 3대 원칙이라고 하죠. 여기서 민족대단결이라는 게 들어가 있는데, 이걸 정치적·법률적으로 개념 정의한 건 노태우 정부예요. 어쨌든 박정희 정부는 적대적이었으니까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데, 노태우 정부 때 '남북 기본합의서'라는 게 탄생해요. 제1조가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겁니다. 윤석열 정부는 30년 전의 합의를 짓밟은 겁니다."

- 앞으로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걱정이 큽니다. 왜 우리 민족의 운명을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몰고 가는지 의문입니다.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어요.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가운데 우리가 번영하기 위해선 지혜롭고 슬기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근데 지금 정부에 무슨 지혜와 무슨 슬기와 무슨 전략이 있는가, 참 안타깝습니다."

원문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398826?sid=100 

 

정동영 "김영호 장관? 차라리 통일부 폐지하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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