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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어르신을 섬기는 마음으로 섬김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어제 새 봄을 맞이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흑석동 대호탕에 들러 목욕재계한 후, 7시 조금 지나 중대병원 앞에서 주민들과 함께 봄맞이 대청소를 했습니다. 겨울의 때를 벗고 정말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쾌한 기분으로 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에 갔습니다. 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서류 봉투를 들고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카메라가 펑펑 터졌습니다. 동작에서의 첫 선거가 정말 실감나더군요.


선관위로 막 들어가는 찰나에 정몽준 후보와도 우연히 스쳤습니다. 요새 우리 두 사람이 열심히 목욕탕을 다니다 보니 목욕탕에서 마주칠 줄 알았었는데...


우리나라는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웃어른께 먼저 인사를 드리는 관습이 있습니다. 하루가 새로 시작되면 문안인사를 드리고, 새해를 맞이하면 세배를 드리듯이 말입니다. 일정을 짜는 비서가 경로당 방문 일정을 많이 잡아놨더군요. 즐거운 마음으로 사당동 배나무골  경로당부터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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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에 가서 어르신들 계시면 일일이 큰 절을 합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왜 그러냐”며 “편히 앉으라”고 하시면서도 “유명한 사람 절 받아서 기분 좋네”하며 활짝 웃으십니다. 웃으실 때 치아가 부실한게 보이면 속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어떤 분들은 막 거절하시다가도 막상 절을 올리면 든든하게 등을 두들겨 주십니다. 할머니들은 안아 주시기도 합니다. 그렇게 격려 받으면 뿌듯합니다. 스무 분이 계시면 스무 분 다, 서른 분이 계시면 서른 분 모두에게 일일이 큰절을 합니다.


큰 절을 올리고 난 뒤에는 방에 모여 앉아 주로 어르신들 건강 얘기를 합니다. “9988234이라는 말 아시냐”고 하면 다들 “그게 무슨 뜻이여” 하십니다. “요새 유행어인데, 어르신들 소원이 구십구세까지 팔팔하게 사시다가 이삼일만 고생하시고 편히 가시는 것”이라고 하면 막 웃으십니다. “오래 살아서 뭐해~”라고 하시면서도 표정이 흐뭇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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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께 값비싼 틀니비용을 무료로 지원해주는 정책을 말씀드리면 가장 좋아하십니다. 사실, 아직도 틀니 비용에 대해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10년 전에 동작 관내에 100세 이상되시는 분이 다섯 분이었는데 지금은 스물 여덟 분이랍니다.

앞으로는 장수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질 테고, 그만큼 틀니를 필요로 하는 분들도 당연히 늘어날 텐데 틀니 비용 지원 정책은 하루 빨리 마련되어야 합니다.


지금 70대, 80대인 어르신들은 위대한 세대입니다. 할아버지들은 사우디, 월남, 괌 가셔서 오늘의 한국을 만드셨습니다. 할머니들은 봉제공장, 전자 공장에서 라디오, 세탁기, 완구, 인형, 가발을 만들어 외화를 벌어왔습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다 집에서 아이들 키우고, 가장으로서 집안의 생계를 잇는데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분들에게 신세진 게 많습니다. 관절염, 신경통, 혈압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은 자식을 위해, 나라를 위해 건강까지 다 바쳤기 때문입니다. 젊음도 바치고, 인생도 바치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친 분들이 바로 우리 어르신들입니다.



많은 어르신들이 저더러 “당선되더라도 보통 사람처럼 골목에서 슬리퍼 신고 다니는 모습을 한 달에 1-2번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가슴에 꽂혔습니다. 매일 목욕탕에서 시작해서 퇴근 인사까지 만나는, 그 모든 분들이 가슴으로 외치는 말씀의 요지는 ‘함께 해달라’는 것입니다. 말하기보다 들어달라는 말씀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힘들고 어려운 일을 들어달라는 겁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치인의 제일 덕목을 경청과 배려로 알겠습니다. 제가 제2의 정치인생을 잘 살도록, 다시 태어나게 해주시는 그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