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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총선 민심이 짜장면 집에서 나온다?

제가 어릴 적에는 가장 먹고 싶은게 뭐냐고 어른들이 물으시면 단 일 초도 주저하지 않고 바로 ‘짜장면’을 외쳤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 때 처럼 특별한 날에야 먹어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70년대 초, 짜장면 값은 100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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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짜장면 값이 지금은 4천원이 되었습니다. 많이 오른 것 같죠?. 그간의 인플레나, 원료값 상승, 타 품목 상승률을 모두 감안하면 상대적으로는 값싼 편이라고 합니다. 짜장면 값이 평균 이하로 오른 데에는 정부 관리들의 도움(?)이 큽니다. 물가가 불안할 때마다 짜장면 값은 항상 물가당국의 눈치와 감시를 받아왔습니다. 힘없는 동네 중국집 사장님들은 공무원들이 지도를 가장한 단속을 나오면 항상 꼼짝을 못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물가를 잡으라니까 52개 주요 물가관리 품목에 포함되었습니다.

오늘은 새벽부터 일어나서 동작구 전역을 지그재그식으로 횡단하며 마라톤 거리와 같은 42.195km를 도보로 다니던 중 사당5동에 있는 중국집 ‘자금성’에 들렀습니다. 물가 인상과 바로 직결되는 짜장면 경제에 대해서 직접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도 싶었고, 또 하루 종일 걷다 보니 사실 배가 출출하기도 했습니다. 겸사겸사해서 찾아간 ‘자금성’은 테이블이 5개 정도가 빼곡히 배치되어 있고, 올해로 중국집 경력 12년의 이기수 사장님이 직접 요리를 하셨습니다.

내친 김에 이사장님과 함께 짜장면 시켜 놓고 이런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짜장면 가격이 인상된 것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짜장면 가격이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오른 것이 영업에 얼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이사장님 말에 따르면 한 포대에 24,000원 하던 밀가루 값이 32,000원으로 올랐을 뿐더러, 인건비도 오르고, 방학 때가 지나서 지금은 배달도 많지 않아 어렵다고 합니다. 식용유 값도 두 배 가까이 올랐구요. 7년간 이 음식점을 운영해 왔는데 지금이 제일 힘들다고 합니다. 실제로 사당동에 있는 상가들을 방문하며 들른 야채가게에서도 감자 한 바구니에 5,000원, 심지어는 깐 감자 한 알에 1,500원까지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국민들은 경제를 살리라고 이번 대통령선거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국민들이 뽑아준 새 정부가 경제 살리기는 커녕 초반부터 물가 관리에 실패했습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원자재값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 시장에서 자원확보에 나서고,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실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 아닐까요.

서민 중의 서민이라고 할 수 있는 동네 짜장면집을 들볶는 최근 물가당국의 행동을 바라보며 실망 많이 했습니다.

이번 4.9 총선의 민심은 짜장면집에서 태동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독단과 독선을 막아줄 힘은 강한 야당에서 나오고, 강한 야당은 바로 짜장면집 사장님들의 표에서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마침내 주문한 짜장면이 나왔습니다. 짜장면 드실 분! 하고 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