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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6.15 10주년 대정부질문] “지금은 정상회담을 기획, 추진할 때”


“지금은 정상회담을 기획, 추진할 때”

8.15 광복절이 정책 방향을 전면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 될 것

평양에 밀사라도 파견하고 이희호 여사 방북 허용해야 할 때

6.15 정신으로 돌아가야…대북정책 변경 촉구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을 맞는 15일, 정동영 의원은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통해 “한반도 위기지수가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 당시로 되돌아 가버렸다”며 “긴장 고조와 파국으로 치닫는 강대강 대결 상황을 극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수단은 남북 정상회담”임을 강조했습니다.

또, “평양에 밀사라도 파견해 직접 대화의 혈로를 뚫어야 할 때”라며 “평양에서 초청장을 받은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허용할 경우,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동영 의원이 본회의장 발언대에 서는 것은 2004년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약 6년반 만이며, 대정부질문을 하는 것은 2001년 4월 이후 9년 만입니다. 정 의원이 이번에 대정부질문을 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당의 요청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6.15에 담긴 역사적 의미가 컸기 때문입니다. 6월 15일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지 10주년이 되는 날인 동시에 5년전 정 의원이 통일부장관 재임 중 대북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날입니다. 이틀 뒤인 6월 17일, 정 의원은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북핵문제를 직접 논의했습니다. 

다음은 이날 대정부질문 전문입니다.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Ⅰ. 6.15의 의미

오늘은 6.15 남북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대한민국의 최근 현대사는 6.15 이전사와 6.15 이후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6.15를 계기로 증오와 적대의 남북관계사가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고, 그 길로 사람과 물자가 오갔습니다. 왕래가 많아질수록 긴장이 완화되고 신뢰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전쟁의 공포는 누그러졌고, 평화를 공기와 같이 향유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로부터 꼭 5년전, 6.15 5주년을 맞아 저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핵문제 해결과 평화 협력을 위해 통큰 조치들을 해나가기로 합의했습니다. 그 직후, 북한 특사단이 6.25 이후 최초로 동작동 국립묘지를 참배했고, 9월19일에는 베이징 공동 성명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개성공단이 본격적으로 확대 되었고, 북한 선박에게 제주 해역 통과를 허용했습니다. 남북간 사람과 물자의 왕래가 급증했습니다.

저는 그때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6.15 10주년을 맞는 2010년이 오면 ‘철의 실크로드’가 열려 철도를 타고 만주로, 시베리아로, 중앙아시아로 그리고 유럽의 각 도시로 갈 수 있게 되고, 그 곳에서 무역도 하고, 취직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꿈꾸었습니다. 이산가족의 고통이 사라지고, 동서독처럼 1년에 수백만 명이 남북을 오고갈 수 있는 시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6.15 10주년이 되는 오늘, 그 꿈은 현실이 되지 못한채, 역사는 뒤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민주정부 10년간 공들여 쌓아온 ‘평화의 탑’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대신 그 자리에 또 다시 증오와 적대 관계가 들어섰습니다.

Ⅱ. 전쟁이냐, 평화냐

지금 군은 휴전선에 확성기를 재설치하고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북 방송을 개시하면 격파 사격을 실시하고, 심지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우리 군 당국은 격파 사격을 해 오면 즉각 응징 보복 할 것이라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반도의 위기 지수는 1994년 ‘서울 불바다 발언’ 당시로 되돌아 가버렸습니다.

지금 남북간에는 모든 통신 수단과 소통의 통로가 단절돼 있는 상태입니다.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를 제어할 장치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만일, 우발적 충돌이 일어나면, 국지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양측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은 연후에야 강대국들의 개입에 따라 상황이 제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Ⅲ. 평화가 돈이다

한국 경제에서 평화는 경제의 윤활유입니다. 평화가 고갈되고 긴장이 조성되면 경제는 타격을 받습니다. 군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전쟁기념관에서 담화문을 발표한 다음날, 금융시장에서 29조원이 허공으로 증발했습니다.

지난 10년 햇볕정책을 통해 민주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쌀과 비료 등 총액이 2조원인데 비하면, 하루 아침에 29조원은 너무도 큰 돈입니다. 남북 간에 국지전이라도 발생한다면 이번에는 29조가 아니라 290조원이 날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가 전면 중단된 현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남북 사이에 마지막 생명줄입니다. 심리적 안전판이기도 합니다. 개성공단을 앞장서서 추진했던 사람으로서 저는 개성공단의 전략적, 경제적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습니다. 만일 개성공단이 닫히면 불안과 공포가 점차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한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고, 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한국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이 닫히면 남쪽에서만 26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투자액과 매출액 등 6조원이 공중으로 사라집니다. 개성공단은 평화가 돈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남쪽의 돈과 기술, 북쪽의 땅과 노동력을 결합시켜 한국 경제에 새로운 도약대를 만들고 북한에게는 개혁 개방의 길을 가르쳐주고자 했던 한민족 공동번영의 청사진입니다.

Ⅳ. 한반도에 대한 강대국의 입김

천안함 사건 이후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결정 능력은 줄어들고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늘어난 것은 실로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 변수가 이미지가 아닌 실체로서 커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이제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한편 북중 관계는 공고화되고 경제 협력을 넘어 정치협력, 외교협력 등 전면적인 ‘북중일치화’ 현상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무역의 70%, 상품의 80%, 광물자원개발의 90%, 원유의 10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남북 경제 협력이 사라진 자리를 북중 협력이 대체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남북관계가 파탄인 상태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설득하고 협력을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즉, 우리의 발언권이 약화되고 실종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Ⅴ. 정상회담을 기획, 추진할 때다

이 대통령은 지난 번 대국민 담화를 통해 한반도를 더 이상 동북아의 위험지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며, 남북이 주도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천명했습니다. 대통령의 언급대로 천안함 사건으로 촉발된 한반도의 위기국면 해소를 주변 강대국에 의지하지 않고 남북이 주도적으로 풀어가려면 결단이 필요합니다.

현재 긴장 고조와 파국으로 치닫는 강대강 대결 상황을 극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수단은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정책결정과정은 사실상 김정일 위원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면 더더욱 정상회담을 통해 사과와 책임을 요구해야 합니다.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남북 양측의 ‘자기결정권’을 회복하는 수단입니다.

아직은 시간이 있습니다. 위기로 치달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은 평양에 밀사라도 파견해 직접 대화의 혈로를 뚫어야 할 때입니다. 평양에서 초청장을 받은 이희호 여사의 방북을 허용할 경우,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온 8.15 광복절은 정책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민주당은 정부의 정책을 ‘전쟁’의 방향이 아닌 ‘평화’의 방향으로 트는데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Ⅵ.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현 정권에 대해 방향을 바꾸라고 명령했습니다.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며, 한반도에 전쟁 대신 평화를 만들라고 명령했습니다. 정부는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난 2년반 북한 붕괴론과 급변사태론 같은 이념 과잉과 비현실적 사고의 포로가 돼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성과를 내지 못한 데 그치지 않고 전쟁을 얘기 하는 상황으로까지 남북관계를 파탄냈습니다.

이제 정부는 그러한 대북정책을 속절없이 지속할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그것은 북한에 대한 강압과 봉쇄 일변도가 아닌 어떤 경우에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신념의 재정립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6.15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것 이외에는 위기 탈출의 출구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대북정책의 변경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