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동영의 말과 글

"돈에서 사람으로 시대정신 전환… 국가 운영 바꿔야"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돈에서 사람으로 시대정신 전환… 국가 운영 바꿔야"

정치는 약자 눈물 닦아 주는 것,

먹고 사는 문제 집중해야

민주당 자신감 갖고 '진보 의제' 되살려야 대선 승리

전북은 나의 어머니, 힘의 원천이자 자존심의 뿌리

   
▲ 정동영 상임고문은 "세상을 한번 바꿔보고 싶고, 통일시대의 문을 열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안봉주기자 bjahn@

싹 바뀌었다. 삶을 리셋하듯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 기자 초년병 시절처럼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용산 참사 현장이며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제주 강정마을 등에 그가 있었다. 서민들이 눈물 흘리는 낮은 곳에 함께 했다. 그런 과정에서 멱살잡이 등 수모도 겪었다. 그런 세월이 벌써 3년을 넘었다. 누구는 또 대선에 나가기 위해 쇼를 한다고 했다. 또 누구는 새로운 정치 모델이라 했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이르는 얘기다. 비록 각종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시대를 읽는 눈은 더 밝아졌다. 깊은 성찰과 연마로 콘텐츠도 탄탄해진 느낌이다. 그런 그가 앞으로 역경을 딛고 어떤 그림을 그릴지 자못 궁금했다. 인터뷰는 국회도서관 514호실에서 진행되었다.

- 안녕하세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정치개혁모임에 참석해 정견을 밝혔는데 이번 대선에 나오기로 결심은 섰습니까?

"지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우선 전북 도민들에게 인사부터 하시겠습니까?

"전북, 호남은 제 어머니죠. 제가 몇 년 전에 출마할 때도 슬로건으로 '어머니, 정동영입니다'를 걸어 놨는데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는 거죠. 저는 이 땅의 아들입니다. 이 땅이라는 게 무슨 땅이냐, 차별과 소외, 그리고 민주주의와 민족의식의 고향이죠. 전주를 갈 때나, 생각하면 마음이 싸해요. 짠해요. 아들로서 아들 노릇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아들이 객지에 나가서 돈도 벌고 출세도 해야 부모가 기(氣)가 서고 그러는데 아들이 출세도 못하고, 돈도 못 벌고…. 그러나 또 어머니가 있기 때문에 힘의 원천이고 정신의 뿌리고, 자존심의 뿌리고 그렇죠."

- 최근 '정동영, 대한민국을 선도하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그 동안의 정치행보와 비전을 선보였습니다. 2009년부터 지난 5월말까지 정 고문님의 이슈별 정치적 주장과 실천적 행보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놨던데요?

"인터넷 칼럼니스트가 재능 기부한 거예요. 3000페이지가 돼요. 국회연설, 동영상, 인터뷰 등을 정리한 거죠. 서문과 8개 분야로 돼 있죠.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3년 동안 여기에 집중했다는 거죠. 그 결과물이 민주당의 강령에 담겼다는 것이고, 그것은 당을 제 활동을 통해 이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는 것이고, 반면에 안타까움은 올해 들어서 이것이 실종됐다는 것이죠. 이게 지금 펄펄 살아서 뛰는 의제여야 하는데 다 실종되고, 종북논란이니 이박담합이니 뭐 요새 엉뚱한 곳으로 가 있는 거죠."(이 말을 하며 정 고문은 태블릿 PC에서 경향신문에 난 고려대 최장집 교수의 칼럼 '민주당내 두 개의 진보노선'을 보여주었다.)

- 3년 전 용산참사 때부터 변하신건가요?

"그러니까 2007년 대선에 임했을 당시는 중도노선이라고 봐야죠. 2008년에 미국 금융위기, 2009년에 용산참사를 겪으면서 근본적 성찰, 담대한 변화, 그리고 전주 출마해 원내에 들어와서 18대 국회 3년 동안 한 기록이죠. 전주에서 당선되고 올라와서 국회선서하면서 '용산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게 정치다'고 했죠. 그것이 정동영의 길이면서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이다 한 거죠. 그런데 당이 이 길에 대한 신념과 확신이 없는 거에요. 당이 뒷걸음치고, 자신감이 없는 거에요."

-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휩쓸줄 알았다가, 너무 죄클릭하다 실패한 거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정 고문님은 그게 아니라는 거죠.

"거기서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에, FTA든 재벌개혁이든, 복지문제든 신념을 가지고 임했어야 지지를 받았을 거 아녜요? 그런데 의제는 다 실종되고 민간인 사찰 하나 가지고 그러니 공허했죠. 2010년 지방선거는 의제가 있었고 2012년 4월 총선은 의제가 실종됐고, 2012년 12월이 되면 다시 의제를 되살려야 한다, 그것이 내 생각이고, 진보진영의 지식인들 생각이죠."

- 그러면 지금의 시대정신을 한 마디로 뭐라고 할 수 있습니까?

"한 마디로 하면 '돈에서 사람으로'죠"

- 아, 멋진데요.

"지난 30년 동안 돈과 시장에서 사람으로, 경쟁에서 행복으로 시대정신이 전환된 거죠. 경쟁이 목표가 될 수 없죠. 행복이 목표야죠. 요새 성장담론을, 우리가 성장도 얘기해야 된다고 말하잖아요. 성장이 나쁜 게 아니고 좋은 거죠. 그런데 성장이 목표가 돼서는 안돼요, 결과지. MB(이명박 대통령)는 성장을 목표로 걸었잖아요. 7% 성장하겠다, 그걸 따라가겠다는 건데.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남북 평화… 이 결과로 성장이 이루어지면 추구하는 거지. 성장을 목표로 내거는 것은 철학의 빈곤이죠. 시대정신을 꿰뚫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 어쨌든 문재인, 손학규씨 등은 성장을 얘기하면서 좌에서 중도로 가고, 박근혜씨도 우에서 중도쪽으로 가고, 그러다 보니 여야가 따로 없는 것 같애요.

"사회를 잘못 읽고 있는데, 단봉사회가 아니고 낙타처럼 쌍봉사회에요.(정 고문은 이 대목에서 그림을 직접 그려주며 설명했다.)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진행되다 보니까 가운데가 푹 파져버리고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방향을 택하는 거에요. 확실하게 이걸 정해야 1 대 1 대결이 되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개별사안에 대해서 정책으로 말해야죠."

- 정치개혁모임에서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30만 원 올린 것, 재벌들이 골목 빵집을 점령해 가는 것을 예로 들었던데요?

"그런 것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거죠. 오늘 아침 신문에 인천에서 69세 노인 부부가 자살한 것 보셨겠지만, 한 달 노인연금 15만 원이 수입의 전부입니다. 통장잔고가 3000원이죠.(태블릿PC로 기사를 보여주면서) 그게 그 분 한 사람 얘기가 아니라,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 550만 명의 45%가 절대빈곤선에 있어요. 의식주가 불안한 거예요. 그래서 그 결과가 나타난 게 노인자살률 세계 최고입니다. 그러면 국가적 과제가 어떤 게 시급한가, 민주당이 어떤 것부터 손대야 하는가. 1번이 노인연금, 2번이 아동수당, 3번이 반값 등록금입니다. 그 다음에 청년층, 그러면 민주당이 여기에다 올인해야 되는 거예요, 이게 왜 좌클릭입니까?"

- 지난 번 4·11 총선 때, 한미 FTA나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등에 대한 논리가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노무현 정부 때 한 것 아니냐, 왜 그것을 부정하느냐 그러는데 대응을 못하더라고요.

"반성문이 들어가야 대응이 되는 건데, 반성문을 안 쓰니까. 왜냐면 대통령이나 정부가 잘못할 수 있잖아요. 잘못했으면 잘못을 인정해야죠. 인정하면 대응이 되는데 그걸 인정 안하고 얼버무릴려고 그러니까 역공으로, 적반하장이지, 너희들 말 바꾼 사람들 심판해야 한다고 그러는 거죠."

- 지난 3년 동안 몸으로 부딪치면서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느끼신것 같은데요?

"그렇죠. 현장에 답이 있는 거예요. 여의도는 멀어요. 전주 모래내 장사하는 분들하고 여의도와 무슨 상관있어요. 거기서 괴리가 생기는 거죠. 현장은 지금 가뭄으로 땅바닥이 쫙좍 갈라지고 목이 타는데 여의도 앉아서 시원한 맥주나 마시고 있으면 너무 멀잖아요. 목이 타는 현장에 정치가 있어야죠. 안 그러니까 불신이 생기는 것 아닙니까. 불신이 뭐로 가요? 투표 안해 버리는 거죠. 그 놈이나 저 놈이나 똑같다 이거죠."

- 반성문(2010년 8월 8일 작성)에도 나와 있고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이겠지만, 지난 대선 때 BBK 하나만 가지고 선거 치르니까 국민들 눈에는 그것이 뭔지 잘 모르고…, 그러다가 패배하신 것 아녜요?

"사실 관계를 정확히 하면 제가 다른 얘기를 많이 했죠. 열에 아홉은. 그런데 BBK는 안했어야지, 나는. 나도 BBK에 대한 분노와 도덕성의 문제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다른 것은 기억에 안 남죠. 다른 것은 다 실종돼 버리고…"

- 호남 쪽에서는 인구가 적어 당분간 집권하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그걸 깨야 된다고 봅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 지역등권론이라고 있었죠. 오죽 했으면 그것이 등장했겠습니까만 그러면 대한민국에서는 특정지역에서 태어난 사람만 대통령을 할 수 밖에 없는가, 그 다음에 호남 출신은 아예 피선거권이 없는건가, 그런 근본적인 질문에 부딪치잖아요. 지역구도라는 현실이 있지만 넘어야 할 대상이지, 거기에 복종할 대상이 아니죠. 특히 이번 선거의 중요한 변수는 세대전쟁이라고 봐요. 박원순 시장 선거 때, 30대가 76 대 24의 지지를 했어요. 서울의 30대가 3배 넘게 지지한 거에요. 거기에 전라도가 어디 있고 경상도가 어디 있습니까. 그 20대 30대가 근본적 변화를 원하는 겁니다."

- 그럼 앞으로 호남이니 뭐니, 그런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겠네요?

"2차적인 게 됐죠. 1차적이 것은 세대전쟁입니다. 그리고 이번 총선 투표율 나왔잖아요. 수도권에서 20대 30대가 10% 이상 올라갔어요. 그에 비해서 50대 60대는 2% 올라갔거든요. 거기에 하나 덧붙이는 게 '잉여'라는 말 아세요. 이것이 키워드입니다. 1958년 손창섭 소설가가 '잉여인간'이란 소설을 썼는데, 요즘 20대가 자신들을 잉여라고 불러요. 자학적인 표현이지만 현실이예요. 그런데 이 사회는 자기들이 만든 사회는 아니란 말이죠. 거기에 분노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이 분노를 흡수해야죠."

- 통일부장관때 개성공단 착공과 9·19 공동선언 이끌어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B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MB의 정책은 이미 실패했으니까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다음 정부가 할 것을 얘기하죠. 첫째 대륙으로 가는 길을 뚫어야 해요. 그것이 한국경제의 활로입니다. 둘째 개성공단을 확장해야 해요. 20개는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9·19로 돌아가야 해요. 대륙을 뚫으면 청년실업에 대한 전망이 보이는 거고, 개성공단을 확장하면 중소기업의 전망이 보이고, 9·19로 돌아가면 한반도 평화체제가 보입니다."

-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 '종북도 안되지만 종북장사도 안된다'고 했는데요. 종북장사라면 뭘 말하는가요?

"매카시즘이죠. 낡은, 철 지난 딱지붙이기죠. 용공이다 좌빨이다, 박근혜에 부메랑이 될 거예요."

- 노 대통령이 원래 복지부장관을 권했다면서요.'역동적 복지국가'를 주장하는데 DJ정부의 생산적 복지나, 박근혜 대표의 한국형 복지와 다른 점은 뭡니까?

"복지와 경제를 결합하자는 거죠. 첫째가 보편적 복지고, 둘째가 적극적 복지, 셋째가 공정한 경제, 넷째가 혁신경제입니다. 예를 들면 OECD 평균이 임금노동자의 4명 중 1명이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일해요. 그런데 한국은 8명 중에 1명이예요. 여기서 15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죠. 여기다 돈을 쓰자는 거죠. 4대강에다 썼더니 녹조밖에 더 생겨요. 그런 것이 복지와 경제를 결합한 역동적 복지죠."

- 지난 4월 전주에서 전북고속 노조지부장이 단식농성하는 망루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라북도에 그런 장기 분규사업장이 처음이잖아요. 안타까운 일이죠. 이것은 헌법의 부족입니다. 무슨 얘긴가 하면 헌법에 노동3권이 보장돼 있으면 정부는 당연히 이걸 뒷받침해 줘야 되잖아요. 그런데 정부가 이걸 눌러요. 노조를 자꾸 와해시키려고 해요. 이 정부 들어와서 노조 조직률이 9.7%밖에 안 되잖아요. 사실 정부는 약자를 도와줘야 되는 거예요. 옳고 그른 것, 구체적인 것은 그 다음 문제고. 그게 바뀌면 전북고속 문제 같은 것은 분규가 생길 수 없는 거죠."

- 서울에서 농성중인 전주대 청소노동자들도 만났다면서요?

"지금 학교 청소하시는 분들 시간당 4500원 받아요. 서울은 5000원 주고. 한 달 90만 원 받거든요. 사람값을 너무 헐하게 치는 거죠. 최소한 150만 원은 돼야 어떻게 좀 살 거 아녜요. 홀어머니 가정이라든지 그걸로 생활하는 가정이 있거든요. 이것을 어쩔 수 없다고 놔두면 안 돼죠."

- 한옥마을 만들고 35사단 이전에도 꽤 힘쓰신 걸로 아는데요?

"35사단 이전에도 힘을 썼죠. 한옥마을은 김완주 시장 전에 지구 지정이 해제됐어요. (김완주 시장을 공천 받도록 해서) 그걸 다시 묶고 전통문화중시도시로 해서 판소리극장 짓고, 견인차 역할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10년만에 대박이 난 거에요. 또 제가 전주 국회의원이 아니었으면 월드컵경기장도 없었을 겁니다. IMF 금융위기 오니까 97년 12월 초에 광역시 7개로 정부가 발표해 버렸잖아요. 그걸 제가 뒤집은 것 아닙니까. 대통령 당선자에게, 그 때 제가 대변인이니까, 없는 공공사업도 일으켜야 하는데, 일본은 10개인데 우리는 왜 7개입니까. 바꿉시다. 해서 10개로 바꿔서 전주로 온 거죠."

- 지난 1월, 지역구(전주 덕진)를 떠났습니다. 그래도 전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변함이 없을 줄 압니다만.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죠. 에너지라는 게 전북이 가진 정치적 역량, 총량이 가령 100이라면 그게 어디 가겠어요. 의원이 수도권 등 어디에 가있건 고향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요."

-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아주 가까이서 겪었는데 그 분들 평이랄까?

"역사가 평가해야죠. 저는 DJ 대통령의 손에 이끌려 정치에 입문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과 담판을 했다, 그게 제 정치역정 17년을 두 분과 관계속에 정리한 거죠."

- 정치를 하는 이유랄까,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세상을 한번 바꿔보고 싶었어요.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었죠. 통일의 초석을 놓고 통일시대 문을 열고 싶고…. 또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