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Y 칼럼

대북 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되어야 합니다.

남북장관급회담이 열렸습니다. 중요한 시점인데 걱정이 있습니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에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하는데 악조건을 안고 시작했습니다. 그런 조건 속에서 6자 회담을 통한 핵문제 해결과 남북 간의 화해 협력정책의 병행추진을 기조로 지난 5년 동안 나름대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도주의적 문제가 6자회담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됨으로써 우려할만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북 인도지원의 대표적인 것이 쌀, 식량, 비료지원인데,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지난 7년 동안 다른 문제와 연계되지 않고 인도적 지원을 실시해왔습니다. 이것이 지난 7년 동안 남북 간의 적대수준을 현저히 낮추고 또 기본적 신뢰관계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인도적 지원문제가 6자회담문제와 연계되면서 대북 지원 일정이 보류 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2월 20차 장관급 회담, 4월 13차 경제협력추진위에서 남북관계 일정을 2.13 베이징 합의일정과 연계하고, 대북지원을 보류하기로 해왔습니다. 더구나 21차 장관급 회담에서도 BDA 문제를 명분으로 대북지원(특히 쌀 지원 문제)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장관급회담에서 이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여기에는 3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인도적 지원은 일관되게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났습니다. 실제 김대중 정부 이후 인도적 지원은 북측의 식량문제, 특히 어린이와 산모의 기아상태를 면하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6자회담과 연계하는 것은 원칙에서 벗어납니다.

둘째, 대북지원의 연계 이유가 되고 있는 BDA 문제입니다. BDA 문제 해결은 북미 간 베를린 합의사항입니다. 현재 미국 측은 미국은행을 통해 송금을 보내는 기술적인 해결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 문제로 한국정부가 대북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셋째, 남북관계의제의 중요성을 비춰볼 때, 남북 열차개통, 개성공단 확대, 서해평화 정착, 국군 포로 납북자 문제 해결 등 핵심문제를 6자회담에 종속시켜 남북 관계의 병행 발전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 일어나 유감스럽습니다.

국민의 정부 이후 대북지원은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1999년, 2002년 서해 사태를 겪으면서도 정부 당국은 대북지원 문제를 정치, 군사적인 문제와 연계하지 않았습니다. 국내적으로 한나라당 및 보수 언론으로부터 ‘퍼주기’로 비판받으면서도 교류협력의 확대를 통해 상호 신뢰의 기반을 구축했고 이러한 결과는 남북 3대 협력사업(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의 확대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05년 차관급 회담과, 김정일 위원장 면담, 9.19 베이징 공동 성명을 통해 남북, 한미, 남북미 3각 관계 선순환을 이룬 배경에는 인도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고 판단합니다.

통일부장관 시절, 남북관계가 어려웠습니다. 북이 핵 보유를 선언해 교류와 협력이 축소될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2005년 초 정부 일각에서 ‘비료지원은 절대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남북관계를 풀어야 핵문제도 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비료를 지원했고, 결국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켰습니다.

그리고 6.17 면담과 9.19 공동성명 채택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가능했던 것은 인도적 지원을 통한 상호 신뢰의 제고 노력이 결실을 봤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2006년 북핵문제와 인도적 지원을 연계하는 정책의 결과, 6자회담은 북미 중심으로 흘렀고, 우리의 역할이 사라졌습니다. BDA문제로 북한 문제가 교착을 지속하는 동안 한국이 할 일은 없었고, 오직 워싱턴과 평양을 바라만 보는 수동적인 입장으로 후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2007년이 한반도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시행정부는 임기 내에 북핵 문제의 가시적 성과를 추구하고 있고, 중국 또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전에 북핵 문제의 해결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북연계정책을 펼 경우,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 우리의 설 자리가 협소해집니다. 남북관계에서 현 정부에 남아있는 시간은 3달입니다.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2006년과 같이 대북지원과 같은 소모적 논의가 반복되어 남북 관계의 문이 극도로 축소될까 걱정이 됩니다.

참여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정착의 역사적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남북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진전시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서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서해평화정착, 한강하구 공동개발, 열차 개통 등의 핵심적인 경제 협력사업은 군사적 신뢰구축의 핵심적인 조항이기 때문입니다.

잔뜩 쌓인 현안을 놓고 대북지원 연계로 교착상태에 빠지면 한반도 운명이 걸린 평화문제에서 한국이 소외된 채, 국제적 교류가 논의되는 불행한 시나리오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대북 지원은 인도적 차원에서 계속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그 무엇보다도 막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