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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경향 사설] 민주당, 좌·우가 아닌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 민주당, 좌·우가 아닌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주말 대선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1박2일에 걸쳐 개최한 워크숍에서 기득권 포기 등을 골자로 하는 7개 항의 ‘민주당 신조’를 결의했다.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과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폐지 등을 실천해야 할 지침으로 내놨다. “민생을 책임지는 정치가 우리의 길”이라며 예의 혁신을 다짐하기도 했다. 3주 앞으로 다가온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제1야당이 제 몸을 추스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러나 선거에서 패할 때마다 되풀이해온 중도강화론이 다시 불거진 것을 두고는 걱정부터 앞선다. 워크숍에서는 대선 패배를 민주당의 ‘좌클릭’ 탓으로 돌리며 “진보보다 중도·중원을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애당초 오른쪽 날개를 자르고 시작해서 졌다”는 초선 의원의 진단이나 “종북세력과는 선을 그어야 하고, 중도우파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원로의 주장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민주당에는 불리하기 짝이 없는 언론 환경 탓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나 북방한계선(NLL) 논란처럼 이념 색채가 짙은 이슈들이 과도하리만치 선거 이슈로 부각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절반 이상의 책임은 민주당의 몫이다. 중산층과 서민의 피부에 와닿는 어떤 정책을 내놓았는지 반성부터 하는 게 먼저다. 민주당은 중도를 포기한 채 진보에 집착해서가 아니라, 이 부분에서 실패하는 바람에 진 것이다.

중도강화론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국가, 경제민주화와 같은 화두를 중도강화 전략의 상징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사태 호도이고 책임 회피이다. 조금만 뜯어보면 새누리당의 중도강화 전략이 성공한 게 아니라 진보정책 차용이 평가를 받은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만 본다면 새누리당의 중도강화 전략으로 보일지 몰라도 새누리당으로선 정체성이 위협받을 만큼 좌클릭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최대 이슈인 기초노령연금만 해도 새누리당이 정책적으로 좌클릭한 산물이지, 민주당이 의미하는 중도강화, 즉 우클릭의 결과는 아니다. 이마저 구별하지 못한다면 이념과 정책·이슈를 혼동하는 것이다.

워크숍에서 정동영 상임고문은 ‘민주당은 좌·우가 아니라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자’고도 했다. 유념할 만한 말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뒤늦게 대선의 최대 패인으로 드는 ‘50대 반란’만 해도 그것은 좌·우를 가르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유권자들은 누가 이 팍팍한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킬 수 있을까 자문한 결과 박 당선인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의원 세비 30% 삭감 등과 같은 결의도 그렇다. 입으로만 외칠 게 아니라 당장 실천해야 한다.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민주당의 활로를 모색하는 첩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고, ‘민생을 책임지는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