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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영광과 상처의 날, 6월 29일

 

6.6 현충일부터 6.10 민주항쟁, 6.10 만세운동, 그리고 6. 25...6월달을 정리하며 돌이켜보니 6월은 유독 역사적인 일들을 기념하는 날이 많은 달입니다. 그 중 6월 29일은 영광과 상처가 함께 담겨있는 날입니다.


20년전인 1987년의 6월 29일은 6월 민주항쟁의 결실이 맺어진 날입니다.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헌법을 지키겠다는 전두환 정권에 맞서 국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자는 직선제 선출 요구가 관철된 ‘국민 승리의 날’이었습니다.


또 12년전인 1995년 6월 29일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무고한 시민들 500여명이 숨진 가슴 아픈 날이기도 합니다. 그 처참하고 뼈아픈 현장을 직접 국민들에게 전달했던 사람으로서 그 날을 기억하면 아직도 마음이 저립니다. 당시 생방송을 하면서도 내내 울먹이며 가슴속에서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던 기억이 납니다. 이것은 우리 정치사회 시스템 전반의 붕괴이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울분을 토했던 기억도 납니다.


6월 29일이 남긴 중요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2007년이 대한민국 역사와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해인지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6월 민주항쟁 20주년, 민주세력 집권 10주년이 되는 2007년, 지금도 군부독재, 개발독재의 후예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민주세력이 힘을 모으지 않고 과거, 부패, 냉전 세력이 집권을 하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거꾸로 갈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이루어 낸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는 다시 부패로 물들 것이며, 남북분단은 더욱 고착화 될 것입니다.

왜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습니까? 그것은 인재였습니다. 정경유착, 행정관료의 부패, 그리고 부실시공이 빚은 명백한 인재였습니다. 개발독재시대가 낳은 폐해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다시는 대한민국이 과거로 회귀한다거나 부패가 발 붙일 수 있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아직도 70-80년대의 사고방식으로 대한민국의 땅을 파서 운하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것도 4년 안에 끝내겠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기상이 담긴 백두대간을 파괴하는 것도 모자라 ‘속전속결 지상주의’로 이런 대규모 사업마저 부실공사로 진행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은 재앙입니다. 표만 의식해서 국민을 현혹하는 최악의 파퓰리즘입니다.


이제 더 이상 땅을 파는 것이 우리의 대안이자 비전이 될 수 없습니다. 지식경영 시대, 우리가 가야할 길은 더 넓고 더 많습니다. 이제, 대륙으로, 바다로, 그리고 우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지구촌의 미래 무대는 바로 우주에 있습니다. 운하를 건설할 돈이면 2020년까지 우리 국민들을 달나라에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위성발사체 계획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4조원을 투입해서 2015년까지 800킬로 상공에 1.5톤짜리 우주선을 쏘는 계획입니다. 이 계획을 키우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민주화 운동의 결실을 맺은 날, 그리고 개발독재의 폐해가 드러나 날. 민주화와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6월 29일을 맞아 2007년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6월 29일은 선진국으로의 도약과 남북경제공동체 실현, 그리고 우주로의 진출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미래화’ 시대를 상징하는 날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6월 29일을 맞아 6월 민주항쟁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