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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우리 모두의 승리를 위한 대장정, 그 첫발을 내딛으며...

우리 모두의 승리를 위한 대장정, 그 첫발을 내딛으며...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가슴속에 안고 걸어가려 합니다.


오늘은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 첫 발을 디딘 날입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한명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인식되어 왔었지만 공식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오늘이었습니다.

처음 집을 나와 대문을 나서면서 가슴속으로 “그래! 오늘부터 시작이다. 오늘부터 진짜 시작이다. 운동화 끈 새로 묶고 한번 뛰어보자!”라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아침부터 여러 분들을 만나 뵙고 행사장인 국민일보 메트로홀에 도착하니 많은 지지자 분들과 지인분들이 보였습니다. 그 인파들을 지나 출마선언장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의 열기로 인해 순식간에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장소는 좁고 사람은 미어지고... 순간 ‘양복을 벗어도 될까?’, ‘넥타이를 풀고 목 단추를 풀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의전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더운데 양복입고 삐질삐질 땀을 흘리느니 ‘그래 벗자. 평소 신념인 실사구시가 바로 이런 게 아니겠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옆 자리에 조세형 고문님이 앉아계셨는데 양해를 구하고 양복과 넥타이를 벗었습니다. 그리고 내친김에 연설도 그 복장으로 했습니다. 아마 대선 출마를 선언한 사람들 중 정장이 아닌 와이셔츠 차림의 연설은 제가 처음이었을 겁니다.

오늘은 감독이나 코치의 입장이 아닌 선수의 입장으로 첫 발을 디딘 날입니다. 대통합을 위한 행보에 전력을 다하면서 병 아닌 병이 저에겐 생겼습니다. 보름동안 집에 들어가면 두통이 심하게 왔습니다. ‘내가 병이 걸렸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30분 단위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설득하고 토론하고 격론을 벌이며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른 주자들은 지역들을 순회하며 조직 만들고, 세력 만들러 뛰어다니는데 대통합한다고 진 다 빠지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대통합에 사력을 다하지 않으면 길이 없다라는 절박감이 모든 것에 우선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던졌던 김근태 전 의장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특히, 저를 포함해 김근태 전의장,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이렇게 3명이 여의도 한 곳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그때.  그때가 대통합을 위해 걸었던 보름간의 여정 속에서 가장 보람찼던 기억이었습니다. 정말 그때는 솔직하고 인간적인 대화가 있었습니다. 자신을 비운 사람이 있었기에 거기서는 모두 정말 솔직해 질 수 있었습니다. 서로 선의의 협력과 경쟁이 가능한 상대라는 생각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사실 저는 2002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도전입니다. 2002년 1월 8일 대선 출마 선언을 했으니 꼭 5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5년 6개월의 세월동안 저에게는 정말 파란 만장한 곡절과 도전, 역경 그리고 시련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걸 헤치고 오늘 다시 출발 신호를 쏘았습니다. 길었던 5년 6개월간, 그 세월의 무게가 쌓였다는 것을 두 어깨에 느끼면서 말이죠.

출마선언이 끝나고 행사장을 나오는데 계속해서 들리는 노래가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정동영!~우리 모두 다 같이 정동영!~” 가만히 듣고보니 어릴적 불렀던 동요를 개사한 것이더군요.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내내 그 노래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아마 ‘우리 모두 다같이’라는 그 가사가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정동영’ 을 연호하며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 그것은 그냥 ‘정동영’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마음을 제 이름에 투영해 연호해주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못 채운, 자신이 못 잡은 평범한 꿈을 내가 대신 이뤄주고 만들어 주길 바라는 사람들. 그 소박한 사람들이 갖는 꿈을 “이제 내가 두 어깨에 짊어졌구나” 라고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두 어깨가 무거웠지만 또 한편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 평범한 사람들의 꿈을 제가 꼭 실현하겠다는 다짐을 안고 걸어가려 합니다. 그게 바로 제가 오늘 이야기했던 ‘중통령’의 길이라 믿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