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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 칼럼

윤장호 병장, 고이 잠드소서....

지난달 둘째 아들 현중이가 해병대에 입대했습니다. 굳이 자원해서 가겠다는 기백이 흐뭇하기는 했지만, 역시 부모인지라 연병장에서 바라본 뒷모습에 마음이 애틋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첫째 욱진이는 작년 8월, 제가 독일에 가있는 동안 입대를 해서 짧은 머리로 씩씩하게 들어가는 모습도 보지 못했습니다. 애비로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어제, 조국의 부름을 받고 이국땅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다 순직한 윤장호 병장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두 아들을 군에 보낸 애비로서, 하나뿐인 아들을 타국 땅에서 잃게 된 윤 병장의 부모님 생각이 먼저 났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가슴에 묻어야 할 그분들의 아픔이 저의 아픔인 듯 느껴집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데, 그분들에게는 손이 통째로 베어지는 아픔일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반듯하고 효성 깊은 젊은이였다고 합니다.

“군대에 가서도 진짜 군인이 되고 싶고 통역도 잘 하니 힘든 곳으로 다녀오겠다”며 부모님을 설득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날 만큼 믿음직스러운 젊은이였다고 합니다. 다음달 14일이면 귀국인데, 3개월만 지나면 제대인데....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은 사람의 생명입니다. 사람의 생명과 인권은 그 어떤 것보다 고귀하다는 생각을 언제나 가슴속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아니,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자식둔 부모의 마음에 그 자식의 목숨만큼 소중한 가치는 없습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우리의 자식들, 우리의 군인들도 국민이기에 보호되어질 권리를 가집니다. 정치는 그런 국가를 만들어 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평화에 대한 굳은 신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지만, 이러한 저의 각오가 가슴이 뻥 뚫려버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무슨 위로가 될 수 있겠나 싶어 무기력과 자책이 느껴집니다.

 

한반도를 조금이라도 더 평화롭게 만드는 것 이외에 살아남은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더 이상 헛된 피가 흐르지 않아야 합니다. 윤장호 병장이 다음 생에 다시금 이 땅에 태어난다면, 그때에는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비옥한 토지가 되어있도록 만들어야 할 의무가 바로 우리에게 있습니다.

 

현중이 같은 장호, 욱진이 같은 장호, 우리 아들 장호...

이젠 총과 칼이 없는 세상에서 편히 잠들어라...

어머님, 아버님...

그 슬픔, 나눌 순 없겠지만 함께 느끼겠습니다.

부디 아픔을 이겨내시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여기 합천의 밤은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깊어만 갑니다.

 

 

2007년 2월 28일

합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