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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정동영이 '야당 진로'를 호남에 묻는 까닭

 

정동영이 '야당 진로'를 호남에 묻는 까닭

<분석과전망>야당의 진로는 진보정치에서 열릴 것인가?

 

2014.10.27  자주민보  한성

 

▲ 사진자료, 정동영 페이스북에서 펌   © 한성 자유기고가


 
  

경청투어

傾聽‘Tour’를 조합해 만들어낸 단어다. 생소하다. 한문과 영어의 조합이니 더 그렇다. 돌아다니며 말을 듣는다는 뜻 정도로 읽힌다.

정치인이 만들어낸 말이다. 정치인이 하는 그 말에 귀 기울여 경청할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경멸의 대상으로까지 추락한 정치, 정치인

 

정치인은 지금 누구를 막론하고 인기가 없다. 아니 어쩌면 경멸 대상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정치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있다.

 

국가기관인 국정원의 선거개입 혐의를 두고 수만의 국민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여당 정치인은 온갖 논리를 동원해서 방어에 나섰는가 하면 힘 있어야하는 야당은 투쟁의 광장에서 벗어나 몸을 숨겨서다.

 

특히 대중들은 야당의 처신들에서 그 정치환멸을 더 높혀놓고 있다.

투쟁하는 대중들이 야당에게 호통을 쳤지만 그게 의식되기는 했는지 투쟁하는 시늉은 했다. 그러나 야당이 선 자리는 투쟁하는 대중의 맨 뒷 꽁무니였다.

사상 유례 없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야당의 자세와 태도 역시 다를 것이 없었다. 대선출마까지 했던 한 정치인이 오랫동안 단식투쟁을 했지만 사람들은 그것에서 그 어떤 진정성도 발견하지 못했다. ‘인기관리라는 험한 말까지 나왔다.

새 정치를 앞세워 정치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치인 안철수가 몰락한 것도 순간이었다. 그가 강조했던 새 정치가 사실은 허상이었음을 보여주었기에 몰락이라는 말은 극히 과학적이었다.

 

경청투어라는 말을 쓴 이는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인 정동영이다.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청투어를 알렸다. 뭔가 다르다. 말을 자주하고 잘도 하는 것이 정치인이다. 그런데 정치인이 말을 듣는다고 하고 있다. 말을 듣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신선하다.

 

진보적인 호남정신속으로 들어가는 정동영

 

정동영은 무슨 말을 들으려고 하는 것일까? 정동영은 야당의 진로를 사람들에게 물을 것이고 그것을 자신은 들을 것이라고 했다. 일단, 정치의 본연으로 보인다.

 

정동영은 우선 경청할 대상으로 호남을 설정하고 있다. 왜 호남일까? 그는 호남이 정치사회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대해 특별한 규정을 내리고 있다. 호남이 시대의 진보를 선도해왔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저항을 옹호하고 대표한다고도 했다. 동학혁명과 5.18이라는 역사를 그 근거로 들었다.

매우 객관적이다. 호남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보여주었던 정치적 특질들을 객관적으로 고찰하게 되면 누구할 것 없이 도달할 수 있는 결론들이다.

 

그는 급기야 호남정신이라는 개념까지도 썼다. 과하지 않다. 그가 말하는 호남정신은 이른바 지역감정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서 물러날 즈음 김대중을 이어받을 지도자로 적지않은 사람들은 흔히 호남정치인을 꼽았다. 그러나 호남의 대표도시인 광주는 경상도 정치인인 노무현을 선택해 파란을 일으켰다. 전 국민들이 광주의 선택에서 확인한 것은 호남에서 대통령이 나와야한다는 지역감정에 바탕한 의식이 아니라 사회 진보에 대한 열망이었다. 지역감정이 잘못된 정치가 만들어낸 것으로서 통치의 분할전략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정동영이 동원하고 있는 호남정신이라는 개념을 극히 사회과학적 개념으로서 가치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유이다.

 

호남인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보의 중심을 다시 세우고, 보수 정권과 맞서 당당하게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길을 가야 합니다

정동영이 경청투어를 알리는 페이스북 글에서 쓰고 있는 말이다. 정동영은 그것이 진정으로 호남 정신을 바로 세우는 길이며, 국민을 위하는 길이며, 정권교체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진보적이다. 그렇듯 정동영의 경청투어에는 진보정치가 묻어난다.

 

정동영의 진보적 정치 행보

 

정동영은 진보정치인인가?

언론인 정동영이 정치인 정동영으로 변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대를 했다. 그에 따라 정동영은 대선출마를 했다. 그렇지만 패배했다. 패배한 장수를 사람들이 좋아할 리가 없다. 이후가 보장된 인물로도 보이지 않아서 더욱 그랬다. 그렇게 잊혀지고 말 것처럼 보였던 정치인 정동영은 그러나 어느 순간엔가 정치무대에 복귀를 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진보정치인으로서다.

 

정동영이 대선패배를 하고 난 뒤 미국으로 가 공부를 하고 돌아왔던 그때 진보적인 사람들은 정동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2011년이었다. 당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한미FTA공동전선을 만들었을 때였다. 민주당의 대표성을 갖고 뛰었던 그에게서 사람들은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진 그의 정치철학을 확인했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지고 미국의 금융위기를 목도했을 때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경험했다고 그는 실토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보았다고 한 것이다. 그에 따라 그가 정치적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 한미FTA투쟁이었다. 미국에 대한 과학적 인식에 기반한 행보였다.

 

그가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탄압 받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희망버스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게 되자 진보적인 사람들은 그에게 더욱 더 확고한 지지를 보냈다.

 

특히 현시기 세월호 정국과 관련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능을 질타하고 더 나아가 그 방향을 제시하는데서 그가 내보여주는 진보적 관점은 여타의 다른 정치인과는 다른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가 새정치연합에게 제시하는 방향은 서민 그리고 진보에 기반한 정책과 노선의 정상화를 통한 야성의 회복이었다.

현 시기 새누리당 지지율은 40%대를 유지하지만 새정치연합은 2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그 누구도 새정치연합에서 희망을 걸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이 인터넷 진보언론인 레디앙과 지난 913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을 앞선 게 딱 3번 있다고 했다. 한 번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반짝 올랐고, 두 번째는 2011년 손학규 전 대표와 자신이 당내에서 중도 대 진보로 각축을 벌일 때로 그 이후 손 대표가 분당 재보선에서 당선됐을 때라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그해 가을 한미FTA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이 반대 당론을 확정했을 때라고 했다.

 

정동영이 강조한 것은 야당다운 야당, 방향성을 가진 야당이었다. 야당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과 관련하여 제시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예시라고 할 만하다. 종국적으로는 진보에 대한 강조이다.

 

지역틀로서 가장 높은 수준의 진보를 담지하고 있는 호남에서 벌이게 되는 정동영의 특별한 경청투어가 단순히 야당의 강화에서 벗어나 진보정치 강화를 위한 행보로 읽히는 이유이다.

 

저는 앞으로 호남의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호남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고언을 집중해서 경청하고자 합니다

정동영이 말하는 대로 호남정신이 어떻게 야당의 진로를 밝혀줄 것인지 그리고 그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어떻게 마련하게 될 것인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