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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누가 정동영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김상진 칼럼] 누가 정동영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2015.01.08  헤럴드경제  김상진

 


정동영, 그는 최근 20여년 동안 한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TV뉴스를 진행하던 인기 앵커에서, 열린우리당 의장, 통일부 장관, 제18대 대통령후보를 지냈다.
승승장구하던 정동영도 굴곡의 정치인생을 겪었다. 2009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되었으나, 19대 총선에서는 야당의 불모지 강남에서 출마해 낙선했다. 18대 대선에는 출마를 접어야할 만큼 ‘대선 패배자 낙인’은 정동영에게 뼈아픈 것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야권의 신당창당과 관련하여 다시 회자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정동영에게 ‘대통령후보를 지낸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고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과연 야권에서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자가 있을까?

새정치민주연합 당사에는 두 장의 사진이 걸려있다. 바로 김대중, 노무현 전직 대통령의 사진이다. 즉, 새정치민주연합은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정신 계승을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인 중 누가 정동영 만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했는가? 이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야당 정치인이 몇이나 될 것인가?

정동영은 통일부 장관시절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여 개성공단을 안착시킨 장본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백 번의 강연을 통해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이 민족의 살길임을 설파하고 있다. 정동영은 자신의 꿈이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여행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사)대륙으로 가는 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남북관계가 위기로 치달을 때마다 정동영은 항상 의미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남북의 대결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과연 김대중 전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정동영 만큼 계승하고 실천하는 정치인이 있을까?

뿐만 아니라, 정동영은 지난 7년여 동안 쌍용자동차 파업 현장, 한진중공업 고공 파업현장, 용산참사 현장, 세월호 참사 현장 등 고통 받는 서민 곁에서 그들을 위해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서서 싸운 인물이다. 처음에는 ‘정치적인 쇼’라고 손가락질 당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쇼라도 좋으니 정동영 만큼만 하라’는 소리가 현장에서 터져 나왔다. 그의 진정성 있는 실천은 정동영을 진보정치인으로 재탄생시켰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민을 위한 정치’ ‘사람 사는 세상’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정치인은 정동영이 아닐까?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무조건 당선지역인 전주지역구를 떠나 야당의 불모지인 강남에 출마하여 낙선하였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동영은 최소한 전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어 다시 입당한 후로는, 야당이 어려울 때 야당을 위해 헌신과 봉사를 마다하지 않아왔다.

그런데,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에서 정동영은 공천에서 배제되었다. 또한,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를 계파 수장들로 구성하면서도 정동영을 또 배제하였다.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치인에 대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대통령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고 말한다면 이것은 언어도단이다.

야권의 신당출현을 지지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정치인 정동영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는 사람이 하며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적으로 사람을 배제하면서 어떻게 같은 정당의 동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동영은 야권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낸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그의 설자리마저 없애버리고 선당후사를 외친다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최소한의 동지의식도, 동업자 의식도 사라져 버린 정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만약, 정동영을 포함한 신당이 출현하게 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또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제대로 혁신하여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정당이 되면 창당 동력을 상실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지속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정당인채로 남아있다면 신당 창당은 불가피한 일이 되고 만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도부는 정동영에게 돌을 던질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회초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중국 전국시대에 시교(尸校)가 지은 책 시자(尸子)에 정치를 이렇게 말했다. ‘정치는 사람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바르지 않으면 남이 따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