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전 장관 탈당 후 첫 신문인터뷰

 

정동영 전 장관 탈당 후 첫 신문인터뷰

"광주·전남 '신당바람' 진앙지 돼달라"

2015.01.22  무등일보  김대원 서울취재본부장


진보적 대중정당만이 정권교체 가능

시민사회 새정당 요구 역사상 처음
천정배, 당연히 국민모임 합류할 것

 

21일 오전 여의도에서 무등일보와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후 첫 신문인터뷰를 갖고 있는 정동영 전 장관.

 

- ‘국민모임’이 촉구한 새로운 정치세력 건설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소명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기왕에도 비슷한 시도는 있었다. 이번 신당창당 움직임이 과거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큰 차이가 있다. 우선 '국민선언 105인'의 구성이 그동안 민주진영과 진보진영에서 각각 활동을 하면서 결을 달리해 온 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두 번째는 선언 내용 측면에서 ‘제1야당을 교체하기 위해 새로운 정당을 건설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동안 역사적으로 재야·시민사회에서 수많은 시국선언과 성명이 있었지만, 이번 처럼 제1야당을 직접 겨냥해 야당 기능을 상실했으니 새로운 정당을 건설해 달라고 시민사회와 정치권에 촉구한 전례는 없었다. 세 번째로는 개인이 아닌 ‘세력’이 결합된 신당 창당이라는 점이다.

- 최근 몇 년 새 본인도 지적했듯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사람이 운동권처럼 저렇게 할 필요까지 있느냐’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심지어 ‘정동영이 언제부터 진보였느냐’는 비아냥도 있다. 도대체 2007년 대선이후 무슨 일이 있었나.

▶ 저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계기가 두 번 있었다. 용산참사와 미국의 금융위기다. 대선 패배에 대한 자책감과 반성, 신자유주의 폐해에 대한 재인식과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그 이후 ‘나는 그동안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해 왔는가,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해 왔는가?’라는 물음 앞에 묻고 또 물었다. 국민에게 진 정치적 부채는 치열한 실천을 통해 갚아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제 정치인생 19년 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겠다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깨달음과 실천이 쌓인 결과라고 감히 말씀 드릴 수 있다.

- 미국의 보수 양당제와 서구의 보수-진보 양당제는 각각의 사회정치적 경험의 축적이다. 우리나라의 보수-중도 양당제 역시 전쟁과 남북분단에 따른 역사적 결과 아닐까. 제1야당 내부의 진보블럭 강화 노력을 중단하고 굳이 진보정당 창당의 길로 가려는 것에 우려와 의문이 있는 게 사실이다.

▶ 저는 2010년 공개 반성문 발표 이후 끊임없이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두 기둥으로 한 ‘합리적 진보’를 민주당 안에서 실현해 보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中上層)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을 따라 하는 정당으로 퇴화하는 것을 보면서 저의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한 지난 6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거기에다 당의 구조는 갈수록 계파 싸움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그런 현실 앞에 참담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대로 놔두면 절대로 스스로 변화나 혁신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지금 당장은 아무리 잘못하고, 지지율이 낮고, 국민들한테 욕을 많이 먹고 있어도 결국 선거 때는 자신들 밖에 표를 줄 야당이 없다고 생각하는 무사태평이 당을 지배하고 있다.

- 정의당 등 기존 진보정당으론 진보정치 구현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 현재 진보정당들도 합당과 분당을 거듭하며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고받았고 사분오열 돼 있다. 지리멸렬한 상태다. 그래서 국민모임 신당은 또 다른 진보정당 하나를 더 만들거나, 기존의 진보정당들을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없다. 국민모임 신당은 그런 ‘갈래 길’을 만들자는 게 아니다. 제3당을 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현재 야당 노릇을 못하고 정권교체 가능성도 없는 제1야당을 교체해 정권교체로 나아가는 더 큰 길을 내는 정당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진영 개혁파와 진보진영 세력이 힘을 합쳐 서민과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대변하는 진보적 대중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 현재 광주와 전남에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있는가. 혹은 천정배 전 장관처럼 같은 울타리에서 정치를 하고 싶은 분이 있는가.

▶ 얼마 전 광주를 다녀 온 국민모임 관계자가 말했다. 택시를 타고 가다 국민모임 관련 얘기를 나누던 중 택시기사께서 "나도 신당 할라요"라고 단호하게 말씀을 하시더란 것이다. 그것이 광주 민심의 일단을 보여준 것 같다고 전했다. 일단 큰 원칙은 명망가 중심의 정당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바닥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상향식 정당 건설이 될 것이다. 영세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조 활동가, 택시 노조분들, 대학생과 청년 실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젊은이 등등. 그렇게 국민모임 신당은 '장그래 정당'이 돼야 한다.

- 천정배 전 장관의 합류 가능성은.

▶ 당연히 국민모임에 합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 전 의원이 ‘시민사회가 주축이 돼 새로운 정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그동안 말해왔다.

- 광주·전남 유권자들께 한 말씀 해 달라.

▶ 새정치연합에 대한 실망과 염증에 대한 반사이득으로 무언가를 얻어보겠다는 생각은 없다. 국민모임은 우리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정치가 어려울 때 그 길을 앞장서서 뚫어주는 것은 늘 호남이었다. 민주주의 가치와 평화를 지향하면서 사회경제적 약자와 서민·중산층도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의(大義). 그걸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전면에 나서 행동하고 실천해 온 정의로움. 그렇게 그 시대의 진보를 선도해 온 게 바로 호남이었다. 동학혁명이 그랬고, 5.18이 그랬다. 그것이 호남정신이요 자랑이었다. 광주·전남이 국민모임 신당 바람의 진앙지가 되어주셨으면 고맙겠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격려 그리고 동참을 당부 드린다.

 

출처 : http://www.honam.co.kr/read.php3?aid=1421852400458919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