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내용은 2007 세계 지식인 포럼에서의 강연내용을 전문으로 옮긴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신사숙녀 여러분
한국의 자랑 가운데 가을 날씨가 있습니다. 오늘 같이 맑고 푸른 가을 날씨에 글로벌 리더와 지식인들을 만나게 되어 매우 반갑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유럽이 그리스로마 이래 찬란한 전통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 대한민국은 유구한 문화와 예술, 그리고 빛나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근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한 동안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기도 했습니다. 더없는 치욕과 슬픔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역사의 시련을 이기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산업화 30년, 민주화 20년을 뛰어넘어 빛나는 역사적 전통을 다시 가슴에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에서는 민주정부 10년의 노력으로 IMF 외환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세계화의 충격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국민 통합이 적지 않게 훼손되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사회 배제적 선진화로 갈 것인가, 사회 통합적 선진화로 갈 것인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세계화를 원하십니까? 피도 눈물도 없는 시장만능주의를 원하십니까? 저는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를 거부합니다. 여러분은 20%만 잘살고 80%는 버려지는 2대8 세계를 원하십니까? 저는 최근 IMF가 이례적으로 세계화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는 보고서를 낸 것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무엇보다도 우리 대한민국이 “차별 없는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 없는 성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노동자가 차별 없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말합니다.
차별 없는 성장을 위해 지도자가 할 일은 새로운 성장잠재력을 키워 경제의 체질을 더 강화하는 것입니다.
차별 없는 성장은 좋은 교육 기회, 완벽한 교육훈련 시스템, 평생학습 제도, 촘촘한 사회 안전망의 토대에서 가능합니다.
차별 없는 성장을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중소기업 강국”을 통한 부의 창조입니다.
10년 전에 비해서 한국의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강해졌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의 대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적극적 투자 마인드가 살아날 수 있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겠습니다. 그러나 공정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지켜져야 합니다.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공정경쟁의 질서를 지켜내는 것이 정통 시장경제입니다. 저는 정통 시장경제론자입니다. 금산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첫째, 세계적인 금융 강국인 영국과 미국이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금산분리 원칙의 완화는 특정 재벌을 편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둘째, 과거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불과 10년 전에 재벌이 종금사를 소유, 사금고화함으로써 외환위기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다시 강자만 살아 남는 정글 자본주의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금융 강국이 되려면 견제와 균형의 건강한 경쟁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중소기업 강국”을 만들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꿈은 중산층이 되는 것입니다. 그 꿈을 담을 그릇이 필요합니다. 그 그릇은 전체 일자리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입니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사람 부족, 기술 부족, 자본 부족, 사기 저하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전통 중소제조업에게는 활력을, 첨단 중소기업에게는 더 큰 혁신을 불러일으키겠습니다.
생계형 중소기업에서 고부가가치 미래형 중소기업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역량 제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 증진, 소상공인의 자생력 강화, 기업 수준에 맞는 맞춤형 지원을 하겠습니다. 미래형 중소기업 못지않게 전통적 중소기업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한 세대는 전통 제조업도 함께 가야 합니다.
일찍이 대만, 독일, 일본이 해낸 일을 한국이 해내지 못할 리가 없습니다.
차별 없는 성장을 위한 두 번째 전략은 “신성장 동력 육성”을 통한 부의 창조입니다.
과학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항공우주, IT, 바이오, 나노 등 신기술 산업에서 중국과 일본과 경쟁하겠습니다. 금융, 문화, 관광 등을 첨단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만들어내겠습니다. 또한 우리 산업의 취약 부문인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여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용의 새로운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저는 운하를 파는 대신 항공우주산업 강국을 만들겠습니다. 운하는 수나라, 당나라 이후 새로 판 적이 없는 시대착오적이고 환경파괴적인 토목프로젝트입니다. 항공우주산업은 경제적, 기술적 파급효과가 조선과 자동차의 3배입니다. 항공우주산업은 지도자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2025년까지 달나라에 과학탐사기지를 설치하겠습니다. 여기서 멈칫거리면 장래에 한반도의 상공은 강대국들이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뚫고 나가야 합니다.
신기술산업은 불확실성과 위험이 높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를 최우선 과제로 집중하겠습니다.
차별 없는 성장을 위한 세 번째 전략은 “대륙경제시대”를 통한 부의 창조입니다.
북한의 개혁, 개방은 북한 경제의 발전을 위한 토대이며 우리 경제가 도약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제공할 것입니다.
저는 어제 개성공단을 다녀왔습니다. 개성공단은 대한민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데 있어 블루오션입니다. 대한민국의 성장잠재력은 벽에 부닥쳐 있습니다. 성장잠재력의 4요소는 토지, 자본, 노동, 생산성입니다. 한국은 토지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노동 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자본 투자는 정체 상태에 있습니다. 생산성 향상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이 벽을 넘기 위해서 북한의 양질의 노동력과 값싼 토지를 남한의 자본과 기술과 결합시켜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합니다. 지난 60년 동안 한국 경제는 섬나라 경제였습니다. 대륙으로의 진출이 막혀 있었습니다. 이제 철도와 도로를 통해 북한을 경유해 만주, 시베리아, 유럽으로 진출함으로써 물류와 사람과 돈을 대륙과 소통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대륙경제 비전입니다.
아울러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해주특구를 개성공단과 연결하고, 또 인천과 연결하여 서해평화경제특구로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평화경제 삼각지대로 만들어내겠습니다. 상해 푸동, 오사카 고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삼각축의 하나로 만들겠습니다.
차별 없는 성장을 위한 네 번째 전략은 “내수 시장 활성화”입니다.
지금 주요 수출산업의 국산화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IT산업의 경우 국산화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10%만 올려도 성장률은 1.1% 상승하고 21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의 연계성을 높여야 합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품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국산화율을 높이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첩경입니다.
자영업과 전통적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제적 활력이 넘치고, 돈이 돌아야 합니다. 돈이 백화점, 명품점, 골프장에만 돌아서는 안 됩니다. 돈이 재래시장, 골목상가, 영세식당, 택시에도 돌아야 합니다.
1000대 기업의 사내유보가 360조입니다.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재테크를 하면서도 새로운 투자는 미루고 있습니다. 투자가 늘어야 돈이 돌고 경기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경제는 70%가 심리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업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내고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주겠습니다. 또한 열심히 노력하는 부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차별 없는 성장을 위한 다섯 번째 전략은 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자의 차별을 없애는 “유연안정성 성장”입니다.
노동의 유연성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으로 재교육과 직업훈련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패자부활이 가능하고 제2, 제3의 성공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고용 안전성에 불평등이 있습니다.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은 지나치게 보호받고,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시장은 지나치게 불안합니다. 동일노동 동일처우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개선되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차별 없는 성장을 발판으로 하여 한반도 평화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 시대를 초석으로 평화의 아시아 시대로 나아가야 합니다.
아시아에서는 맨 먼저 일본이 개방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개방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개혁, 개방했고, 베트남이 개혁, 개방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북한이 남았습니다. 북한은 현재 개혁, 개방에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북미관계를 포함해 외부세계와 적대적인 관계에 있을 때 개혁, 개방은 체제에 대한 위협입니다. 그러나 적대관계가 친구의 관계로 바뀌면 중국, 베트남처럼 개혁, 개방이 경제, 사회의 발전 전략이 될 것입니다. 북한의 개혁, 개방이 아시아의 개혁, 개방의 화룡점정(畵龍點睛)입니다.
외교는 평화의 실천입니다. 북한은 연내 핵 불능화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는 신뢰구축이 핵심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정부는 적극적인 대북포용정책을 통해 남북간에 기본적인 신뢰를 쌓았습니다. 그 과정에서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정동영의 역할도 있었습니다. 남북간 신뢰를 강화하고 확충해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이 한반도 평화시대를 여는 데 있어서 주도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핵심적인 포인트입니다. 한국의 보수적인 야당은 남북관계에 대한 철학이 부재합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철학은 낡았습니다. 아직도 수구냉전적인 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상당 기간 표류하거나 후퇴할 것입니다. 한국은 제3자이거나 구경꾼의 위치로 전락할 것입니다.
내년 2008년은 한반도에 빅뱅,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우연히도 저는 한국전이 끝나는 날인 1953년 7월 27일에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정치를 하면서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내는 것을 제 정치적 소명으로 삼아왔습니다.
“글로벌” 시대는 외교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합니다. 뒷거래와 비선으로 미국 대통령을 만나려다 국가 망신을 시킨 저자세 외교, 저 품격 외교로는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없습니다. 외교 안보 통일 남북 문제는 참모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밤을 새며 고뇌하고 선택하고 결단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저 정동영이는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상임위원장으로서 6자회담을 재개시키고 한반도 비핵화를 확인하고 남북공조와 한미공조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최초로 합의하고 문서화한 2005년의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낸 실적을 갖고 있습니다. 당당한 외교, 능력 있는 외교, 품격 있는 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을 외교 강국으로 만들어내겠습니다.
아시아는 오랜 전통과 문화,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유럽이 그리스로마 이래 찬란한 전통을 가지고 있듯이, 아시아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 예술이 빛나는 세계의 등불입니다.
아시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섬인 북한이 문을 열면 이제 아시아는 명실상부하게 세계의 아시아가 될 것입니다. 아니 아시아의 세계가 될 것입니다.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은 동일한 한자 문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마치 유럽이 기독교와 “라틴어”를 그 바탕에 두고 있듯이, 동아시아는 유교와 “한자”를 전통과 문화의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유럽이 공통의 문화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으로 통합했듯이 우리도, 우리 동아시아도 공통의 문화를 바탕으로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의 아시아 시대를 열게 될 것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차별 없는 성장은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성장입니다. 저는 차별 없는 성장으로 “낙오자 없는 세계화”를 이루고, 세계화의 과실을 국민 모두가 골고루 따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차별 없는 성장은 깨끗한 부자가 존경받는 성장, 땀 흘려 성공한 사람들이 대접받은 성장, 투기가 아닌 창의적 노력으로 일한 자가 성공하는 성장을 말합니다.
저는 대통합민주신당에 ‘차별 없는 성장 특별위원회’를 두어 당 안팎의 전문가들을 모아 좀 더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열린 대한민국이 아시아를 이끌고 세계를 움직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평화의 아시아 시대”를, “열린 아시아의 집” 만드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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