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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차라리 저에게 죄를 물으십시오!

저는 오늘 BBK 사건과 관련한 정봉주 의원의 1심 구형공판을 참관하고 나왔습니다. 검찰의 징역2년형 구형은 충격적입니다. 이것은 대선후보 도덕성 검증에 앞장섰던 국회의원의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5개월 전 대통령선거에서 저는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했습니다. 선거에 진 패장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수사와 재판 만큼은 정치의 기본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이것은 선거에 이긴 승자가 경쟁 상대측을 처벌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이 사건은 한나라당의 경선 과정에서 먼저 단초가 불거진 것입니다.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대선 후보 검증은 선진 외국에서도 철저하게 진행됩니다.

본선에서의 검증은 당내 검증보다 더 치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검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검증이 사법처리로 이어졌다는 얘기는 외국에서도, 우리의 과거 정치사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지금 여권은 전대미문의 사법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검찰의 사법처리 대상은 10여명이 넘습니다. 정봉주의원과 서혜석, 박영선, 김종률, 김현미 의원과 여러 명의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소환, 수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 죄를 묻지 마십시오. 이분들은 당과 국민을 대표해 대선 후보 검증에 참여한 것입니다.

후보 검증활동을 처벌한다면 앞으로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은 위축될 것입니다.
 
법적 책임을 묻겠다면 후보인 저에게 물으십시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지 의원과 당직자들에게 있지 않습니다.저와 참모들에 대한 분리대응 운운은 지극히 정략적인 발상입니다.


이명박대통령과 여당인 한나라당에게 촉구합니다.보복의 정치가 아니라면, 우리 정치가 한 시대를 매듭짓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보여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