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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의원회관

봉하마을을 다녀왔습니다...


두번째입니다...

무서울 정도로 뜨거운 날씨였습니다...
그러나...
그 열기에 비할 수 없는 열기 속에
재로 변해가신 대통령님을 마지막으로 뵙는 날이기에...
부채질 조차 부끄러웠습니다...

서거하신 당일, 전주에서 그 소식을 듣고
차안에서, 사무실에서 목놓아 울었습니다...
차를 몰고 한번도 쉬지 않고 봉하마을로 갔습니다...


                                        <사진 원본 출처: 뉴시스>


무엇을 하기 위해서,
누구를 만나기 위해서...
그런 아무런 목적도 없었습니다...
그저 본능적인 이끌림처럼 맥없이 달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전이실때 단한번도 가지 못했습니다...
가지 않았다는 말이 맞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없으실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가고 가지않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없으신 상황이 현실이 되는 순간
누구하나 탓하지 않더라도
누구하나 관심조차 없더라도
가지 않았음이 죄가 되어 슬펐습니다...

제 아이디는 처리 입니다...
2001년, 아이디라는 것이 뭔지도 잘 모르고
온라인에서의 소통이라는 것이 어떤 힘을 갖는지도 모를때
사소한 이유로 노사모에 가입하며
즉흥적으로 만든 아이디 입니다...

'처리' 라는 아이디가 제 인생을 어떻게 결정지을지,
그로 인해 저에게 자연인 이외의 결정적 정체성이 생길것이라는 결과는
생각지도 못할 시기였습니다...

지금 제 인생에 가장 중요한 관계들은 모두 '처리' 라는 아이디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처리 라는 아이디는 곧 노무현 전 대통령님과의 관계 속에 만들어진 정체성입니다...
대통령의 서거는 저에게 그런 의미였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관계...
그것이 지금 상황에서 부정이든 긍정이든
제 삶의 관계는 그로부터 구성되었습니다...
그분의 서거는 그러한 시작의 붕괴였습니다...

슬픔...
그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현장에서 사람들의 눈길이었습니다...
왜 왔지... 라는 비아냥...
원망과 증오에 찬 눈길...
무리를 짓고 차단해버리는 냉대...
그것이었습니다...

그분들 모두는 눈물과 웃음의 관계로 엮인 분들이었습니다...
2002년 하나의 목표로 낯섬도 없이 어깨 걸던 분들이었습니다...
지역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하는일이 달라도
목표의 동일함으로 하나된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과 함께한 술과 이야기들...
그 속에 함께 나누었던 눈물과 웃음은 지금의 저를 만든 근거입니다...

2004년...
아무도 시작하지 않을때 여의도 매서운 바람 맞으며
탄핵반대집회를 함께 조직했던 분들입니다...
탄핵을 반대하며 몸에 불을 지르는 결의를 함께 지켜봤던 분들이며,
목이 쉬어 숨소리 이외에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할 즈음...
조용히 옷속에 삼각김밥 넣어주며, '먹어야 한다' 투박하게 챙겨주던 분들입니다...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일하게 되자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시며 '잘됐다'고 '잘됐다'고 눈물 주시던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보내는 비아냥, 눈길, 냉대...

부끄럼없이 통곡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바로 그 현장에서 눈물을 속으로 삼켰습니다...
슬퍼도 슬퍼할 수 없었고,
함께 일하려 해도 일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외진 곳에 앉아 목놓아 울다... 인기척 들리면 아닌듯 일어서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왜... 왜...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아니 거창하게 그렇지 않더라도...
노무현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정권을 다시 잡는 것이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바깥에 할일이 있다... 나와라... 단 한마디에 청와대 일을 접을 수 있었던 것도,
그것이 대통령을 지키고, 대통령께서 그토록 사랑하는 국민들을 지키는데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단 하나의 마음이었습니다...

정몽준과 단일화 조차도 수용해버린 대통령이었습니다...
서울 선대본 발대식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님의 단일화 수용 발표는
전날 부산 선대본 발대식에서 고조되었던 승리와 가치를 향한 열정을 단한번에 식혀버린 일갈이었습니다...
눈물바다였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과연 정몽준으로 되어버릴 경우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두려움과 무거움이 있었습니다...
"너의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대중의 삶의 변화이다"
선배의 가차없는 비판에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부족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아무리 부족해도 정권을 넘겨주는것보다 부족하지 않습니다...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용산에서 사람이 죽지 않았을겁니다...
개성공단이 문닫을 위기에 처하지 않았을겁니다...
무엇보다... 무엇보다...
내 마음속의 대통령께서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죄책감...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이라도 감당해야할 죄책감...
그것만으로도 죽고 싶을 정도의 비참함이었습니다...
소고기 촛불집회가 전국에서 발화할때도
단 한번 이외에 나갈 수 없었습니다...
삶의 무게에 눌려있던 저 분들이 저토록 절박하게 거리로 나서야하는 아픔...
그또한 없었을수 있었던 일이기에...
죄스럽고, 죄스러웠습니다...

누구를 탓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나 힘들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홀로 숨죽여 울어야 하는 아픔도...
지금 막 대통령님에 관한 mbc 스페셜을 보면서
베개에 얼굴 묻고 통곡해야하는 아픔도...
기꺼이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을 함께 해왔던 분들...
적어도 그 과정 속에 진정성을 공유했던 분들의
냉대와 비아냥과 눈길은 너무나 아픕니다...

봉하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생전에 못찾아뵌 것이 마음에 못이 됩니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이... 정말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결코... 보시기에 부끄러운 행동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대통령님 지켜드리고 싶었습니다...'

봉하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저의 모든 것인 '처리'가 그 속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사람들...
슬프지만 함부로 표내지 않고 가슴속으로 삼키는 사람들...
탓하지 않고 먼저 책임을 느끼는 사람들...
오늘 더 아플 그분들 모두에게 공감의 존경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