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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일본 민주당의 승리를 환영한다

하토야마 대표의 ‘우애혁명’ 리더십에 기대한다


   일본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고 54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을 축하하고 환영한다. 하토야마 대표가 ‘나의 정치철학’에서 설파한‘우애혁명론’을 볼 때, 민주당의 승리는 단순한 집권교대가 아니라 일본 국민이 새로운 철학과 패러다임, 그리고 이를 실천할‘가치혁명’의 리더십을 선택한 것이다.

   7년에 걸친 전쟁과 36년에 걸친 식민지배를 경험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승리에 기대를 걸고자 한다. 신사참배 중단을 약속하고, 과거사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사과를 언급해온 하토야마 대표가 진정성 있는 실천을 통해 새로운 동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하토야마 대표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설명하면서,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와 시장근본주의의  파탄을 선언했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모색, 즉 우애혁명’을 제안하였다. 그는 “앞으로의 정치의 책임은 글로벌리즘이 석권하는 가운데 무시되었던 경제 외적인 가치에 관심을 가져 사람과 사람과의 유대를 재생시키고, 자연이나 환경에의 배려, 복지나 의료제도의 재구축, 교육이나 아이를 기르는 환경의 충실, 빈부격차의 시정 등을 통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정돈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간, 환경, 복지, 행복의 ‘가치혁명‘을 선언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일본헌법정신에 규정된 평화주의와 국제협조주의에 바탕한 ‘동아시아 공동체”구상을 제안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하토야마 대표의 이 같은 정치철학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하나 둘씩 정책으로 현실화되기를 거듭 기대한다.

  일본 민주당의 압승은 무엇보다도 지난 30년간 지구촌에 강요되었던 미국주도의 신자유주의가 확실히 끝났다는 세계사적 조류를 다시한번 확인해 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등장과 일본 민주당의 정권교체는 이제 세계가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시대의 물결 속으로 들어섰다는 가장 분명하고도 확실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낡은 가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장이 목적이 아니라 인간이 목적이다. 물질이 목적이 아니라 공동체가 목적이다. 전도된 가치관을 바로잡는 일이 한국에서는 눈앞에 닥친 과제가 되고 있다.

  97년 한국의 수평적 정권교체로 시작된 민주정부 10년도 새로운 패러다임과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사회를 ‘혁명적’으로 개조한 10년이었다. 97년 이전의 개발독재식 패러다임은 해체되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 ‘생산적 복지와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뿌리내리는 시기였다.

  그렇지만, 아쉬움 또한 크다. 여러 환경적 제약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명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이제라도 한국의 민주개혁세력은 신자유주의를 대체할 ‘선진복지국가’의 모델을 국민과 함께 정립하고 실천해야 할 임무가 있다. 

  평화주의와 아시아공동체를 강조하는 일본 민주당의 승리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대북 강압과 제재 일변도의 부시 공화당과 아소 자민당 라인이 대화와 외교적 해결을 기축으로 하는 오바마와 하토야마로 교체된 것은 분명히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의 화해협력을 위한 좋은 환경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다. 정부는 우리 운명을 우리가 주도한다는 전향적 자세로 모처럼 열리고 있는 남북대화의 문을 더욱 활짝 열어야 한다. 

               

2009년 8월 30일

국회의원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