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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정동영, "북핵문제는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

정동영 의원 NPC 연설 관련 일문일답

※ 아래 내용은 NPC 연설 후 현장에 참석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Q: 북미간 직접 대화를 역설한 당신의 연설과 제안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는지요.

A: 잘 아시다시피 북한은 늘 직접대화, 정상회담을 원했습니다. 북한과 관련한 큰 변화들은 정상회담을 통해 일어났습니다. 1차 핵위기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했던 카터와 김일성의 회담을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최근에는 김정일과 클린턴이 여기자 석방을 위해서도 만났습니다.

북한에 있어서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 정권에서 체면이란 그들에게 목숨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에 대한 야망을 포기할 경우 일지라도 미국과 같은 강대국과의 정상회담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금 북한은 미국과 고위급 직접 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 정부가 고위급 직접 회담을 할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설에서 말했듯이, 2000년 5월에 김정일 위원장이 장쩌민 주석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 해 6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했고, 푸틴을 만나러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에 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김정일은 미국 대통령을 11월에 만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알다시피, 북한의 상황은 클린턴이 평양에 가기에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클린턴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워싱턴으로 초청했습니다만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Q: 브루킹스 연구소의 연구원입니다.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는데, 그 시기를 명확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연락사무소를 관계정상화 과정 중에 설치해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회담이 재개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설치해야 한다는 것인지요? 왜냐하면 제 생각에 북한 정권은 그동안 연락사무소 설치에 그렇게 열의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연락사무소보다는 곧바로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A: 북한이 연락사무소보다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더 원한다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연락사무소는 1994년에 이미 합의가 됐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쿠바에 이익대표부를 두고 있습니다. 테헤란에도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북한에는 안됩니까? 이것은 미국 정부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완전한 관계 정상화냐, 연락사무소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Q: 한국말로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모두 웃음) 최근 북한이 미국에 대화제의를 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조금 뒤로 물러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오히려 미국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뒤로 물러서는 정부의 태도를 신뢰할까요?

A: 한국말로 질문하셨으니 답변도 한국말로 하겠습니다. (웃음) 진정성, 의도를 다 의심하죠. 그런데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을 포기하겠느냐’는 것에 대해서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모두발언에서 ‘지금 기회를 잡아야한다’고 말씀드렸는데, 20여년전 핵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이후 지금이야말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판이 짜여지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제 결심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미국과 거래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오바마 정부는 ‘적국과도 대화하겠다’고 해서 이미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에서도 평양에 대해서 적대적인 자민당 정권 대신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고 하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즉, 판이 바뀐 것입니다.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이미지, 여론이 굉장히 악화돼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反북한정서(anti-North Korean sentiment)’가 굉장히 강하고 넓게 퍼져 있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자기들이 쓸 수 있는 즉, 국제사회를 화나게 하는 카드를 다 써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북한은 그들이 내놓은 카드를 가지고 첫째,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고 둘째, 미국과 국교를 수립해 체제안전을 보장받고, 경제제재가 해제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의지와 의사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인간이 만든다고 믿습니다.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도자의 결단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달, 서울을 방문했던 북한 조문단의 김기남 비서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기남 비서가 얘기 중에 ‘시대가 변했다’ 그리고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몇 차례 강조하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의 최고위층이 하는 언급은 김정일 위원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돼 있기에 내부 핵심(inner circle) 안에서 통용되는 얘기가 바로 ‘시대가 변했다’,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하다’라는 것을 느꼈고, 이것은 지금의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상황과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당신이 가진 철학과 열정, 이상주의 중에서 어떤 점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습니까?

A: 질문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이상주의자이면서 동시에 현실주의자입니다. 제가 이상주의를 포기한다면 저의 이상을 현실로 실현시킬 동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평양과 워싱턴만이 북핵문제를 다루고 있고, 한국 정부는 배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국민은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할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먼저 남북대화가 빨리 재개되고, 그 다음으로는 비핵화문제가 평양과 서울 사이에서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방금 북한 조문단과의 대화내용을 잠깐 말씀해주셨는데, 혹시 조문단을 만났을 때 앞으로의 북미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신 게 있습니까?

A: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없었습니다. (웃음)

Q: 저는 미국이, 북한의 문을 열기에 충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미국에 어떻게 설득하겠습니까?

A: 예전에 뉴욕타임즈에 보도되었던 기사를 읽었습니다. 콜럼비아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핵 없는 세상’에 관한 글을 썼더군요. 그 글의 작성자는 콜럼비아 대학에 다니던 오바마였습니다. 그의 정책, 이상, 비전, 즉 핵 없는 세상에 대한 오바마의 비전은 이미 그의 대학시절, 젊었을 적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오바마는 이란과 북한의 어려운 핵문제를 대면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란 핵문제에 비해 북핵문제가 더 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Global Nuclear Summit 전까지 해결한다면,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더 쉬워질  것입니다. 이는 오바마의 ‘새로운 외교’ 정책에 큰 업적이 될 것입니다.

Q: 미국에서 자라난 한국인 교포들에게 북핵과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까요?

A: Hickman씨가 미국 해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4년간 복무하셨는데요, 정전협정이 언제 이뤄졌는지 아십니까? (너무 오래되어 모르겠다는 답변이 나옴) 1953년 7월 27입니다. 저는 영원히 그 날을 잊지 않습니다. 그 날이 제 생일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웃음) 저는 56년 평생을 이 불안정한, 불편한 상황에 살아왔습니다. 따라서, 저는 정치인으로서 이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안정적이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바꾸는 데에 기여할 것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한반도는 냉전의 외로운 섬입니다. 세계 수준에서의 냉전이 이미 20년 전에 끝났는데도 말입니다.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된 것을 아실 것입니다. 또 중국이 완전히 바뀌었고, 동유럽 공산 국가들이 이미 시장경제로 전환한 것을 아실 것입니다. 냉전의 그림자가 오직 한 곳, 한반도의 하늘에만 드리워져 있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에 드리운 이 그림자를 없애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인들에게 거의 60년 동안이나 불행한 운명과 상황으로 고통받아온 한국에 대해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이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금강산에서 이번 주에 하는 이산가족 상봉을 보십시오. 100명의 이산가족이 만나게 됩니다. 한국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던 1997년부터 2007년까지 20,000명이 넘는 이산가족이 만났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한국의 새로운 정권 하에서는 남북 대화와 교류가 완전히 중단되었고, 이산가족 상봉 또한 중단되었습니다. 남북한을 제외한 이 세계 어느 나라에 또 형제, 자매, 가족이 떨어져 살고 있습니까? 따라서 우리는 남북간 직접대화와 북미간 직접대화를 통해 한반도에서 핵문제를 종결시켜야 합니다. 또, 북한과 일본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면, 이 또한 상당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생일이 7월 27일이라고 하셨는데,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시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모두 웃음)

A: 기억하시는군요? (모두 웃음)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