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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한가위의 풍성함은 더불어 함께하는 마음에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으뜸명절, 한가위입니다. 


 
한가위가 이처럼 으뜸인 것은 한 해의 땀과 눈물이 수확되는 계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들녘의 황금빛에서, 시장을 가득 메운 재수용품과 선물세트에서,
무엇을 고를까 고민하는 우리 어머니들의 바쁜 손놀림에서 우리는 그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풍요로움이 크고 넓어질수록 더 큰 상실감과 더 큰 소외를 느끼는 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8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용산참사 유가족들에게 이번 한가위는 더욱 사무치는 아픔일 것입니다. 여전히 일터에 대한 불안함 속에, 차별 대우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그분들의 가족에게 풍요로움은 다른 나라 이야기로 들릴 것입니다.
청년실업대란 속에 대졸자들은 집안 어르신들을 뵙는 것이 두렵고 힘들 것입니다.
그들을 바라 봐야하는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년 만에 겨우 100여분이 북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8만여명의 이산가족들에게 이번 한가위는
또다시 헤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눈물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내 평생에 만날 수 있을까’ 힘들고 괴로우실 것입니다.
한가위 재수용품을 팔고 있는 시장상인들의 풍요로움도 공룡슈퍼들에게 빼앗긴지 오래입니다.
이번 한가위에도 어김없이 보름달이 뜰 것입니다.

밝음을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는 해에게 소원을 빌지 않고 달에 소원을 빕니다.
그것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 그 빛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한가위에는 달을 보며, 우리 사회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치유되기를 함께 빌었으면 합니다.
그분들의 아픔이 당장 사라질 수 없지만,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기를 함께 소망했으면 합니다.
그분들의 아픔은 곧 우리의, 우리 가족의, 우리 이웃의 아픔이기 때문입니다.

한가위의 풍성함이 단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하는 마음에 있음을 믿습니다.

명절 잘 보내십시오. 

                                                     
                                                      2009년 9월 28일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