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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상식이 무너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마음을 외면했습니다.

대리투표를 인정하고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을 통해 통과된 개정법은 유효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절차가 불법이면 결과도 불법인 것이 당연한데, 그 결과는 모르겠다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일입니다. 나라를 어지럽게 만든 판결입니다.

법속에 정의가 들어있지 아니하면 그 법으로 어떻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까.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처럼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위태로워지는 법입니다. 헌재는 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판결로 역사에 오점을 남겼습니다.

‘여론이 독점되어서는 안됩니다’, ‘절차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국민이 상식이라 부르는 이야기들입니다. 상식이 무너졌습니다. 입법부와 헌법재판소 모두에 의해 상식이 무너졌습니다. 법이 상식을 무너뜨렸습니다.



미디어법의 내용에 대한 판단은 이미 국민의 여론을 통해 내려졌습니다. 독과점 신문과 재벌이 방송까지 장악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기 위해 공룡여당이 불법을 동원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판단해야할 부분은 통과절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대리투표,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등 초등학생도 알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생생하게 중계된 증거를 앞에 두고 국민은 분노했습니다.

정치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세력들 간의 협의와 조정의 과정입니다.
정치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것부터 잘못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의 한계이기에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했습니다. 공룡여당의 일방 독주와 탈법 행위를 심판하기를 바랬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국 법이 정치의 시녀가 됐다는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헌법재판소는 스스로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정신을 위반했습니다.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2009년 10월 29일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