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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파병’없는 ‘경제지원’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부의 아프간지방재건사업요원과 경비병력의 추가파견은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파병’없는 ‘경제지원’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것이 국익을 유지하며 우리 젊은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길입니다.

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테러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것으로 42개국 정도가 파병하고 있다”는 것과 “안정적인 주한미군 주둔 여건을 조성하는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이번 발표의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 장관이 이야기하는 42개국은 대부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를 NATO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NATO 조약의 ‘자동개입’ 조항에 따라 개입한 나라들입니다. 또한 한국의 파병이 주한미군 차출을 막는데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알-카에다와 탈레반 소탕 작전 등에 ‘차출될 것이라 주장하는’ 주한미군의 전투 임무를 대신 수행해야 하는 데, 이는 이번 재파병이 지역재건사업요원의 파견에 따른 보호병력 파견이라는 정부 측의 주장과 모순되는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미국 측에서 복잡한 정세에 따라 군사적 지원이 어려울 경우 경제 지원도 가능하다고 밝힌 상황에서 경비병력이라고는 하나 전투병의 파병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의 경우, 미국의 파병 요청이 있었습니다. 심정적으로는 반대했지만, 한미동맹을 고려하여 당시 여당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파병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미국의 파병요청이 없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조차도 아프간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앞장 서 병력을 보낼 이유가 없습니다.

                        <사진 출처 : 뉴시스, 사진을 클릭하시면 원본으로 링크됩니다>


2001년 이후 1,499명의 다국적군이 아프간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중 3분의 1에 이르는 452명은 올해 사망자입니다. 불가피한 교전가능성이 있어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김태영 국방부장관의 발언은 이러한 상황을 알고도 하는 이야기입니까!

아프간을 포함한 중동지역의 평화는 반드시 성취해야할 국제적 과제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인도주의적 지원과 재건을 위한 참여는 아프간인에 대한 나눔임과 동시에, 향후 중동지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바람직한 투자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한미동맹의 공고화를 위해서도 적극적 개입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조차도 신중한 전략적 판단을 고려할 만큼 불안정한 아프간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낼 이유가 되겠습니까! 지난 2007년 '아프간 인질사건‘ 이후 우리 정부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파견했던 공군수송지원단, 국군의료지원단(동의부대), 건설공병지원단(다산부대)을 모두 철수했습니다. 지금의 상황이 그때보다 더 안정화되었는지에 대해서 국민은 확신하지 못합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을 국제분쟁의 현장으로 보내는 것은 항상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곧 하늘이기 때문입니다. 국제관계 속에서 어쩔 수없는 상황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조차도 인원을 최소화하며 달리 대응할 방법을 찾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입니다. 국민은 젊은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을 감수할 용의가 있을 것입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국론이 분열되지 않습니다.

자국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두는 것은 국제사회의 관계를 깨는 것도, 세계평화의 가치를 가벼이 대하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정당한 권리입니다.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정부는 발표 내용을 전면 재검토 하십시오. ‘파병’은 안됩니다.

2009년 11월 3일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