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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 공보실

[제헌과 건국, 그리고 조봉암] 토론회 축사


정동영이가 왜 조봉암 선생 토론회 후원자가 됐는지 의아해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저는 역사학도 출신으로 대학 신입생 때 E.H.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거기에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는데, 그때 가졌던 여러 질문 중 우리 현대사 속에서 죽산 조봉암 선생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 하는 것이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공부하러 왔습니다.

주대환 박사가 토론회를 하신다길래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박홍규 교수님 많이 배웠습니다. 박찬표 교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한우 기자님, 물론 조선일보가 아니라 개인 입장이시겠지만 오늘 토론을 풍성하게 해주셨습니다.

처음 이 자리가 만석이었는데, 참여하신 분들께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나는 죽산 선생께서 꿈꿨던 나라에 대한 동지애를 가진 분들이 대부분 오셨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저희 세대는 이름만 들었을 뿐 그분을 뵌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같이 호흡한 어르신들이 느낀 감상과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진실에 대한 목마름인 듯합니다. 간첩으로 처형당하신지 50년이 넘도록 복권이 안된 안타까움을 공통적으로 갖고 계시다 생각합니다.

아까 우리 박 교수님, 말씀 중에 1955년 민주당을 창당할 때 죽산선생께서 합류하고자 했는데 당시 민주당을 만든 주역들이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배제한 대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죽산 노선까지 포함해 민주당이 정치적 이념과 노선을 폭넓게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작은 이야기이지만 저희 민주당이 창당기념일이 없습니다. 개인이고 조직이고 생일이 없으면 사생아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민주당 창당기념일을 찾자고 했습니다. 1955년 신익희 선생이 민주당을 창당하신 날을 창당일로 하자는 말도 있었습니다. 근본적으로 날짜가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그러나, 제1야당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태어나려면 50년 전 피우지 못한 죽산 노선에 대한 공부와 수혈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평화통일, 민주주의, 복지국가에 대한 선생의 사상은 50년이 지난 지금, 상당히 폭넓은지지 기반 속에서 국민이 선택하고 염원하는 정책 이념이 되었습니다. 사형 직전 “씨를 뿌리는 사람이 꼭 거두는 것이 아니다. 나는 씨를 뿌리고 갈 뿐”이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 씨를 민주 진보정당이 거두는 날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죽산 선생께서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으로 참여하셨는데, 최근 북한의 실패를 보면서 공산당 일당 독재를 비판하고 대한민국 건국과 제헌의회에 참여하신 것은 현실적이며 옳은 선택이었다 생각합니다. 농지개혁을 통해 대한민국의 조준으로 역할을 하신 것은 미래를 꿰뚫어본 혜안과 통찰력입니다. 오늘 또한번 우러러보게 됩니다.

제헌절을 앞두고 아직도 누명을 벗고 있지 못한 점 후배 국회의원으로서 안타깝고 부끄럽습니다.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