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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 칼럼

"편가르기 정치"와는 결별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공개적으로 발표하신 글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을 잘 읽었습니다. 대통령께서 느끼고 계신 좌절과 현실에 대한 시각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께서 당적을 정리하시기 전 까지 같은 당을 했던 정치인으로서 매우 착잡하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제가 대통합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열린 우리당의 역사적 역할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낮은 지지율 탓만이 아닙니다. 잇단 재보선의 실패 때문만도 아닙니다. 정치란 부침이 있게 마련이며,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겸허히 반성하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닙니다. 제가 애석해 하는 것은 국민의 눈에 비춰진 열린우리당은 이미 기득권화 되어있고 통합적이지도 않다는 현실입니다. 지금 열린우리당은 깨끗한 정치와 지역주의 극복을 내건 그 “열린” 우리당이 아니라 현상유지적이고 분파지향적인 “닫힌” 우리당입니다.

그 동안 창당 주체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해 왔습니다. 말을 아껴 왔습니다. 그래서 지난 2월에는 4개월의 시한을 둔 대통합의 약속을 지켜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약속 시점이 한 달 남은 현재, 통합의 노력은 지지 부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당을 사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더 이상 당을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열린우리당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주시는 국민들께, 열린우리당의 환골탈태를 기다리는 국민들께 제가 해야 할 도리는 대통합의 길에 적극 나서는 길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지난 2월 약속한대로 오는 6월 초까지 새로운 대통합 신당을 건설하자는 것이 왜 원칙에 어긋나는 것인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 원칙이어야 하느냐에 있습니다. 당을 사수하는 게 아니라 창당정신인 “개혁과 통합”을 실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열린우리당이 더 이상 원칙을 달성할 수 없는 정당임을 국민들은 심판해 왔습니다. 더 이상 원칙을 구현할 수 없는 정당에서 되풀이해 원칙만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원칙이 아니라 “그들만의” 원칙이며, “그들만의” 개혁이며, “그들만의” 통합일 따름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마지막까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고통스런 자기부정(自己否定) 속에서 대통합에의 길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현재 열린 우리당이 직면한 최대 문제는 열린 우리당을 아끼는 지지 그룹, 그리고 국민 다수와 유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원칙과 기회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통합과 편가르기”가 문제인 것입니다.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배제의 정치, 편가르기의 정치를 넘어서야 합니다. 계층적, 지역적 분열을 극복하는 것은 말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정치적 행동으로, 정책적 대안으로 성취되는 것입니다. 감히 묻고 싶습니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지역 통합을 위해 과연 우리 열린우리당은 얼마나 헌신해 왔습니까. 저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대안 모색과 코드 인사에 대한 비판에 적극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대통령의 편지에서 제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은 “양심의 명령에 따라 성실하게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양심의 명령은 정치의 출발입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 양심의 명령입니까. 이념이 다른 정당과의 대연정을 모색하는 것이, 통합을 가로막는 편가르기의 정치가 양심의 명령입니까. 지지 그룹의 목소리에,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는 것이 양심의 명령에 따른 것입니까. 정의는 독점되는 것이 아닙니다. 독점하는 정의는 양심이 될 수 없습니다.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옳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이 통합의 정치, 통합의 리더십은 아닐 것입니다.

제가 꿈꾸는 정치는 통합의 정치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정치는 선과 악의 이분법에 따른 심정윤리의 정치가 아닙니다. 세계화 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책임윤리의 정치, 그 결과에 책임을 다하는 정치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정치는 “더 많은 평화, 더 많은 성장,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입니다. 평화성장을 모색하고, 성장과 민주주의를 병행하고, 평화민주주의를 추진하는 것이 정동영 정치의 목표이며, 이를 무엇보다 통합의 지반 위에서 성취하고픈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편가르기의 정치를 넘어서 상처난 통합을 어루만지고 회복시키는 새로운 대통합의 정치, 가진 이들과 갖지 못한 이들을 통합시키고, 영남과 호남을 통합시키고, 민족주의와 개방주의를 통합시키고, 그리하여 남과 북을 통합시키는 밑거름이 되는 정치, 그것이 바로 제가 꿈꾸는 정치입니다.


Ⅰ.저는 제대로된 국민통합을 위해 결단할 것입니다.

지금 저를 비롯한 열린우리당 당원들이 가장 귀 기울려야 할 목소리는 국민입니다. 현직 대통령의 꿈과 전망이, 설사 대통령이 대선승리의 비책을 제시한다 하여도 국민의 열망과 요구보다 우선될 수 없습니다. 국민들은 국민통합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정치구도를 원합니다. 그 첫 과제가 평화민주개혁세력의 통합과 연대입니다. 통합의 첫 관문은 분열의 극복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더 크고 확고한 국민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 때야 비로소 통합을 한 축으로 한 진정한 양당정치로의 복귀가 가능하며 역사를 되돌리려는 수구부패의 기도에 맞서 이길 수 있습니다.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적 기초를 튼튼히 하기위해 각각의 정치세력들은 다양한 논쟁과 실천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을 과거의 구태정치라 부르고, 대통령 자신이 20년동안 지켜온 가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 부른다면, 이는 독선과 오만에서 기초한 권력을 가진 자가 휘두르는 공포정치의 변종입니다. 저는 희망을 위해 결단하고 준비하겠습니다.


Ⅱ.열린우리당 창당정신은 포기할 수없는 가치입니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은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진화해야 합니다. 그 정신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다수는 열린우리당이라는 형식에 집착하지 말고 그 틀을 넘어서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의 소리를 올바로 듣고 실천하는 길로 나가고자 할 따름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평화민주미래세력의 통합과 연대의 실현은 열린우리당 사수라는 가치 이상의 국민적 열망입니다. 이러한 국민의 열망이 몇몇 정당인들의 자기만족감으로 대체될 수는 없습니다.


국민통합에 이르는 가장 적극적인 노력은 우리당의 기득권 포기입니다. 국민통합을 백번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좀더 안정적으로 실현가능한 구조와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민주개혁세력 분열의 반쪽의 책임이 있는 열린우리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평화미래세력의 대연대를 만들어내는 초석이 되는 것입니다. 더 많은 꿈들을 담고 희망을 담아낼 더 큰 집을 지으려면 손수 지은 집이라도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이미 열린우리당 당원들은 2. 14 전당대회에서 이를 국민들과 약속하였습니다. 이러한 당원들의 결의와 대국민 약속을 뒤집으라는 권고는 아무리 멋진 수사로 수식된다 하여도 낡은 정치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Ⅲ.우리당에 대한 맹목적 신뢰가 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표류가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대북송금 특검수용, 대연정 제안 등 노무현의 표류가 열린우리당의 좌절의 원인이 된 측면에 대한 성찰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통합의 노력을 정치개혁과 국민통합이 물거품이 될 것이라 인식하는 대통령의 비관과 패배주의는 위험한 진단입니다.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들과 당원동지들은 이미 뼈속 깊숙이 정당개혁의 원리와 실천을 경험하였고 이후 통합의 조직에서 그 값진 경험을 온전히 되살려 낼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정치개혁의 첫걸음으로 생각하고 실천해 온 그동안의 정당개혁의 원칙과 원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되지 않을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에 안주하려는 분들은 제가 당을 깨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살모사정치 등 천박한 막말을 퍼붓고 있는 측근들이 갖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맹신은 스스로를 닫힌우리당임을 자백하는 정치적 자해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지금은 통합을 위한 자기 결단이 필요한 때이며, 방법에 대한 합리적 토론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를 게을리 하는 사람들에게 역사는 반드시 평화민주미래 세력의 통합을 위해 당신은 그때 무엇을 했는가라고 묻게 될 것입니다.


Ⅳ.통합의 한길에서 서로 힘을 모읍시다.

우리 모두의 승리를 위해 통합하려는 것이지 누구를 매도하고 차별하기 위해 통합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합니다. 심지어 지역주의 정당이라고 쉽게 매도해 버리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편향된 인식을 거둬들여야 합니다. 평생 지역당이라는 낙인으로 살아야 하는 정당은 없습니다. 그들이 새로운 변화을 통해 국민통합의 대의에 동참하면 그들을 지역당이라고 매도하는 일은 이제 그만 마쳐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열린우리당 당원 및 참여정부의 책임있는 관련자 모두가 서로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데 마침표를 찍고 국민적 통합의 주춧돌을 마련하는데 열린 토론을 이어가길 기대합니다.

통합만이 희망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대통령과 모든 당원 동지들에게 공유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