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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선거법은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재갈이 아니다.

 

선거는 누구를 위해 하는가? 후보자를 위해서? 아니다. 국민을 위해서이다.

그런데 주객이 전도되어 국민이 아닌 ‘선거를 위한 선거’가 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 것인가?


중앙선관위의 발표에 따르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180일 앞둔 6월 22일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자신의 홈페이지 등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 사진, 동영상 등을 올리지 못한다. 휴대전화 문자·음성 메시지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사를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도 안 된다. 그리고 이 규정을 어기면 선거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술 자리에서 대통령 흠집하나만 잘못 얘기해도 바로 끌려가던 무시무시한 군사독재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국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2007년이다. 그런데도,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고, 글 한번 잘 못 쓰면 징역 2년에 처한다니 도대체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론에서는 매일같이 대선 기사로 넘쳐나는데 선거의 주체인 유권자의 입에는 재갈을 물리는 격이다. 국민이 중심이 되어야 할 선거인데, 오히려 선거철이 되면 세상 모든 것이 국민이 아닌 선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정치적인 의사표현은 민주사회에서 국민이 갖는 기본 권리이며,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의견 개진이야말로 오히려 선거 때 더 활성화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지, 추천, 반대 의사까지 불법 행위로 간주하고 단속한다는 것은 국민의 참정권과 의사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과잉규제일 뿐만 아니라 하루가 멀다하고 변해가는 세상의 흐름을 거부하는 시대착오적인 것이자 지독히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물론 인신공격성 발언과 근거없는 비방,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고, 금지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것은 단지 인터넷상의 의사표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닐 뿐더러 현행법상 금지 되어 있어 이것에 준해서 충분히 적용하고 규제할 수 있으리라 본다.


게다가 선관위 측의 말을 들어보니 “사이버 공간의 불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330명의 사이버 검색요원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선관위는 지금 대한민국의 인터넷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과연 알고나 하는 소리인지 의심스럽다. 웹 2.0시대, 지금 대한민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3천만에 이른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 게시판, 토론방 뿐만 아니라 개인 홈페이지, 블로그, 미니홈피, 까페, 메신저 등의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은 친구, 일촌, 이웃을 맺고 리플, 스크랩, 퍼가기, RSS, 트랙백 등 쉽게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속에서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수백, 수천만이 이러한 환경에서 소통하는데 단 330명의 검색 요원이 과연 얼마나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단속할 수 있겠는가? 기본 산수로만 계산해봐도 선관위 검색요원 1인이 하루에 약 9만명의 네티즌들의 활동을 체크해야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오죽하면 네티즌들이 "국민들도 헌법소원 내자", "댓글하나 달 때도 무조건 선관위에 전화해서 물어보고 달자“는 댓글로 대항을 하고 있으랴.


선관위 본연의 임무는 국민의 생각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관리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시대에 역행하는 선거법을 계속 고집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맞게 돈은 묶고 입은 푸는 선거법으로의 개정을 더 강력하게 제안하고 요구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네티즌들의 활동이 활발한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런 장점을 살려 보다 철저한 검증과 정보의 교환, 유권자의 적극적 참여를 더욱 유도하지는 못할 망정 비현실적인 규제로 유권자들에게 혼란만 초래하고 자발적 참여 의지를 꺾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선거법은 국민의 입을 막는 재갈도 모자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국민들의 손까지 꽁꽁 묶는 수갑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