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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두 가지 신드롬

최근에 두 가지 신드롬이 있습니다. 하나는 폴포츠 신드롬, 또 다른 하나는 가짜학력 신드롬입니다. 전자는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반면, 후자는 능력보다는 학벌이 우선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정직함을 앞서기에 허탈함과 씁쓸함을 줍니다. 유명 영어강사, 베스트셀러 작가, 인기만화가, 방송인 등 신정아 씨 사건 이후 ‘학력위조 커밍아웃’이 줄을 잇는 상황입니다. 교육계에서의 학력위조는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사회는 여전히 외국대학 ‘간판’이 대접받고, 일류대일수록 ‘순혈주의’가 팽배해 있습니다. 학력위조의 근본원인은 우리사회의 간판중시문화입니다. 최근의 가짜신드롬은 그들의 실력이 형편없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간판’이 거짓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력이 부족해도 학벌 좋은 사람들은 선후배만 잘 챙긴다면 장수할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실력’보다 ‘학력’을, ‘능력’보다 ‘인맥’을 우선시하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반복 발생하는 순간, 개인 차원의 도덕적 해이(解弛)를 넘어 구조적 차원의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그로 인해 치러야 할 사회적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입니다.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발달이야말로 선진국을 특징짓는 대표적 지표의 하나임은 이제 상식이 되었습니다. 사회 시스템차원에서 상호신뢰가 확고히 구축됨으로써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진국에 비해, 사회자본이 자리 잡지 못한 후진국일수록 상호신뢰기반이 취약하기에 ‘믿을 수 있는 상대’를 확보하기 위한 도구로 고질적 연고주의가 발달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선진화를 향한 우리의 노력이 구호만 요란한 ‘무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깊어만 가는 요즈음입니다.


 그렇다면 학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실력과 아이디어, 그리고 성실함이 으뜸이라고 봅니다. 이런 것들이 진정한 능력입니다. 물론 많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학력과 능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또 다른 신드롬인 폴포츠 신드롬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못생긴 외모에 별 볼일 없는 경력이지만, 꿈을 이루려 성악에 도전했던 폴포츠가 마침내 세계적인 스타가 된 스토리를 여러분도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셨을 것입니다. 진짜 실력을 향해 매진했던 그의 진실성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은 자못 큽니다. 폴포츠는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지만 비호감적 외모로 인해 오페라 회사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받았습니다. 종양수술과 교통사고 등의 악운을 뚫고 휴대전화 세일즈맨으로 일하면서도 결국 자신의 꿈을 이뤄냈습니다. 그의 성공은 세계적으로 ‘폴포츠 신드롬’을 불러왔습니다. 그가 말한 것 같이 ‘나는 나일뿐’입니다. 외모나 조건은 ‘내가 누구인가’를 말해주지 않습니다. “꿈을 갖고 도전하라. 내게 일어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라.” 세상의 모든 힘든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그는 말합니다.


 학벌보다 중요한 것이 능력입니다. 하지만 아직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인식이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학력을 속이는 도덕불감증 모두를 덮어줄 핑계가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우리 사회가 좀 더 다양성을 추구해서 학력이 낮아도, 학벌이 없다 해도 능력만 있다면 인정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이런 일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학벌보다 능력이 우선시 되고, 정도를 걸으며 성실히 노력하는 사람이 부정한 방법과 편법을 동원하는 사람보다 우대 받을 때, 비로소 우리사회는 정당성을 찾아갈 것이며, 거짓보다는 정직한 가치가 존중받고 사람답게 살아가려는 사람이 많아지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