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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민주당, 돌직구 던져야 변화구도 먹히지..."

"지금 노동자들은 백척간두에 밀려있다"

"민주당, 돌직구 던져야 변화구도 먹히지..."

2013.02.05  권우성 기자, 김다솜 기자

 

▲ 퇴근하는 동료에게 손 흔드는 철탑 농성자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대통령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부터 4일까지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4일 오후 철탑 농성자들이 퇴근하는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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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부터 밤새 내린 눈은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을 피워 냈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고공농성 현장에는 눈이 녹아 길바닥이 추적거렸다. 찬바람이 철탑에 매달린 현수막을 세차게 흔들었다. 세 명의 철탑 성자들을 향해 안부 인사를 건넸다. 그들도 철탑 아래로 연신 두 손을 흔들어댄다.

"눈은 다 치우셨어요?"
"네!"

24시간 생중계가 시작됐다. <오마이TV>는 '철탑 1박2일'이라는 제목으로 4일 오후 2시부터 5일 오후 2시까지 고공농성 현장에서 대한문 농성장까지 쌍용차노동자들의 투쟁을 만 하루 동안 담아낸다. '철탑 1박 2일'의 또 다른 이름은 '소금꽃 올레'다. 소금꽃은 땀에 젖은 노동자들의 옷이 마른 후 그 자리에 남은 흰 자국을 말한다.

4일 방송 첫째 날에는 철탑 위에서 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을 만났다. 또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돕고 있는 심리치료센터 '와락'을 방문하고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심성정 진보정의당 의원과 철탑 아래서 쌍용차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대담을 나눴다.

"돌직구를 던질 수 있어야 변화구가 효과가 있다"

▲ <오마이TV> 쌍용차 철탑농성 24시간 생중계 4일 오후 철탑농성장에서 진행된 <오마이TV> 24시간 생중계에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출연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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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시작된 오후 2시, <오마이뉴스> 사회팀의 황방열 팀장과 최지용 기자가 오프닝 마이크를 잡았다. 짤막한 '소금꽃 올레' 소개와 함께 밤새 내린 눈으로 추운 밤을 보냈을 철탑 위 노동자들의 안부를 물었다. 전화 연결로 이어진 철탑 위 노동자들과의 인터뷰는 거센 바람에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농성장은 송전탑의 중간보다 약간 위쪽인 약 30미터 높이에 설치돼 있었다. 철 구조물 사이에 얇은 송판을 몇 장 깔고 그 위에 천막을 쳤다. 밤사이 눈이 계속 쌓였으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어 보였다. 처음 전화를 받은 문기주 지회장은 "전날 밤 11시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해 2시간마다 한 번씩 눈을 쓸었다"고 말했다.

쌍용차 사측과 기업노조 측이 지난달 10일 발표한 무급휴직자 455명 복귀 결정에 대해 문 지회장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455명을 복직시킴으로써 국정조사를 향한 여론을 무마시키려는 의도와 복직시킨다는 미명하에 그동안에 밀렸던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하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측은 무급휴직자들의 복귀 조건으로 그들이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협약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급휴직자는 노사합의에 따라 지난 2009년 파업 종료 후 1년 뒤에 복귀했어야 한다. 사측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무급자들은 합의 기간을 넘어선 부분에 대한 임금청구에 나섰고, 오늘 15일 그 최종 판결이 예정돼 있었다.

복기성 부지회장은 "쌍용자동차는 2006년 불법파견이 적발된 사업장"이라며 "여태까지 단 한 명도 정규직화를 하기는커녕 현장에 남아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고정적으로 정리해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조사를 관철시키지 못한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오마이TV> 초대손님 가운데 가장 먼저 농성장을 찾은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한 통화에서 한상균 전 지부장은 "야당에서 '6인 여야협의체'를 놓고 '쌍용차문제 해결을 위한 변화구'라고 말하지만 사실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라며 "돌직구를 던져야 변화구가 먹히는 것이지 변화구만 던지는 건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최근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정조사 대신 5월까지 쌍용자동차에 대한 여야협의체를 만드는 것에 합의했다. 대선 이후 태도가 돌변해 계속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여당의 무책임함이 지적되지만, 야당 또한 무기력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동영 고문은 이에 "돌직구를 던질 수 있어야 변화구도 효능이 있다는 말씀에 동의한다"며 "실날같은 가능성이라도 열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 고문은 지난 2008년에 2900여 명을 정리해고 한 스웨덴 자동차 회사 '볼보'의 예를 들며 "정부가 직장 내에 직업 안내소를 설치할 정도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적극 나섰다, 지역과 시민 사회, 회사를 포함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구조조정 당한 사람을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도움은 진실을 알리는 일"

오후 4시. <오마이TV>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돕고 있는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찾았다.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죽음이 계속되자 이를 막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와 시민들이 만든 곳이다. '와락'은 현재 쌍용자동차 가족들이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카메라가 안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은 수줍은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멀찍이 도망갔다. 대부분 학교가 개학을 한 상황이라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촬영 내내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와락을 찾는 발걸음도 늘어났다.

쌍용차지부 고동민 조합원의 아내인 이정아씨는 와락에서 느꼈던 기적을 말했다. 11살, 9살 두 아이의 엄마인 이정아씨는 '와락'의 주춧돌을 놓은 정혜신 박사가 거의 맨 처음 만난 상담자였다.

"여기 오고 나서는 하루하루가 감동이고 행복이었죠. 남편이 그렇게 되고 아이들이 많이 변했어요. 큰 애는 별거 아닌 일에 울기도 하고, 작은 애는 어른들한테 공격적으로 변하고…많이 힘들었죠. 근데 아이들이 놀이 치료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커가는 거 보면서 '이젠 충분해'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여기 오지 못하는, 손잡지 못한 가족들이 여전히 힘들고, 2009년의 상황에서 한 걸음도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권지영 와락 대표는 "후원계좌로 입금을 해주는 것보다, 이곳에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일을 도와주는 자원봉사보다 우리에게 더 큰 힘이 되는 것은 진실을 널리 알려주는 일"이라며 "진실을 알리려면 더 자세히 알아야 하고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어렵게 싸우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와락에서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공장의 쌍용차 직원들이 퇴근길에 오를 시간이 됐다. 농성장의 조합원들은 그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도로 앞에 서서 손을 흔든다. 힘든 투쟁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외침은 오히려 따뜻했다. 마이크를 쥐고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보낸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와 아내가 있는 저녁으로 돌아가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가정으로 돌아가시면서 힘든 투쟁하는 동료들에게 손 한번 흔들어 주시고, 따뜻한 눈길 보내주시면 진심으로 고맙겠습니다."

"지금 노동자들은 백척간두에 밀려있다"

 쌍용차 철탑농성 77일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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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어둑해진 오후 6시.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쌍용자동차 철탑 농성장을 찾았다. 대선 이후 "노동자들 볼 면목이 없어 내려오지 못하고 전화만 했다"는 심 의원은 국정조사를 미루고 국회 개원에 합의한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무급휴직자들은 원래 2010년에 복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안 지키니까 150여 명의 무급휴직자가 임금청구소송을 걸었죠. 이런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았던 거에요.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피하고, 회사는 임금청구소송 패소를 피하기 위한. 민주통합당 역시 새누리당의 잘못만 탓할 수 없어요. 이한구 원내대표가 나서서 국정조사를 흠집 내고 조직적으로 여론작업을 하는데, 최고위원회의에서 말 한마디 하는 게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심 의원은 "노동자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은 손배가압류"라며 지금까지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손배가압류 액수가 1600억 원 정도 된다는 사실을 들어 법 개정의 의지를 밝혔다. 그다음으로는 복수 노조를 문제점이라 꼽았다. 심 의원은 "이명박 정권 들어 프렌들리 비즈니스, 친기업 정권이 들어서니까 복수노조를 이용해 기존 노조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 "밀린다는 건 너무 한가한 표현이고, 백척간두에 밀려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겠지만, 대부분 중소 노조나 조금 뭐 회사가 주춤하는 그런데는 거의 노동자들이 설 곳이 없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19대 들어 와보니까 현장에서 많이 결합했지만, 국회 들어와서 청문회에서 하나하나 해보니까 이명박 정권 5년이 너무도 길었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시민권. 헌법상에 보장된 권리가 이렇게 유린되는데 정치권에서 이정도로 냉담한 건 사실 민주주의 사회라 보기 어렵다."

그 밖에도 삼성의 불산 사고 및 백혈병 문제, 비정규직 제도 개선 등을 꼽았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는 산업 안전에 대해 너무나도 취약하다"며 "영국은 산재로 노동자가 죽으면 살인으로 취급해 기업 살인법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오후 7시. 철탑 농성장 아래에 있는 3개의 텐트에는 환한 등불이 켜졌다. 철탑 위의 노동자들도 하얀 조명을 받으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철폐하자!" 구호를 외치며 작은 촛불 문화제가 시작됐다. 날씨가 추운지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몇 명의 노동자들이 작은 불빛을 밝힐 뿐이었다.

<오마이TV>의 '철탑24시'는 5일 오후 2시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생중계 화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