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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 team/Today's DY Issue

정동영 ‘개성공단 위기’ 점쳤다

정동영 ‘개성공단 위기’ 점쳤다

 

보수집권 5년, 거짓처럼 사라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2013.04.15 김재중 기자

 

북한이 근로자 전원철수 방침을 통보하면서 2004년 공단 조성 이래 단 한 번도 멈춰 서지 않았던 개성공단이 존폐위기에 빠졌다.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폐쇄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번처럼 공단존립 자체가 위기에 빠진 적은 없었다.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됐던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에도 개성공단 가동만은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이번 한반도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방증이다.

개성공단의 실질적 산파(産婆) 역할을 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 전 장관은 지난 8일 C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개인자격으로라도 방북을 희망한다”고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설 뜻을 밝혔으나 현 정부가 정 전 장관의 방북을 허용할 지는 미지수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방법,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때”라며 “개성공단은 총으로는 못 지킨다. 한국정부는 미국의 특사파견을 촉구할 필요가 있고 미국, 중국, 북한 등과 전면적인 외교전을 펼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질책도 이어갔다. 그는 “팔짱끼고 구경꾼 역할을 한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그러려고 정권을 가지려고 했느냐”고 반문했다.

 

“냉전세력, 역사의 운전대 잡으면 안돼”

 

사실 정 전 장관은 지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선레이스를 벌이는 과정에 “DNA가 다른 냉전세력이 역사의 운전대를 잡으면 절대로 안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당시 기자가 ‘155마일 평화대장정’을 나선 정 전 장관과 동행하며 나눈 인터뷰 내용에는 현 상황을 예측한 듯 보수세력 집권에 대한 그의 위기감이 담겨있다. 

 

이번 대선(2007년 대선)에서 평화문제가 큰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바라보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신념과 철학이 있는 세력이 집권해야 한다.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수구 냉전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행동을 기억해 보라.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고 개성공단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해 오지 않았나. 포용정책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세력이 역사의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 그들의 DNA는 바뀌지 않는다.”

 

에둘러 ‘수구 냉전적 사고를 가진 세력’이라고 표현했지만, 결국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을 지칭하는 것 아닌가. 최근 한나라당도 내부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하는 등 다소 유화적인 대북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 않나.

“한나라당의 태도는 남북관계 등 상황이 달라지면 바로 변할 것으로 본다. 그들에게는 3빈, 즉 3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6개월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협소한 시야는 비전의 부재다. 그들이 언제 포용정책을 말한 적이 있었나. 평화 철학의 부재다. 또한 역사의식의 부재다. 손학규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하며 뭐라고 했나. 군정의 잔당, 개발독재의 잔당들이 당의 미래를 막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를테면 손 지사는 내부고발자다. 물론 우리 사회에 아직도 반북 대결노선을 주장하는 수구 냉전적 사고를 가진 세력이 강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집권할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그들의 본질을 꿰뚫어 볼 것이다.”

 

“남·북·미 강경파는 걷어내야 할 철조망”

 

통일과 평화에 대한 개인적 철학은.
“평화가 돈이라는 것이 화두다. 장관 재임시절부터 이런 주장을 해왔다. DJ가 야당 총재를 하던 시절부터 포용정책에 공감했고 확신을 가졌다. 다만 시대상황에 맞게 남북관계의 3단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목표는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이며, 두 번째 목표는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로 정치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 나는 포용정책을 확대 계승해온 사람이다. 설계도에 불과했던 개성공단을 물건으로 만든 경험이 있다. NSC 위원장으로 평양과 워싱턴, 베이징을 뛰며 9·19합의를 이끌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경제공동체와 평화체제는 빠른 시일 안에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오늘 많이 걸었다. 20km 정도를 걸었다고 한다. 어떤 생각을 주로 했나.
“우리는 걸으면서 과거도 돌아보고 미래도 생각한다. 나 역시 뭔가 골똘히 생각할 일이 있을 때는 그 장소가 사무실이건 집이건 걸으면서 생각한다. 걸으면서 생각하는 맛이 있다. 평화대장정을 통해 철조망을 계속 바라보면서 여기까지 왔다. 철조망을 통째로 걷어내야 한다. 철조망은 이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남북미 모두 내부의 강경파가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길에도 이처럼 걷어내야 할 철조망이 많다. 역사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를 경멸하지만 경멸당하는 정치로는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없다. 향후 3∼4년에 한반도의 명운이 달려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에 대화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것이 북한의 의도이기 때문에 절대로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기업은 2009년 100개를 넘은 후 2011년 123개까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만 6조원, 간접손실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이 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평화가 돈”이라는 정 전 장관의 2007년 주장이 무슨 의미였는지 2013년 봄,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