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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사랑의 집 식구들과 함께 한 설 연휴, 그 세번째 이야기

아침 일찍 임동 천주교 교구청에 갔다. 그 곳에서 최창무 대주교님과 김희중 보좌주교님께 새해 인사를 드리고 돌아왔다. 사랑의 집에 도착하자 안젤라 수녀님이 엊그제 시장에서 사온 개량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식구들이 보였다. 식구들의 표정이 더욱 환해보였다.


식구들과 합동 세배를 하고 미리 준비한 천원짜리 신권 3장씩을 가족 분들에게 세배 돈으로 드렸다. 어린 아이들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에 가슴 한 구석이 따스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떡국을 먹고 설거지를 한 뒤 기도실에 모여 설날 미사를 드렸다. 그 후 다시 식구 몇 사람과 함께 근처 새하리 새동 마을 김해김씨 집성촌 마을 회관에 갔다. 동네 어르신들과 젋은이 들이 모여 합동 세배를 하는 자리다.


세배와 함께 마을 주민 분들과 덕담을 나누었다. 덕담을 나누고 있을 때 어른 한분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낮은 소리로 “우리는 다 지난번에 민주당 찍은 사람들인데 이렇게 오시니 미안하네요”라고 말했다. 참 순박한 분들이었다. 오후에는 사랑의 집 식구들과 수녀님, 방문객들과 윷놀이도 하고 고스톱도 쳤다. 17명의 식구들 중 고스톱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3-4명쯤 된다. 그 분들과 웃고 떠들며 설날 분위기를 마음껏 느꼈다.


사랑의 집도 설날이라서 그런지 찾아오는 분들이 꽤 있었다. 식구들은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모처럼 설 기분에 들떠있는 듯 했다. 1년 내내 이렇게 관심도 가져주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과연 나부터 그러했는가를 자문하자 할 말을 잃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설날이지만 이 분들에게는 찾아오는 가족이 없었다. 가족이 있다고 해도 집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가봐야 불편하고 상처받고 돌아오기 때문에 오히려 수녀님들과 함께 있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다고 했다. 언제쯤 장애인 가족을 가진 사람들이 장애인 가족들과 맘 편히 지낼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ps.인천 예림원에 자원봉사를 2박3일간 다녀오느라 업데이트가 늦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