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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김양건 부장 나오라고 한 것은 무지했다"

 

정동영 "김양건 부장 나오라고 한 것은 무지했다"

 

[이털남 363회]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2013.06.12

 

 

1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당국회담이 어젯밤 무산됐다. 수석대표급을 놓고 벌인 기 싸움이 끝내 결렬을 부른 것. 남북회담이 무산되면서 개성공단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에 큰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의 실망감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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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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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모두가 잘못이 있음을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상대방을 지목하는 것은 국제외교사에 없는 일. 무지였거나 무리"라며 전면에 나서 격을 맞추라고 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적하는 한편 "북측도 새 정부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상대방 지목, 국제외교사에 없는 일"

"정부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지목했는데 국제 외교사에 없는 일이다. 상대방을 지목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전례도 없다. 북 내각에는 통일부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과거에는 비상설 직위(내각 참사)를 신설하여 장관급의 직위를 부여해 회담에 내보냈다. … 박 대통령이 너무 나섰다는 느낌이 있다. 조율된 의견의 결정권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일일이 격을 맞추라고 하는 등 직접 전면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각 부서가 전부 자율적인 행동이 제약되고 대통령 입만 쳐다보게 된다."

"형식에 치우치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한 꼴"

"(북이 과거와는 달리 내각 참사라는 직위를 만들어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아마 실무회담에서 18시간 동안 줄다리기하면서 '김양건 부장을 내보내라', '안된다', '그럼 우린 차관급을 낼 수밖에 없다' 등 이런 얘기들이 오갔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탐색하다 보니 북은 북 대로 머리를 쓴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내용에 집중해야 했는데 형식에 너무 치우치다가 결국 교각살우의 우를 범했다. 격을 가지고 남북회담을 깨뜨리면 개성공단이나 이상 가족 문제는 어떻게 하나."

"(남북이 팽팽한 기 싸움을 하는 것에 대해) 한발씩 물러나야 한다. 통전부장은 우리의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합친 역할과 비슷한 데 김양건 부장이 나올 리가 없다. 김양건 부장이 특사로 올 수는 있지만, 장관급 회담 상대방으로 앉으라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계속 김양건 부장을 나오라고 한 것은 무지였거나 무리였다. 대통령에게 보고를 잘못했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북측도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형식으로 해보겠다는 의욕을 갖는 것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의 적대적 관계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좀 더 남쪽의 요구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었다."

 

[인터뷰 전문 : 인터뷰 6분 25초부터 30분까지 내용]

 

김종배 :

오늘부터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남북당국회담이 어제 밤에 무산됐다, 이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수석대표의 ‘급’ 문제를 따지다가 결렬이 됐다는 건데요. 오늘 탈탈 인터뷰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전화로 연결합니다. 여보세요.

 

정동영 :

네 안녕하십니까?

 

김종배 :

수석대표 ‘급’ 문제 때문에 무산이 됐다, 어떻게 받아 들이십니까?

 

정동영:

어제 저도 좀 얼떨떨했습니다. 설마 회담이야 열리겠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당황스럽네요.

 

김종배 :

그런데 일단 지금 확인할 게 북한에서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 우리 정부도 문제를 삼았고, 또 북측에서는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우리 정부의 조직에 대해서 불만을 품었고 이랬다는 건데, 진짜로 급이 서로 안 맞는 겁니까,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정동영 :

어쨌든 지금 처음에 제안하고 수용했던 것에서 벗어난 거죠. 말하자면 당국회담을 북이 제안했고 남이 장관급 회담을 열자 이렇게 신속하게 결정을 했는데 실무 준비하는 실무회담에서 삐걱대더니 결국은 이제 이쪽에서는 차관을 냈고 저쪽에서는 장관급이라고 낸 모양이죠, 상급이라고 했으니까. 아무튼 피장파장 이렇기는 합니다만, 어처구니없는 것은 작년 2012년 12월 12일 미사일 발사 로켓발사로 시작된 남북관계의 긴장 국면, 한반도의 긴장 고조가 2013년 6월 6일의 북쪽의 당국회담 제의 남쪽의 장관급회담을 하자는 파격적인 제안, 이렇게 해서 큰 전환이 이루어 질 것이다하는 기대를 가졌는데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어 버린 거죠. 이거는 근본 뿌리를 좀 생각해 봐야 될텐데요. 지난 5년간의 이명박 정부에서의 적대감, 남북간의 적대관계가 누적되어 왔는데 그 피로감에 아직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 드네요.

 

김종배 :

그 정서적인 어떤 불신이나 이런 것들이 짙게 깔려 있다, 당국 모두에게. 이런 말씀이신가요?

 

정동영 :

그렇죠.

 

김종배 :

그런데 지금 우리의 애청자 여러분들 중 분명히 한번 짚고 넘어가야 될 문제가 실무접촉에서 합의문을 발표를 할 때 수석대표의 급에 대해서 남과 북이 발표가 다르지 않았습니까? 북측에서는 상급 당국자로 한다 이렇게 했었는데, 일반적으로 북측에서 상급이라고 할 때는 장관급을 얘기하는 것 아닙니까?

 

정동영 :

그렇죠.

 

김종배 :

그런데 조평통 서기국 국장이 장관급으로 불 수 있느냐라는 문제부터 한번 짚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장관급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동영 :

북에선 아마 그걸 상급이다 이렇게 간주하는 것 같아요, 조평통 서기국 책임자를. 우리 상식으로는 국장이면 국장이지 국장을 장관급이라고 얘기하는 것도 우리 상식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 문제의 출발, 발단은 김양건 통전부장을 지목했거든요. 통전부장이 나와라...

 

김종배 :

그것도 이게 사실은 관행상 이렇게 지목해서 아무개 나와라 이럴 수 있는 성질의 문제인가요?

 

정동영 :

그것은 국제 외교사에 없는 일 같아요. 상대방을 지목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런 전례도 없어 보입니다. 또 맞질 않아요. 왜냐면 그쪽은 당이잖아요. 노동당의 통일전선부장이고 이것은 정부간 회담이기 때문에 북쪽에도 내각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러면 내각에서 통일부장관에 해당하는 사람이 나와야되는데 북의 내각에는 통일부라는 게 없어요. 내각에 경공업 부장, 중화학 부장 등등 부장들이 한 4~50명 되는 걸로 압니다. 없기 때문에 과거에 비상설직위로 내각 책임 참사다, 우리로 말하면 과거의 무임소장관과 같은 직위를 설치해서 장관급의 직위를 부여해서 회담 대표로 내보낸거거든요. 총리직속 기구니까 요즘으로 하면 우리 총리실의 국무조정실장-우리 정부에서도 국무조정실장이 장관급이었죠. 그런데 편법을 활용한거죠. 근데 사실 저도 통일부 장관 할 때 바깥에 해외 다른 나라들과 통일부 장관 회담이라는 게 없어요. 왜냐면 전 세계에서 통일부 장관이 있는 나라가 한국 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중국을 가거나 미국을 가거나 해외에 갈 때 NSC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이라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국방부장관이나 국무장관을 만나서 회담을 할 수 있었죠.

 

김종배 :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 같은 경우에 애당초 북한에서 당국회담을 열자고 했을 때 장관급 회담 열자고 맞받았던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본다면 그 때의 우리 정부가 맞받았던 거에 기초해서 본다면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것도 맞는거냐, 이 문제도 있잖아요.

 

정동영 :

일관성이 없는 거죠. 그러니까 이것을 큰 그림, 저는 박 대통령이 너무 나선다는 느낌이 있고요, 전문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김종배 :

그 말씀 어떤 말씀이세요, 좀 더 풀어주세요.

 

정동영 :

시스템에서 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통일부, 국정원, 외교부, 국방부, 외교안보수석 거기에서 충분히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서 조율된 그런 의견을 채택하고 안하고의 결정권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지만, 일일이 격을 맞춰라 이렇게 한다든지, 오늘 대화 제의가 맞다, 그것을 거부한 것은 실망스럽다, 이렇게 직접 전면에 나서서 지휘관처럼 남북문제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우선 각 부서가 자율적인 행동이 제약이 되고 전부 대통령의 입술만 쳐다보게 되는 거죠. 거스르면 괜히 미움 받고 그러니까 점수 잃으니까 그렇게 되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관료사회가 복지부동인데. 이번 문제를 지나치게 분명히 나서는 느낌, 그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김종배 :

런데 또 하나 확인하고 넘어 갈 게 지금 정동영 전 장관께서도 말씀하셨지만 과거에 보면 내각 참사라고 하는 직위를 만들어서 수석대표를 내보냈다고 말씀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이번에도 또 그랬으면 되는 거잖아요, 북측도. 왜 안했을까요?

 

정동영 :

아마 실무회담, 판문점에서 18시간을 밤을 세가면서 줄다리기 한 게 김양건 부장을 내보내라, 안 된다,. 그러면 우리는 차관급을 낼 수밖에 없다, 이런 얘기들이 나왔겠죠. 그러면서 서로 탐색을 해보니까 청와대에서도 김양건 부장이 나오지 않으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못 내보내겠다, 이랬으니까 북은 북대로 머리를 쓴 거겠죠. 중요한 것은 내용에 집중해야 했을텐데, 형식에 너무 치우쳐서 결국은 교각살우라는 말이 있잖아요. 뿔을 바로 잡으려다가 소를 죽이는 그런 우를 범한 거예요. 개성공단을 어떻게 하라고, 이산가족 문제는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남북회담 문제를 격을 가지고 깨뜨리면 문제가 정부는 사실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 줘야하는 되는 것이거든요. 과연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건지, 문제해결 의지를 갖고 있는 건지 이게 의심스럽습니다.

 

김종배 :

주목할 게 어제 무산됐다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청와대의 관계자가 한 말이 있는데요.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보는 감성과 시각에 맞춰야 한다, 이 말을 강조를 했어요. 결국은 수석대표의 급 문제가 그 전부터 문제가 되니까 보수 세력에서의 여러 가지 비판론이 나왔는데 이걸 의식해서 우리 정부가 선택의 폭이 좁아졌던 것 아니냐 이런 추측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

남북문제는 국내정치용으로 써먹어선 안 됩니다. 대통령 지지율 올리는 수단으로 남북관계를 관리한다든지 그런 것이 과거의 적대적 공생관계시절에는 그렇게 한 거죠. 대북문제를 정권연장에 써먹거나 선거에 이용하거나 이런 건데요. 국내 여론 보수 세력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서 그런 태도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게 지지 세력을 모으는데 좋다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거죠. 남북관계를 큰 그림을 가지고 철학을 가지고 접근하고 풀어가야 할 것인데 그 철학은 뒷전이고 이 정부가 한반도신뢰프로세스니 뭐니 제목은 내놓았지 않습니까? 그것이 만일 신념이고 철학이라면 거기에 대한 전략을 구사해야지 국민정서가 어떻고 국내 여론이 어떻고 하는 것은 나중에 정책을 실행하고 나서 그것을 국민들께 설명하면 될 일이지 그 과정에서 일일이 대중 정서에 영합하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배 :

아무튼 물은 엎질러졌습니다. 다시 쓸어 담아야 되는 겁니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정동영 :

지금 남북대화는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과 연계되어 있잖습니까? 한미 관계, 한중관계, 북중관계, 북미관계 큰 틀에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 국제공조 이런 것들이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파행으로 가면 다 안 풀려요. 전체가 흐트러집니다. 대국을 봐야 되는 거죠. 지금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잖아요. 남북관계가 잘 풀려서 장관급회담이 오늘 지금 열리고 있고 내일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고 이산가족을 8.15에 상봉하기로 합의하고 금강산 문제가 진척이 있고 이런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중정상회담이 얼마나 부드럽겠습니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관리하는데 한중정상회담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을텐데, 남북이 이렇게 회담 직전에 무산되고 파행으로 가게 되면 우리의 영향력이라든지 그림, 이런 게 많이 일그러지는거죠. 그래서 안타깝고요 기본적으로 아까 모두의 5년 동안의 적대를 누적된 그것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과거의 7.4공동성명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내용은 참 좋거든요.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 간의 통일의 원칙도 합의하고 서로 비방 중상하지 않고 끊어진 민족적 연결을 잇고, 그 뒤에 기본 합의서나 6.15선언 같은 게 뿌리를 거기서 찾고 있는데 문제는 이게 그냥 선언이지 실천이 되지 않았거든요. 왜 실천이 되지 않았냐면 그 핵심이 뭐냐면 당시에 서로를 인정하지 않았어요. 상대방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통일 원칙이 나온 게 아니고 입으로는 통일을 말했지만 속으로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그 증거가 뭐냐면 7.4공동선언의 합의문 뒤에 서명 주체가 뭐라고 되어 있냐면 ‘서로 상부의 뜻을 받들어, 이후락’ 이렇게 되어 있어요. 상대를 인정 안 했기 때문에 공식 직함을 안 쓴 겁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안했고 조선인민주의공화국이라는 북한을 인정하지 않은 거예요. 그러니까 7.4선언은 대화가 없었던 대결시대로부터 적십자 회담이라든지 대화가 있는 대결 시대로 바뀐 것에 불과했단 말이죠.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느냐 안하느냐가 굉장히 본질적인 문제죠. 그 때 7.4선언 때 직통전화를 서로 가설하는데 합의서에도 보면 뭐라고 서명을 하냐면 ‘서울중앙정보부장 이후락’, ‘평양조직지도부장 김영주’ 이렇게 표기하거든요. 국가명칭 대신 도시명을 쓴 거예요. 제가 이런 얘기를 왜 돌이켜서 40년 전의 얘기를 하냐면, 지금은 서로 제도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존중하고 이런 얘기를 서로 합니다. 개성공단까지도 만들어서 교류, 화해 협력 사업을 하고 있는 거니까 많이 40년 전과는 다르지만,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정서적으로는 지난 5년간의 서로 불신하고 적대하고 증오했던 그 연장에서 흔쾌하게 상대방을 인정하는 이게 빠져있기 때문에 지금 삐거덕 거린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배 :

아무튼 그나저나 불씨는 다시 살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동영 :

그렇죠.

 

김종배 :

어떻게 살릴 수가 있을까요?

 

정동영 :

그래서 이럴 때 아쉬운 게 비공식 접촉채널입니다. 그리고 말하자면 민간접촉이 이럴 때 필요한 겁니다. 종교계든 시민사회든 문화계든 다양한 접촉면을 갖고 있어야 이럴 때 완충역도 하고 윤활유역도 하는데 2010년 5.24 조치라는 것을 통해서 이제 다 끊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공식 통화가 결렬되고 나면 아무 채널이 없는 것 같아요.

 

김종배 :

연락관도 다 철수해 버렸다면서요.

 

정동영 :

공식채널 말고 다양한 비공식 접촉이 지금 필요한 거죠. 냉각기는 불가피하지만 냉각기간을 지나서 다시 한발씩 물러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처음 요구했던 김양건 통전부장 나와라 하는 것은 관철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북에 대해서 우리가 지명한대로 나와라, 할 테면 하고 말 테면 말라 이건데, 그건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방식이거든요, 네오콘이 하던. 도덕외교라고도 했습니다만 상대에 대해서 대화를 해주는 것 자체가 보상이다, 이런 시각이란 말이죠. 나쁜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그런 국가에게 대화는 보상이기 때문에 그냥 대화할 순 없고 시킨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는 대화 같은 거 안 한다, 이런 건데 그런 태도를 가지고 과연 이 엄중한 대전환의 시기에 세계 정서가 변하고 있잖아요 최근에도 이른바 ‘신형대국관계’다 미중간의 넥타이를 풀고 앉아서 휴양지에 앉아서 세계 정세를 논하고, 그 첫 번째 한반도 문제를 얘기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한반도 문제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주인이잖아요. 우리가 당사자인데 아무리 이해관계가 있는 대국이라고 하지만 남북은 이렇게 으르렁 거리고 삐걱거리는데 미국, 중국 강대국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문제를 숙덕공론하는 거에 대해서 저는 참 부끄럽게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배 :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조금 있다가 중국을 방문하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거기서 중국의 거중조정이라든지 아니면 예를 들어서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을 하게 되면 당연히 수행원이 따라가게 되는데 여기서 베이징에서 비공식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동영 :

그건 정상외교 때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보고요, 방금 말씀하신 중국에 무얼 부탁한다는 게 우리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죠. 남북 간에 대화하는데 남북이 해결해야지.

 

김종배 :

아니 안 풀리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지금. 답답하니까.

 

정동영 :

최근에 한반도 긴장 국면, 긴장 고조가 되고 전환, 유턴하는 과정에서 좀 안타까운 게 로켓발사, 핵실험, 유엔제재,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 등으로 전쟁이 나네 마네 이런 국면에서 어느 순간 전환했어요. 그 전환 시점을 보면 4월 중순 케리 미 국무장관이 한중일 순방을 합니다. 4월 12일 날 서울에 오는데 부랴부랴 24시간 전에 통일부 장관이 대화로 해결하자 이렇게 말해요. 대화의 마당에 나와라. 기자가 “공식대화 제의 입니까?” 그랬더니 “그건 또 아니고” 거기에 대해서 약간 혼란스러웠어요. 그날 밤에 박대통령이 나서서 대화 제의가 맞다고 시켰단 말이에요. 미 국무장관이 오기 전날 얘기에요. 이번에 남북대화제의, 당국대화제의 한 6월 6일도 미중 정상회담 하루 전날 아닙니까? 이런 것들이 왜 우리 문제를 우리가 당당하게 주체적으로 풀어가지 못하고 왜 미국의 영향력, 중국의 영향력을 빌어서 남북대화를 추진하고 하는 모양이 참 안타까워요.

 

김종배 :

수석대표 급을 따지다 보니 자존심 게임이 되어버린 것 아닙니까? 그래서 더 절충이 어려운거 아닌가요?

 

정동영 :

네 그렇습니다. 한발씩 물러나야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김양건 부장이 나올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통전부장은 우리 국정원장과 통일부장관을 합친 역할 비슷해요 지금 당이 지배하는 나라인데 통전부는 남북관계 정책을 만들고 집행도 하지만 대남 공작부서였단 말이죠. 정보를 관리하고 대남 선전을 하고. 체제가 다르잖아요. 김양건 부장이 특사로 올 수는 있지만 장관급회담 상대방으로 앉으라 그러면 맞지 않는 얘기이기 때문에.

 

김종배 :

근데 우리 왜 정부에서는 김양건 나오라고 계속 그렇게 요구를 한 거예요?

 

정동영 :

그것은 하나는 무지였거나. 하나는 무리였거나. 무지라는 건 대통령 책상에 보고를 잘못 했거나 아니면 이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거죠. 또 북으로서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서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형식으로 해보겠다는 의욕을 갖는 것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지난 5년 동안의 그런 이명박 정부의 적대적인 관계가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좀 더 거기에 대해서 남쪽의 요구에 대해서 진지하게 좀 숙고했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배 :

알겠습니다. 여기서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정동영 :

조금만 더 말씀 드리면 어쨌든 지금 개성공단분들 얼마나 희망이 생긴 줄 알았다가 다시 절망의 구렁텅이로 얼마나 안타깝겠습니까.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이 이제 다시 이어지는 가보다해서 기대에 부풀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저는 한발씩 물러서는 것도 맞는 얘기고 더해서 우리 정부가 좀 더 주도적으로 능동적으로 풀어 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 사태는 양쪽에 다 책임이 있는 것이지만 보다 큰 책임은 우리 쪽에 있습니다. 우리가 좀 더 큰 틀에서 보고 이 문제를 대국적으로 풀어가는 그런 시각이 시야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종배 :

알겠습니다. 마무리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