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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남북당국회담 무산은 하책..국제사회 부끄러운 일"

남북당국회담 무산과 향후 전망 -정동영 前 통일부장관

2013.06.12 [MBC 시선집중]

 

☎ 진행자 > 남북관계 요 며칠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모습 보면서 갈 길이 참 멀구나 하는 생각들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2년 4개월 만에 이루어진 실무접촉 끝에 오늘과 내일로 예정이 됐던 남북 당국회담이 어제 저녁에 무산이 됐습니다. 어제 오후 1시쯤 남북이 5명의 대표단 명단을 동시에 주고받았는데요. 김남식 통일부 차관이 수석대표로 돼 있는 우리측 명단을 북이 문제 삼고 나오면서 반나절 넘게 양쪽이 신경전을 벌이다가 결국 판이 깨진 상황입니다. 앞서 실무 접촉 때는 우리 측이 김양건 노동부통일전선부장이 나올 것을 북에 요구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하는데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연결해서 의견 듣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정동영 > 네, 안녕하세요. 수고 많으십니다.

☎ 진행자 > 예, 예. 실무회담 있은 후에 남북이 회담내용보다도 형식에 너무 치중하는 것 같다, 이렇게 우려하셨던데 수석대표 격 문제로 이렇게 회담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것 다들 예상하지 못했던 일 아니겠습니까?

☎ 정동영 > 그렇죠. 설마 그런 일로 회담이 깨지기야 하겠는가, 이런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러나 한편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어요. 그러니까 실무회담에서 판문점에서 18시간 동안 밀고 당기기를 했는데 그것이 의제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대표 격을 가지고 실랑이를 한 것이 좀 불안하긴 했죠. 결과적으로 보면 큰 판,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큰 흐름이 긴장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는 이런 큰 국면에서 작은 데 연연해 가지고 대국을 그르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 진행자 > 그래도 일단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 이렇게 통보를 했는데 궁금한 것이 오늘 일정만 무산된 것이냐 아니면 남북 당국회담 자체가 무산된 것이냐, 어떻게 파악하십니까?

☎ 정동영 > 당장 뭐가 돌아가긴 좀 어렵겠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끈을 이제 대화의 끈을 놓치면 안 됩니다. 그리고 우선 개성공단 생각하면 이건 어떻게 할 것인지 이미 장마철에 접어드는데요. 이러다간 정말 개성공단이 영구폐쇄로 남과 북 둘 다 원치 않는 결과로 가는 거거든요. 또 이산가족 상봉, 정말 가슴으로 속이 타있던 가족들 이산가족 상봉을 기대했을 텐데 그분들은 어쩌라고 하는 이제 그런 측면, 또 어쨌든 미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의 원칙, 그러나 금방 이렇게 또 6자회담이나 북미대화가 이어질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대화의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또 우리의 책무인데 이런 점 등을 생각하면 어쨌든 대화의 끈을 잇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계속돼야죠.

☎ 진행자 > 이번 회담 무산을 놓고 남북 반응을 보면 반응이 좀 셌습니다. 청와대 반응은 북한이 굴종이나 굴욕을 강요하고 있다 이랬고요. 북한은 도발이라는 또 표현을 썼는데요. 그래서 냉각기가 좀 많이 길어질 것 같다, 이렇게 예측하는 분들도 있던데 이 부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정동영 > 답은 이제 한 발씩 물러나는 거죠. 그러니까 남이 김양건 통전부장을 고집한 것도 그건 무리한 요구였고요. 또 북이 일시, 장소를 일임해놓고 그리고 나서 남쪽의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 이런 건 역시 어떤 면에서 보면 피장파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러나 더 큰 책임은 우리 정부에 있다, 왜냐하면 북한을 상대로 어쨌든 대화국면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이 소중한 기회를 우리가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야 하지 형식을 가지고 내용 자체에 접근조차 못하게 된 것은 이것은 누가 뭐래도 하책이죠. 하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과거에 회담을 할 때 이렇게 남북이 수석대표급을 가지고 실랑이를 한 전례가 있었나요?

☎ 정동영 > 없습니다. 21차례 남북 장관급회담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이어졌는데요. 물론 남쪽에 통일부장관, 북쪽에 내각책임참사라고 해서 정치적 비중이 걸맞지 않다 하는 불만이 있긴 있었어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제 북이 북은 당이 지배하는 나라고 우리 행정부와는 이제 좀 다르단 말이죠. 제도와 체제가. 그렇기 때문에 결국은 이제 사실관계를 보면 북은 내각의 장관이 한 45명쯤 있어요. 장관급이. 그런데 거기에 우리 측은 통일부는 없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내각책임참사라는 것은 비상설직이에요. 항상 있는 자리가 아니고 우리식으로 하면 무임소장관을 임명한 격이라고 할까요. 총리직속이기 때문에 국무조정실장 정도에 해당하는 직위를 가지고 내각책임참사, 이렇게 임명을 해서 장관급회담을 해왔던 거거든요. 그런데 이제 우리 쪽에서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김양건 부장이 나와라, 김양건 부장은 또 김대중 대통령 조문 때도 왔고 이번 개성공단 철수 때 이것을 결정 발표한 장본인이기도 하고 그걸 요구한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판에 결정할 때는 상대방의 제도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이것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어쨌든 김양건 부장은 저쪽에서 우리로 보면 국정원장하고 통일부장관하고 합친 그 직책이거든요. 공작기능이 있어요. 대남공작사령부거든요. 통전부장이. 또 정보를 관리하고. 그리고 이 정보와 공작, 선전 뭐 이런 게 있기 때문에 사실은 정확하게 통일부 장관의 그 맞상대는 아니죠. 오히려 국정원장이 맞상대라고 하면 어떨까 싶은데요.

☎ 진행자 > 박근혜 대통령은 격이 서로 맞지 않으면 시작부터 상호신뢰하기가 어렵다, 이런 원칙을 제시한 바 있고요. 여당의원들 사이에서도 과거에 격이 맞지 않는 회담부터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 이런 지적도 있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정동영 > 새 정부가 새 형식으로 시작하겠다 하는 것은 그 의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소뿔을 고치려다가 소를 죽여선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마치 과거에 W부시 정부 때 미국에서 네오콘이 적대적인 국가와의 대화를 보상으로 간주하고 뭐 아쉬울 것 같다, 당신들이 대화를 원한다면 이런 건 받아들여 라 하는 밀어붙이기 이것을 도덕외교다, 이제 당시에 이렇게 명명을 했는데 결국은 뭐 작은 데에 연연하다가 또는 북을 상대로 길들이기, 또는 기싸움에 치중하다가 큰 대국을 그르친 그런 아쉬움은 여전합니다.

☎ 진행자 > 그러면 다소 격이 맞지 않더라도 일단 대화부터 했어야 한다 라는 의견이십니까?

☎ 정동영 > 격이라는 건 금방 말씀처럼 상대방이 제도가 다른데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대표를 누굴 지명할 순 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잖아요. 그건 기본에서 벗어난 겁니다. 그 다음에 여기서 6월 6일 날 북쪽에 포괄적 제의에 대해서 전격적으로 이걸 수용하면서 장관급회담하자, 이렇게 제안을 했잖아요. 그런데 막상 여기서 낸 패는 또 차관을 냈단 말이죠. 나름대로 남쪽도 일관성을 결여한 것이고 북쪽도 나름대로 좀 고민을 해서 내놓아야 하는데 조평통 서기국장이 뭡니까? 이런 식으로 결국은 이제 서로가 질 수 없다, 이렇게 이제 기싸움을 한 것이 개성공단이나 이산가족들에게 애타는 심정을 생각하면, 또 지금 한반도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작은데 연연하다가 큰 판을 깬 그런 우를 범했다고 볼 수밖에 없죠.

☎ 진행자 > 북측 수석대표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으로 돼 있는데 서기국장이 나오니까 우리가 차관이 나가면 이렇게 어느 정도 맞춰지는 겁니까? 국장이 어느 정도입니까? 그쪽에서는.

☎ 정동영 > 그러니까 의제에 집중했어야 되는데요. 조평통이라는 건 통전부의 선전기구인데 거기에 서기국의 총괄책임자니까 나름대로는 역할이 있는 직책이겠지만 그러나 국장은 국장이죠. 차관은 차관인 것처럼 그러니까 결국은 21차례 장관급회담을 해왔던 과거 민주정부와는 달리 우리는 그건 잊어버려라, 당국회담을 하겠다, 이렇게 이름을 명명할 할 때부터 정명이라고 하잖아요. 이름이 바라야 결과도 좋을 수 있는 건데 이름부터가 뭔가 삐끗한 거죠. 모호하잖아요. 과장급회담도 당국회담이고 차관급회담도 당국회담이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서 맨 처음에 6월 6일 날 제의했던 그 장관급회담을 제의했던 정신으로 좀 더 통 크게 갔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진행자 > 이번에는 북측이 먼저 제의를 하면서 그 북측이 많이 이제 내려놓으면서 갈 것처럼 생각을 했는데 결국은 마지막에 이제 격을 들면서 또 이렇게 깨졌단 말이죠. 그래서 북한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하는 분들도 있던데 그럴 가능성은 없나요?

☎ 정동영 > 애초에 뭐 대화할 의도가 없었다, 이렇게 일부 언론에서는 대남교란 전술이었다, 이렇게까지 보도를 하는 언론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무리한 얘기라고 보고요.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상황이 2월, 3월, 4월 긴장고조국면으로 치달아 올라가다가 5월 들어서 어쨌든 일본의 특사가 평양을 가고 평양의 특사가 북경을 가고 미중정상회담을 하고 한미정상회담을 하면서 긴장고조국면이 180도 이렇게 전환했지 않습니까? 그런 큰 국면 속에서 북한도 남북대화와 소통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문제를 좀 더 유연하고 원만하게 처리했어야 한다, 즉 정부의 책무는 문제 해결 능력이거든요. 그러니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문제는 개성공단 폐쇄 상태가 두 달 넘어가고 있는 거니까 이 문제를 우선 풀어야 되는 것이고 그리고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역대 장관급회담 중에 상대의 수석대표가 누구냐에 따라서 풀릴 문제가 안 풀리고 안 풀린 문제가 풀리고 한 일은 없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남쪽도 장관급 회담을 할 때 제가 15차, 16차, 17차 남북회담을 했을 때도 제 스스로가 회담을 전체를 주도하고 좌우하고 결정할 그런 권한은 없습니다. 이것은 정부 차원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상황실이 설치되고 또 청와대와 실시간으로 조율하면서 하듯이 이북대표도 마찬가지란 말이죠. 하나의 이제 바깥으로 공식적으로 나온 회담, 글자 그대로 회담대표일 뿐이죠.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서로 상대방의 제도와 체제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 것, 이것이 결국 문제의 뿌리였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남북이 이제 이번 회담이 무산된데 대해서 양쪽 책임가지고 계속 얘기하면 이제 회담이 계속 늘어지거나 되지 않을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제시하면 좋을까요?

☎ 정동영 > 결국 12월 12일 작년 12.12 미사일 발사로 시작된 한반도의 긴장국면이 6월 6일 이 전격제안과 파격역제안 이걸로 급선회 했는데 6월 6일의 정신으로 북도 그렇게 가야하고 남도 그렇게 가야 합니다. 어제 1보를 들으면서 처음 드는 생각이 국제사회가 남과 북을 어떻게 볼까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한반도가 그동안 전쟁이 나네 마네 이러다가 대화를 하네 어쩌네 그러니까 다 집중해서 봤단 말이죠. 그런데 느닷없이 무슨 회담대표의 격을 가지고 또 회담이 무산되고 하는 것이 국제사회가 보기에도 남과 북의 수준이 이런 정도인가, 이렇게 보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듭니다.

☎ 진행자 > 네, 오늘 얘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얘기 나눴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동영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