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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북한에 손 내밀어 끌고 나가야"

2013.06.10

 

열여덟 시간에 가까운 마라톤 회의 끝에 남북 장관급 회담이 남북 당국 회담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오늘 12일 최초로 열릴 남북 당국 회담, 과연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오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모시고 이틀 뒤에 열릴 남북 당국 회담에 대해서 전망해 보겠습니다.

앵커 : 오늘 통일부가 기존의 장관급 회담과는 별개로 새로 시작하는 당국 회담이라고 다시 명칭 했습니다. 어떻게 보셨어요?

정동영 : 남북 회담이 12일 내일 모레 열리는 것은 축하할 일이고 잘 됐습니다만 이름은 좀 아닌 것 같아요. 당국회담이라고 하면 과장급 회담도 당국 회담이고 국장 회담도 당국 회담이고. 보도를 보면 실무회담에서 우리가 고위 당국 회담이라고 하자는 것을 이북이 고위를 빼서 당국 회담이 되었다고 하는데 모호해요. 새 정부니까 새로운 형식으로 담겠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밤을 새가면서 토론한 것이 개성공단을 어떻게 정상화 할 것이냐, 금강산 관광을 어떻게 정상화 할 것이냐 하는 의제를 가지고 좀 더 집중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상대방으로 누가 나오느냐, 명칭을 장관급 회담으로 하느냐 마느냐 이렇게 너무 형식에 집착한 거 아닌가. 아쉽네요. 

앵커 : 격이 맞아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얘길 하는데 그 부분에서 우리가 지고 들어가도 되는 건가요?

정동영 :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장관급 회담을 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회담 대표가 다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실시간으로 남측 대표 같은 경우.. 저도 15차 16차 17차 장관급 회담을 진행해봤습니다만 청와대, 대통령, 통일부, 국정원, 외교부가 다 연결된 상황에서 실시간 훈련도 받고 지침을 가지고 회담을 운영합니다. 또 하나는 상대방의 회담 대표를 내가 지명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우리 쪽에서 김양건 통일전선 부장이 나오는 것이 좋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나 북한 노동당의 통일 전선 부장은 우리 국정원장 비슷한 위치입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정보라든지 선전, 공작을 총괄하는, 과거 냉전 대결 시대를 보면 간첩 총 대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 통일부 장관과 북측의 제도가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김양건 통전부장 나오라고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인물까지 나와야 우리의 통일부 장관하고 격이 맞다 보시나요?

정동영 : 북한은 내각에 통일부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통일부 장관 하면서 늘 우스갯 소리로 이야기 했던 것이.. 외국은 통일부 장관 회담이라는 게 없습니다. 전 세계에 통일부 장관은 대한민국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특히 남북 회담은 그런 점을 감안해야죠.

앵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러 평양에 갔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 옆에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앉았고 당시 김정일 위원장 옆에는 김양건 부장이 앉았습니다. 그래서 그게 격이 맞는 게 아니냐. 그런 비교를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정동영 : 실질적으로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남쪽의 통일부 장관과 맞수의 의미는 있죠. 저도 김양건 부장을 몇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만 대남정책에 있어 제일 중요한 인물이죠. 그러나 회담 대표라고 하는 것은 북한도 정부라는 게 있는 건데 직함과 직책이 당의 부장이란 말이죠. 서로가 기본적인 제도와 체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 그러나 대표단이 누가 오냐에 따라서 회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친서를 전달하고 남북 정상회담까지 이뤄지는 관계 순서를 밟아가기 위해선 높으신 분이 오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서요.

정동영 : 북쪽도 고민을 할 겁니다. 과거 장관급 회담을 하면서도 내각의 참사라고 해서 북쪽 대표가 왔는데 당시에도 격의 문제가 있다는 문제제기를 했지만 금방 말씀처럼 북쪽은 수석대표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에 문제는 내용이지 상대방의 얼굴은 아니라는 입장에서 민주정부 시절에 21차례의 장관급 회담이 이어졌죠. 5년 동안은 없었는데 새 정부 들어와서 새롭게 시작하는 회담이 남북 당국 회담이다? 이 이름은 아닌 것 같아요. 

앵커 : 북한이 대표단 명단을 아직까지 우리 쪽에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과거 회담 전례를 보면 회담이 임박해서 대표단 명단이 넘어올 것 같으세요?

정동영 : 6월 6일에 제안하고 역 제안 했기 때문에 워낙 시간이 촉박했잖아요. 오늘 내일 중에 오겠죠. 

앵커 : 우리가 바라던 대로 김양건 부장이 오는 것 하고 그 보다 급이 낮은 사람이 오는 것 하고 우리의 전략 자체가 바뀔 수도 있는 건가요?

정동영 : 글쎄요. 금방 말씀하신대로 북측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길 원하죠. 김정은 비서의 메시지를 휴대하고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 북이 고민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문제는 뭐냐면 본질, 내용에 집중하면 좋겠다는 거죠. 너무 형식과 예를 들어 실무 회담 대표로 나온 김성혜 대표가 여성이라고 해서 해석은 자유인데..어쨌든 남북 실무 회담 자체가 중요한 거지 저쪽 대표가 여성인지 남성인지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앵커 : 내용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의제를 가지고도 난향을 겪었습니다. 북한에서는 6.15 공동 선언 기념행사를 강조했고 우리는 다 포함시키자고 했어요. 북한이 6.15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정동영 : 남북 간에 분단 60년, 이 60년의 시대구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0년 6.15 남북 정상이 손을 잡은 순간이 증오와 적대 시대로부터 악수하고 화해하는 시대로 넘어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6.15를 기점으로 남북 관계가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북이 이번에 제안할 때도 개성공단, 금강산의 정상화를 6.15를 기점으로 하자는 의미부여를 한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것을 의식해서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졌던 72년 7.4 공동성명을 함께 기념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사실 남북 관계 역사에서 7.4 선언은 선언으로 끝났지 실천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각이 안 되었습니다만 이번 남북 접촉 과정에서 7.4 공동선언이 떠올랐어요. 사실 7.4가 이정표 같은 겁니다. 뭐냐면 거기에는 통일 3원칙이라고 하는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 원칙뿐만 아니라 그 뒤에 6.15, 10.4 정상회담의 뿌리가 거기에 있습니다. 다만 실천이 안 되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박근혜정부와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정권이 새로운 남북 관계를 시작할 때 출발점은 7.4 공동성명이 될 것이고. 사실 내용은 훌륭합니다. 6개항으로 되어 있는데 통일 원칙뿐만 아니라 예를 들면 끊어진 민족 간의 연계를 다시 잇자는 대목, 제반 교류를 활성화하자, 중상비방, 무장도발을 하지 말자, 적십자 회담을 통해서 이산가족의 고통을 덜어주자. 이런 것들이 다 담겨 있어요. 그것을 받아서 91년 기본 합의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 때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거죠. 그래서 박근혜정부가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5년이 7.4 선언 실천 시대, 7.4 시대가 되길 저희 입장에선 바랍니다. 

앵커 : 의미는 분명 좋지만 의미만 짚고 넘어가면 되는데 공동행사를 같이 하자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우리 정부에서는 하면 안 된다 불허하고 있는 상태고요.

정동영 : 우리 정부는 관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건데요. 제 입장에서 보면 결국 우리 남북 간에 화해 협력을 해서 궁극적 주체는 국민입니다. 그러니까 정부는 국민을 위해서 심부름 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민과 관이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6.15 든 7.4든 이것을 정부가 기념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하는 것이.. 제가 통일부 장관으로 있을 때 남북 관계가 굉장히 어려웠어요. 여러 가지 갈등이 많이 쌓였는데 이것을 푼 계기가 2005년 6.15 5주년을 기념하는 민간 행사에 정부 대표자격으로 함께 참여한 겁니다. 그래서 제2의 6.15 시대의 개막이 가능했던 거거든요.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앵커 : 지금 통일부 장관은 당국 회담이 이틀 남았습니다. 어디 부분에 가장 초점을 둬서 어느 부분에서 성과를 내야 할까요?

정동영 : 기본적으로 남북 관계의 정상화죠. 그 중의 1번 순위는 역시 개성공단 정상화입니다. 남북 관계의 정상화라고 말씀 드리는 것은 과거 정부 5년 동안 비정상 상태였거든요. 비정상적으로 돌아가 버렸거든요. 증오와 적대시대로. 누구도 득을 본 사람이 없어요. 남과 북이 이렇게 적대하고 단절되면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커집니다. 반대로 남과 북이 소통하고 대화하면 우리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커집니다. 그런데 핵 문제, 개성공단 문제, 금강산 문제, 이산가족 문제는 다 우리 문제잖아요. 우리 문제를 왜 주변국들의 영향을 받습니까. 우리가 스스로 앞장서서 풀어나가야죠. 

앵커 : 여기에 걸린 모든 문제를 풀기 쉽지 않은 것이 5.24 조치가 걸려있어요. 이 부분을 어떻게 하고 넘어가느냐, 조정하느냐, 해제하느냐 말들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정동영 : 선이후난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러니까 수학 문제에서 쉬운 문제부터 우선 풀고 그 다음에 어려운 것을 뒤에 돌리잖아요. 이것은 제 얘기기도 하지만 7.4 공동성명 할 때 북한의 박성철 부수상이 청와대에 왔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한 얘기입니다. 그 당시에 김일성 주석이 메시지를 가지고 온 북쪽 대표가 정상회담을 하자고 요청했어요. 그런데 정상회담으로 먼저 할 게 아니라 수학 문제가 나오면 쉬운 것부터 풀지 않느냐. 쉬운 것부터 하자. 그 정신에 따라서 이번 장관급 회담도 우선 합의하기 쉽고 풀기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데 5.24 조치는 제일 어려운 문제에 속하는 거니까 차차 논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앵커 : 지금 북한의 김정은의 최측근 실력자를 장성택 이라고 많이 이야기 합니다. 장성택이 대남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요. 구면이실 텐데 실질적으로 어떻습니까?

정동영 : 장성택 부위원장을 본 일은 없습니다. 

앵커 : 지금 북한의 상황이 그런 관측이 맞다 보시나요?

정동영 : 북쪽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목적이 있죠. 뭐냐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체제 안전 보장, 살아남겠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인민의 허리띠를 다시는 조이지 않겠다는 김정은 비서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겁니다. 최룡해 군 2인자를 중국의 특사로 보냈잖아요. 그때 한 얘기가 상당히 시사적입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 우리에겐 평화적 환경이 필요하다고 중국에 전했거든요. 바로 이 국면에서 남북 대화가 열린 겁니다. 이 타이밍, 이 시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박근혜정부는 수동태였습니다. 이제 이것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끌고 가야 합니다. 능동태여야 합니다. 5년 동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어디까지 끌고 갈지 정하고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전략을 정하고. 그래서 차근차근 우리가 손을 내밀고 끌고 가야죠. 끌려가는 것보다. 그런 점에서 당국 회담이 중요한 것은 저쪽이 실무회담을 포괄적으로 제안했을 때 우리 정부가 장관급 회담을 하자고 역 제안을 했잖아요. 그런 자세는 잘 한 거거든요. 그런 자세로 계속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정동영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