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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격'은 무례한 요구...큰 흐름 그르쳐"

 

 

정동영 "'격'은 무례한 요구...큰 흐름 그르쳐"

 

2013.06.13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남북 회담 무산과 관련해
현 정부가 ‘격’에 치중해 큰 흐름을 그르쳤다고 비판했습니다.

정 상임고문은 오늘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양건 부장이 나오지 않으면 장관급 회담을 못하겠다는 것은
남.북의 제도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무례한 요구였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정 상임고문은 정부가 좀 더 대범하게
형식보다는 내용에 집중했어야 한다며,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돼 있듯이
서로의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대화가 시작돼야 하는데
이 기본이 무너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 상임고문은 또 정부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북관계에 대한 원칙을 천명해야 한다며,
7.4 공동성명과 6.15, 과거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신뢰의 기준으로 잡는 것이
대화 재개로 가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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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

 

박경수:

정동영 고문님 안녕하세요.

  

정동영:

네 안녕하십니까.

   

박경수:

예 고문께서는 2005년 참여정부 초기에 통일부 장관을 지내셨잖아요. 당시 남북회담도 하신 걸로 기억이 됩니다. 전 통일부 장관으로서 현재 남북관계 어떻게 보세요?

 

정동영:

안타깝죠. 특히 개성공단 분들 또 이산가족 분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생각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끊어진 대화를 다시 잇는 모색을 집중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경수:

네, 현 정부의 대북접근방법. 적절했다고 보시나요?

 

정동영:

적절치 않았다고 봅니다. 좀 더 대범하게 형식보다는 내용에 집중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격은 물론 제기할 순 있습니다만 남과 북이 서로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 문제는 그렇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거든요. 근데 이 문제 때문에 전체 큰 흐름을 그르쳤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았다고 봅니다.

  

박경수:

예. 남북 양측이 대화에 대한 의지가 약했다, 이런 분석도 있던데요. 어떻게 보세요?

 

정동영:

대화에 대한 의지가 약했다기 보다는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가 약했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남북 간에는 원래 신뢰가 없었지 않습니까. 근데 화해와 협력을 시작하면서 제1장 1조가 서로 상대방의 제도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여기서 시작한 거거든요. 이게 남북기본합의서 1장 1조입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대화하자 이런 건데 이번에 기본이 무너진 거란 말이죠. 그런 점에서는 우리가 북쪽에 특정인 통일전선부장 김양건 부장을 지목해서 김 부장이 나오지 않으면 장관급 회담을 못하겠다 이렇게 얘기한 것은 무리한 요구였다고 생각합니다.

   

박경수:

네. 무엇보다도 남북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이런 얘기신데요 과거 통일부 장관으로 계실 때에도 남북 장관급 회담이 있었잖아요.

   

정동영:

예 지금까지 21번 있었는데 제가 참여한 게 15차, 16차, 17차 회담이었어요. 그 때마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상대와 우리가 다르다는 걸 전제로 회담을 하고 협상을 했기 때문에 그 때마다 합의점에 이를 수 있었죠.

    

박경수:

당시 북한 측에서는 수석대표가 젊은 분이 나와서 격에 맞지 않는다 이런 지적도 있었잖아요.

   

정동영:

권호웅씨죠 내각책임참사라는 직책을 갖고 나왔는데요. 물론 회담 테이블에 나온 사람은 권호웅씨였지만 실질적으로 저의 상대방 파트너는 통일전선부장 림동욱 부장이었습니다. 서로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고 서울이나 평양에서 만나서 대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북의 대남정책, 남의 대북정책을 관장하는 책임자끼리 실질적인 대화를 하는 거죠. 회담 테이블에 나오는 사람은 통전부장이 아니라 내각책임참사라는 직책을 부여한 다른 인물이었죠.

   

박경수:

네 청와대가 이번에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와야 된다는 입장을 보였고 그래야 또 북한당국이 진정성을 보이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있다 이런 입장이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정동영:

무례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제도가 다르잖아요. 저 쪽은 노동당의 대남정책 책임자인데 대남정책 뿐만 아니라 거기는 대남공작책임자이기도 하고 선전과 정보를 다루는 부서여서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 국정원과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을 합쳐놓은 기능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저쪽도 내각이라는 게 있단 말이죠. 내각에는 30~40명의 장관급 인사가 있는데 내각책임참사라고 과거에 내보낸 사람은 이번에는 비상설직위를 남북대화를 위해 만들어서 내보내는 것이거든요. 이번에는 조평통 서기국장을 내보냈는데 나름대로는 내각책임참사보다는 조평통 서기국장이 정치적 비중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내보낸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직책이름은 국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지금 조평통 위원장은 공석으로 돼 있고 조평통은 당의 외곽기구기이고 공식적으로 통일문제를 담당하는 부서인데요. 위원장은 공석이고 부위원장은 당의 원로들입니다. 김기남 비서라든지 양형섭 의장, 안경호 전 조평통 서기국장 또 6.15 대표죠. 사실 대남기구를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기구에 책임자가 조평통 서기국장이죠. 남한 언론에서 받아들이기엔 국장을 내보냈냐 서로 오해가 있었는데 이것은 남과 북의 제도가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경수:

예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상회담이 필요한 게 아니냐 이런 얘기가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일거에 해소하기 위해서 말이죠. 이 부분은 고문님께서는 어떻게 보세요?

   

정동영:

그건 이제 거쳐야 할 단계가 있죠. 지금 필요한 것은요 사실 국제 사회가 보기에 창피한 것입니다 남북관계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되고. 국제외교사회에서 이런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보면 이렇게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긴장이 최고조로 갔다가 대화국면으로 막 180도 전환하는 그런 아주 귀중한 순간에 깨져버렸단 말이죠. 이것을 잊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이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정부가 대북관계에 대한 원칙을 천명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물론 격이 안 맞으면 못 하겠다 이런 하위원칙 말고 좀 더 큰 틀에서 7.4 공동성명에 대한 우리 입장은 뭔지, 6.15나 과거의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에 대한 입장은 뭔지 그래서 대북관계를 크게 어떤 원칙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서 비전과 철학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그렇게 해서 이거를 신뢰의 기준으로 잡는 것 그것이 대화 재계로 가는 그런 바탕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박경수:

네 그럼 대화가 제기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봐야겠네요.

   

정동영:

우리 합의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북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왜냐하면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닫아서 문제가 복잡해졌거든요.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북도 서로 한발씩 물러나서 좀 더 남북 대화에 대해서 적극적인 입장 표명이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박경수:

이번에 사실 북한 측이 남북대화에 응하게 된 과정을 보면 중국의 압박이 한몫을 했다 이런 분석이 많더라고요. 그럼 이달 말에 있을 한중정상회담 이후에 대화에 다시 물꼬가 트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정동영:

그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계기점은 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중국이 남북대화를 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아니고요 비핵화에 대한 입장이 과거보다 강해졌죠. 그런 입장이 북에 대해서 압박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북이 특사를 보내서 중국에서 6자회담을 포함해서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거기에 따라서 남북대화에 응해 온 것이거든요.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적어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과 북입니다. 그리고 남북대화는 남과 북이 풀어가야지 이것을 주변국가에게 부탁을 해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거든요. 얼마든지 남북 간의 다양한 접촉과 대화를 통해 모양을 만들어 갈 수 있는데 모양이 아니거든요. 대화하기로 해놓고 격을 가지고 티격태격해서 회담이 무산되고 이런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경수:

아무튼 남북 간의 신뢰가 쌓여가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동영: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