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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새정치연합 연대 없다..극복 대상"

 

6화. 정동영 "새정치연합 연대 없다..극복 대상"

 

2015-02-09 지승호

 

정동영 전 장관 인터뷰

 

정동영 前 장관 ⓒ지승호

 

지승호) 오늘 아침 회의에서 새로운 얘기는 있었습니까?

 

정동영) 오늘 아침 공식적인 첫 만남이었는데요. 양측이 신뢰가 있기 때문에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김세균 교수님을 비롯한 국민모임 대표들이 평생을 일관되게 우리 사회에 약한 자, 작은 자, 가난한 자들을 위해서 헌신적인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이 분들과 함께 새로운 정치세력을 건설하기로 한 것은 굉장히 뜻깊은 만남이었습니다.

 

지승호)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이하 국민모임)이 아직 대중적 지지나 세력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아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는 평들이 있는데요.

 

정동영) 성공의 씨앗은 국민 마음 속에 이미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공의 씨앗을 건드리는 것이 국민모임 신당이 할 일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국민의 마음 속에 있는 정치에 대한 울분, 특히 야당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 이 부분에 대한 대안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 성공의 첫 걸음이자 첫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지승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탈당에 대해 섭섭함을 표시하기도 했는데요.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어렵다고 보신 겁니까?

 

정동영) 지난 4, 5년 동안 민주당 내에서의 변화를 위한 제 나름의 노력은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다 물거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제 실천의 목표는 민주당을, 새정치민주연합이죠. 새정치민주연합을 진보적 민주당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당을 뉴딜 민주당으로 새로운 처방의 민주당으로 루즈벨트 민주당으로 진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대공황과 함께 취임한 루즈벨트 대통령과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과거에 중도적인 민주당으로부터 노동권 보장과 사회 보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민주화와 복지 국가의 방향으로, 진보적 민주당으로 진화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민주당, 한국 민주당 안에서 시도했던 변화의 방향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지승호)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표현하셨는데요. 민주당에서 그렇게 하기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뭐였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동영) 하나는 제 힘의 한계이기도 했고요. 또 하나는 빈약한 정체성이었습니다. 과연 누구를 대표하는가, 더 근본적으로는 왜 정치를 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질문 앞에서 민주당 구성원들은 망설였습니다.

 

민주당의 가장 최근의 대답은 문재인 의원이 말한 '우리가 가는 길을 진보정당의 길이 아니다. 중도 개혁주의의 길을 간다'고 말한 것에서 보듯이 사실상 중도주의 정당인데요. 이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날카로운 고통 앞에 노출되어 있는 대중,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의 대표성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당면한 최대과제는 불평등 문제입니다. 양극화된 사회에서의 불평등, 이것을 중도주의의 처방을 가지고 어떻게 한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국민모임 신당이 지향하는 바는 빽 없고 돈 없는 청년과 서민들의 정당이라는 것입니다.

 

지승호) 기존의 신당 운동과 차별화되는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연대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삼고 시작한 것 같은데요. 새정치민주연합과 힘을 합쳐야 새누리당을 견제할 수 있다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계실텐데요.

 

정동영) 예를 들자면 지금 130명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해방 후에 민주진영으로서는 최다 의석인데요. 야당성과 대안 세력으로서는 최약체 세력이라는 말이죠. 그러면 그 130명의 숫자가 몇 명 더 늘어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130석을 반으로 뚝 잘라서 60~70석짜리 야당이 두 개 있다고 치면 훨씬 더 선명한 노선 경쟁이 벌어지지 않겠는가, 이것은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고스란히 이익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방향을 전환하게 될 것입니다. 너무 많은 의석을 삭감하고, 선명한 대안 야당을 세우자는 것이죠. 국민들이 굳이 130석을 줬더니 돌아오는 것은 울화와 스트레스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국민모임 신당이 백 없고 돈 없는 청년과 서민들의 대표로서 활동하겠다, 의석을 달라고 하는 호소에 응답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승호) 지난번 대통령 선거를 분석할 때 중간층을 좀 더 끌어왔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해서 선거에 진 것이 아닌가 하는 평들도 있었는데요. 국민모임이 중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념적으로 왼쪽에 있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정동영) 오답입니다. 오답. 무슨 얘기냐 하면 5000만명을 소득으로 줄 세워놓고 보면 2500만명 이하, 거기서부터 5000만까지죠. 중하층이죠. 중하층 유권자의 이탈 이것이 결정적인 패인입니다. 지난 두 번의 대선과 총선에서의 패인. 우리 사회의 서민과 약자들이 야당 대신 새누리당에 기댔다는 거죠. 지금 정확하게 장사 안되죠. 취직 안되죠. 그런데 정치는 겉돌고 약자는 기댈 곳이 없는 상황입니다. 거기서 약자들이 오히려 더 박근혜, 새누리당을 선택했다는 거죠. 박근혜 후보를 더 찍었고, 새누리당을 더 찍었습니다.

 

그러면 중간층을 끌어오자는 말이야말로 자신들이 발 딛고 서야할, 자신들이 대표해야 할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다 이탈했는데, 신기루를 쫓고 있는 거죠. 정확하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너무 서민, 서민을 외치다가 너무 왼쪽으로 갔다, 우리는 가운데로 가야 되고, 중도 보수인사를 더 껴안아야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현장과 현실과 유리된 책상 머리 정치, 여의도 중심 정치의 반영일 뿐입니다.

 

지승호) '이번 주에 신당추진모임이 뜨는데, 역할이 인재영입기구가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인재들을 영입하려고 하십니까? 어떤 사람들과 같이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정동영) 구체적으로는 창당주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모시는 일이 중요하죠. 지금은 신당추진 단계고 창당주비위원회가 되면 진짜 얼굴이지 않습니까? 공동위원장을 여러분 모시는데요. 거기에는 여성이 있어야 할 것이고, 청년이 있어야 할 것이고, 노동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 부분이 중요하고요.

 

또 하나는 세 군데 보궐선거 후보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요. 오늘 첫 공식 만남에서 원칙을 정했어요. 1번이 서민과 약자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인물, 그 다음에 두 번째가 야당 교체에 기여하고, 의사당 귀족이 되지 않을 인물,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대목입니다.(웃음) 대표적으로 386 정치인들이 의사당에 입문하기 전에는 서민과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기대되었던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의사당 문을 들어선 뒤에 의사당 귀족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은 의사당 귀족으로 분류됩니다. 물론 일부 예외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사당 귀족화가 됐습니다. 그래서 초심을 잃지 않고, 의원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서민과 약자의 대표로 활동할 사람을 두 번째 기준으로 한 거죠.

 

세 번째가 전문성과 정책 능력이 검증된 인물, 의회 들어가서 서민과 약자들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해 낼 것이라고 하는 자기 분야를 가지고 있고, 그 분야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갖춘 인물을 찾자, 이 세가지 기준에 맞는 인물을 광주, 관악, 성남에 포진하는 것이 급선무죠. 2월 중에는 찾아야 합니다.

 

지승호) 정책이나 전문성은 오히려 검증하기 쉬울 것 같은데요. 의사당 귀족이라는 표현이 기존의 야당의원들이 듣기에는 불편할 것 같고요.(웃음) 아까도 말씀하신 것처럼 그 분들도 말씀하신 것처럼 의사당 들어가기 전과 후가 달라졌다는 건데요. 그걸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정동영) 이게 바로 감시 장치죠. 국민모임 신당이 내세우는 인물이 이 같은 문턱을 넘은 분이라는 인증이기 때문에 이 분이 의원이 돼서 활동을 할 때 자기 기준 아니겠습니까? 나는 서민과 약자의 대표여야 한다, 의사당 귀족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가 부과되는 거죠. 그걸 해낼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증 받고 출마해서 유권자로부터 다시 선택 받은 인물이기 때문에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그 전에는 공천이라는 것이 유력자 줄대기 공천이나 계파공천이나 이런 거 아니었습니까? 관문이 없었죠. 기준이 없었죠. 확실한 기준으로 의사당 귀족이 되지 않을 사람을 뽑을 겁니다.

 

지승호) '장그래당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장그래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그동안 부족했다는 얘기일텐데요.

 

정동영) 의사당 귀족이 장그래당을 할 수는 없죠.(웃음) 그 점하고 연결되고요. 예컨대 민주당에 대해서 비판하자면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야당 몫입니다. 민주당입니다. 거기 의원들이 전반기에는 야당이 다수 의석이었어요. 환경노동위원회만 인기 없는 위원회였기 때문에. 의원이 발의해서 충분히 상임위원회를 통과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잖아요. 상임위 통과하면 법사위원회예요. 역시 위원장이 야당 의원입니다.

 

이 같은 유리한, 아주 좋은 조건 하에서 하나도 노동 의제를 전선화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장그래들이 좌절하고 눈물 흘리는데 이 문제가 정치의제화되어서 국회 내에서 전선화할 수 없었다는 것이, 우리가 숫자가 적어서 못했다고 하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것이 상임위원회를 장악하고 있었는데, 거기서 전선이 쳐지지 않았어요.

 

예를 들면 비정규직법, 기간제 보호법이라고 불리는 2년 제한이에요. 전체 비정규직의 40%가 기간제예요. 2년 되면 정규직으로 바꿔주라고 했더니 그 법이 어떻게 악용되냐 하면 1년 11개월이 되면 사람을 바꿔버리거든요. 속수무책이었거든요. 예를 들면 2년 동안 그 직무가, 그 일이 계속되는 일은 정규직으로 바꿔라, 이렇게 사람에서 업무로 법 규정만 바꿔도 어떤 효과가 발생하냐 하면 사용자가 사람을 쓸 때 그 업무가 상시 지속하는 임무는 정규직으로 써야 한다는 게 되잖아요. 2년 이상 상시적으로 있는 업무는. 그렇게 되면 굉장히 비정규직 기간제 규모가 축소되었을 것입니다. 그런 부분은 사회적으로 굉장한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왜 그런 부분을 의제화하거나 전선화하지 못했는가, 국민모임 신당이 이걸 하겠다는 겁니다. 의석을 확보해서 그 의석을 가지고 이런 일을 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동일노동, 동일 임금의 방향으로 가야 되는 거죠. 그래야, 결국 비정규직의 문제는 소득의 문제거든요. 비정규직 평균 임금이 정규직 임금의 절반입니다. 이 부분을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에 입각해서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 이것이 국민 모임 신당이 앞으로 해내야 될 과제죠.

 

지승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동반 탈당의 움직임은 없지 않습니까? 천정배 전 장관도 계속 거론되고 있는데요.

 

정동영) 민주당 부분은 전당 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특수한 상황이지만, 대중의 기대 속에서 현역에 대한 프리미엄은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현역 의원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과연 신당이 누구를 확실하게 대표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이 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130석이나 되는 의석을 가지고도 이렇게 무기력한 야당을 보면서 현역 의원이 몇 명이 있는들 그것이 무슨 대수냐, 큰 의미냐 하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요. 천정배 의원은 여러 가지 고심 중으로 있는 것으로 보이니까 곧 본인 입장을 밝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승호) 다른 부분도 중요하지만, 현역 의원이 참여하면 힘이 되는 부분이 있을텐데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동영) 그건 민주당 내부의 상황인데요. 우리가 아침의 공식 만남에서도 천명했듯이 서민과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 그리고 그런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인과 세력에게 문호는 개방되어 있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이것은 각 개인, 개별 정치인이 주체적으로 결단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양극화 불평등 사회 속에서 양극화된 불평등 사회에 걸맞는 범보수, 범진보 진영으로의 재편, 이것이 우리 정치의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서, 선거구제 개혁을 통해서 합의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유권자의 한 표도 사표가 되지 않는 합리적 제도로의 모색이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당장 내년에 다가올 20대 총선은 현재의 제도를 기반으로 해서 치뤄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우리의 목표는 범보수 진영과 범진보 진영으로의 재편을 내년 총선 이후에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죠. 그래서 중도적인 민주당안에서 보수적인 정체성을 가진 분들은 보수 정당으로 가서 정치를 하고, 민주당 내에서 진보 개혁적인 분들은 범진보 진영, 범진보 정당에서 정치를 하는, 이것이 바로 야권을 그렇게 교체하자는 목표를 가진 거죠.

 

지금까지 천하삼분지계, 보수, 중도, 진보, 이 삼분지계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된 불평등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합니다. 양극화 사회라는 것은 봉우리가 두 개인 쌍봉 사회인데요. 오른쪽 봉우리는 보수 정당이 충분히 대변하고 있습니다. 재벌, 대기업, 사용자, 관료집단, 부유층, 이른바 강남, 기득권층이죠. 이 기득권층은 보수 정당이 잘 대변하고 있는 반면, 여기에 속하지 못한 많은 다수, 사회적, 경제적 약자, 대표적으로 800만 비정규직, 300만 영세자영업자, 한 달에 백 만원도 못 버는 영세자영업자의 이해관계는 누가 대표하느냐, 범진보정당이 출현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재편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하부구조와 대응하는, 조응하는 정치체제가 되는 거라고 보는 겁니다. 천하삼분지계를 천하이분지계로 재편하자는 겁니다.

 

지승호) 그렇게 가야 된다는 얘기는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게 정치세력화 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판단하신 건가요?

 

정동영) 하부 구조가 그렇게 양극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분출한다고 보는 겁니다.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 힘이 없는 사람, 빽 없고 돈 없는 청년과 서민들의 대표가 없는 거예요. 대표로서의 정치세력이 없는 거란 말이죠. 그래서 민주 진영 쪽에서 발동했던 사람들이 나오고, 진보 진영 쪽에 있던 사람들이 함께 하고, 무당파 중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고, 이렇게 모여서 민주, 진보 합작 정당을 통해서 지금의 야당을 교체해보자는 굉장히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는 거죠. 또 하나의 작은 진보 정당이 목표가 아닙니다. 진보 정당은 여러 개 있잖아요. 그 진보정당이 현실적으로 제1 야당을 대체하기 어려우니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거죠.

 

지승호) 새누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되는 상황에서 야권의 분열이 아니냐고 보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정동영) 동어반복인데요. 130석이나 되는데, 야권이 몇 석을 더 가지면 야당다운 야당이 될까요?(웃음) 차라리 쪼개자, 60~70석짜리 야당이 또 하나 나오면 더 야당이 강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반론이 가능하겠죠.

 

지승호) 기존의 진보 정당과는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동영) 기존의 진보 정당과 노선과 가치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력 면에 있어서 지금 새로 시도하는 신당은 진보세력과 민주 진영의 합작이라는 거죠.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겁니다. 마치 마오쩌뚱의 공산당과 장개석의 국민당이 국공합작을 통해서 항일 전선을 형성해 공동대처했듯이 새누리당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야당을 교체해야 되는데, 야당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진보 정당들이 주변화되어 있고, 지리멸렬해 있기 때문에, 자체 분열했잖아요. 그래서 제1 야당을 대체할 수 없으니 제1 야당을 대체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자는 거죠.

 

구체적인 예를 들면 광주 보궐 선거에서 또 하나의 진보 정당 후보를 냈을 때 광주 시민들이 민주당 대신 선택해주겠느냐, 그게 아니고 민주당을 대체할 수 있는 민주 진보 합작 세력이 정당을 만들어서 '우리가 대안 정당의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 아마도 광주 시민들이 그 대안 정당, 국민모임 신당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고 보는 거죠. 그러니까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샛길, 갈래길을 또 하나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로를 내고자 하는 겁니다. 그동안 대표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대표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당.

 

지승호) 정의당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보는 분들도 있는데요.

 

정동영) 진보 진영 내에서 자체 분열도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고요. 지난 몇 년 동안 진보통합 운동을 했잖아요. 그런데 안 됐잖습니까? 그 노력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두 가지 관점으로 봅니다. 하나는 대중의 관심이라는 관점, 두 번째는 새로운 것인가, 낡은 것인가 하는 관점. 국민 모임 신당이 가고자 하는 것은 대중의 관심이 어디 있는가, 진보통합운동을 다시 한다고 할 때 대중의 관심이 거기 있겠는가, 진보통합운동을 다시 한다고 할 때 그것이 새로운 것인가, 낡은 것인가 하는 잣대로 볼 때 새로운 길로 가자는 거죠. 갈래길이 아니고. 기존 진보정당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갈래길에 해당하는 것이고, 새로운 대로를 내고자 하는 것이죠.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이죠. 새로운 모험과 도전을 하는 거죠.

 

지승호) 기존의 진보 진영과의 연대나 연합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씀이신데요.

 

정동영) 그게 선행이고, 진보 세력과의 협력과 통합은 병행하는 과제죠. 이것을 앞세우는, 이것이 목적인 당은 아니라는 거죠. 진보통합을 위해서 당을 만든 사례는 없어요. 전세계에. 통합을 위해서 당을 만듭니까? 통합을 위해서는 연대기구를 만들면 되는 거죠. 당을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정치 세력을 만드는 것이지, 통합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는 거죠. 그 점이 민교협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 분들하고 명백한 의견 차이였어요. 그 분들은 진보대통합을 앞세우고 싶어 했고요. 그러니까 우리 민주계 쪽의 입장에서는 그게 과연 대중의 관심사냐, 그게 과연 새로운 것이냐, 아니지 않느냐, 대중의 눈길을 붙잡고 새로운 길을 갈 때 거기서 4월 보선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힘을 가지고 그때 통합력을 발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인데요. 그게 전략적 판단입니다.

 

지승호) 4월 재보선과 관련해서 여러 얘기가 나오는데요. 후보는 세 군데 다 내실 예정입니까?

 

정동영) 어제 선언을 했죠. 세가지 조건까지 내세웠고요. 내일 광주 토론회에서 세금혁명당의 노선에 대해서 입장을 천명하지요. 장그래당, 비정규직, 청년당, 자영업자당을 표방하게 되는 것이죠. 목표는 영세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의 소득을 높혀줌으로써 한국판 새로운 처방, 한국판 뉴딜 정당의 길을 가자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 필수적인 과제가 조세개혁이다, 세금혁명당이라는 겁니다. 오늘 저녁에 온라인에서 세금 혁명당 운동을 했던 선대인 소장을 모셔서 내부 토론회를 갖습니다. 거기서 기본 노선을 다듬고, 내일 광주토론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창당 주비위원회를 다음주에 띄운 다음에 맨 먼저 할 사업으로 2월 16일날 조세 부정의 고발대회 및 신당의 세금에 대한 노선, 기본 정책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지승호) 세금 혁명이 필요한 시기라는 표현도 하셨고요. 국민모임이 세금혁명당을 지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번에 연말정산 때문에 여권의 지지율도 많이 떨어진 것처럼, 조세 저항이라든지 이런 부분에서 신뢰를 얻어야 될텐데요. 증세 없는 복지 얘기들을 하는데, 증세 없이는 복지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동영) 제가 지난 5, 6년동안 부유세를 맨 먼저 들고 당내에서 부유세를 제기함으로써 세금 문제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보편적 복지를 하기 위해서는 재정과 재원이 필요하고, 그건 능력 있는 사람들이 양보를 해야 된다고 5년전에 부유세를 던짐으로써 논쟁을 촉발했고요. 끊임없이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다, 세금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된다, 정공법으로 당당하게 국민에게 얘기를 하고, 복지를 얘기하고, 세금을 얘기해야 한다, 단계적으로는 일단 부자 증세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 복지를 목적으로 한 특별세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제 개인의 정책 입장을 정리했죠.

 

사회 복지 특별세라는 것은요. 70년대 방위세를 걷었고요. 대포와 비행기를 사서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 군비를 강화하자고 해서 70년대 방위세를 걷었는데, 한시 목적의 특별세였죠. 80년대에는 교육목적 특별세를 도입했고요. 소득세, 법인세를 10%씩 붙였죠. 90년대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에 농어촌 특별세를 도입해서 농어촌에 대한 지원 재정을 만들었고요.

 

자 지금 사회 복지를 확충해야 되는데, 재정이 펑크나 있잖아요. 작년에 11조가 세수 부족했고요. 2013년에는 8조가 부족, 2013, 2014년 20조 가까이 구멍이 났는데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재원 확충의 수단으로 담배세 올리고, 주민세 올리고, 이런 것들은 길이 아니다, 연말 정산으로 유리 지갑 터는 것도 길이 아니다, 부자 증세 하나로서 소득세, 1억 5000만원 버는 사람도 38%, 150억 버는 사람도 38%, 1500억 버는 사람도 38%잖아요. 1500억 버는 사람은 능력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부자 증세와 법인세 22%를 25%로 다시 원상회복해서 올리자, 이걸로 해서 날아간 세수가 줄어든 부분이 100조잖아요.

 

MB 5년 동안에. 법인세를 22%에서 25%로 올리자, 법인세는 3단계로 되어 있어요. 순익이 2억 이하는 10%예요. 200억 이하 이것은 20%예요. 200억 이상은 22%예요. 아니 200억 이상 순이익을 내면 25% 낼 수 있죠. 왜냐하면 사내 유보를 500조 이상 쌓아놓고 있잖아요. 곳간에 쌓아놓고 있는데, 국가 재정은 펑크가 나면서. 하나는 부자 증세, 하나는 사회복지 목적 특별세를 도입해서 재정을 확충하자, 그래서 복지 국가의 길을 가자, 빽 없고, 돈 없는 청년과 서민들을 위해서 쓰자는 거죠.

 

지승호) 세금도 그렇지만, 건강보험료 같은 것도 약간의 수입이 있는 자영업자들은 엄청나게 내거든요. 그런데 MB가 2만원 낸다는 얘기도 있고요.(웃음)

 

정동영) 제가 국회의원할 때보다 지금 보험료를 더 내요. 집도 있고 차도 있으니까 많이 내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은 저보다 백배는 더 부자일텐데, 그 분이 2만원 냈다니까 화가 나죠.(웃음) 저는 이십 몇 만원 내는데, 그 분은 2만원 냈다니까, 저 보다 100배 이상은 부자일 것 같은데요. 그것을 이명박 대통령 되고 나서 7년이 지났는데, 7년 동안 고치질 않았어요. 재산이 수백억, 수천억 되는 사람들이 쬐끄만한 청소 관리 회사 대표다, 이래가지고 월급 받는 사람으로 해서 몇 만원 부담하고 마는 이런 불의한 것, 불공평과 부정의한 것, 이런 것들을 바로 잡는 것이 세금혁명당이 할 일이죠.

 

지승호) 탈당을 하셨을 때는 정치 생명을 걸고 하셨을 것 같은데요. 만약에 신당 운동이 실패했을 때 정치적 재기가 어렵다고 보이는데요.

 

정동영)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겁이 나는 것이지, 무엇을 안 하겠다고 생각하면 겁날게 없죠.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렸다고 분명히, 명백하게 말씀드렸고요. 신당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겠다, 백의 종군을 하겠다고 분명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제 등을 빌려줘서 제 등위에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과 청년들과 서민들이 제 등을 밟고 그 위에 새로운 정치 세력을 건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승호) 여론조사라는 것이 질문과 항목에 따라서 다르게 평가되기도 하지만, 처음 탈당하셨을 때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41%가 탈당을 반대한다고 했고, 19%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정동영) 여론조사는 아 다르고, 어 다르거든요. 그것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그 앞의 질문이 뭐였는지를 잘 볼 필요가 있죠. 대개 우리 국민들께서 자기가 몸 담고 있는 당에서 탈당을 했는데, '잘한 일이요, 못한 일이요?'라고 하면 십중팔구는 잘못했다고 하죠. 그런데 한 40%는 잘못한 일이라고 하고 20%는 잘했다고 하면, 저는 잘했다고 말한 19~20%는 신당을 하면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 정동영이 참여하는 신당이 기본적으로 20%의 지지는 갖고 있겠구나,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는 거죠.

 

지승호) 약자에게 등을 빌려주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고 하셨는데요. 약자끼리 서로 등을 기대고, 받쳐주면 버티기 훨씬 좋을텐데, 그동안은 각자 힘드니까 서로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고, 등을 빌려주는데 인색한 사회였지 않습니까? 그런 분위기를 바꿔줘야 할 것 같은데요. 갑질 얘기 나오는 것처럼 약육강식 사회에서 이런 얘기들이 낭만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동영) 얼마 전에 대전에 도마 시장이라는 전통 시장에 갔어요. 점포가 490개쯤 되는 큰 시장인데요. 거기 상임대표 한 열댓 분하고 간담회를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모임 신당은 여러분 때문에 나오는 것입니다. 여러분을 위해서 나오는 것입니다. 국민모임 신당은 여러분과 함께 하려고 나오는 것입니다. 국민모임 신당에 여러분이 동승하십시오. 그래서 여러분의 주장을 이 당을 통해서 펼치십시오. 국민모임 신당 발기인이 되어 주십시오. 대전 시내에 있는 서른 일곱 개의 전통 시장이 있다고 하는데, 이 서른 일곱 개의 시장에서 최소한 한 명 이상씩 상임대표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해주십시오, 그래서 여당이나 야당을 찾아가서 민원을 제기하고, 뭘 해달라고 하지 말고, 이 당을 통해서, 이 당의 주인이 되어서 이 당을 도구로 써서 여러분의 요구와 주장을 관철하십시오'라고 했는데, 박수를 쳐주시고, 환영을 하시더라고요. 이 분들이 자기들이 앞장서서 37개 전통시장의 대표들이 발기인으로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 것처럼 사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숫자가 많잖아요. 우리 사회의 90%는 약자입니다. 이 분들을 정확하게 대표할 정치 세력이 없는 겁니다. 이 분들한테 신뢰만 준다면 '아, 저게 우리를 대표하는 세력인가?' 하는 신뢰만 준다면 저는 폭발성이 있다고 봅니다.

 

지승호) 말씀하신 것처럼 90%가 약자인데, 그 분들에게 '저 정치 세력이 우릴 위해 뭔가 해준다'는 느낌이 없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은데요. 신당모임 하시면서 계속 현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계신데요. 한달 정도 다니셨는데, 변화가 느껴지나요?

 

정동영) 네. 기대가 있습니다. 여전히 '신당이 될까?' 하는 회의가 있어요. 당을 만드는 것은 DJ, YS 아니면 정당을 만들거나 부술 수 있는 실력을 보인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안 갖고 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당을 만든다고 하니까 '뜻만 가지고 될까?' 하는 회의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신당이 되기만 하면 좋지' 하는 환영하는 마음은 분명한 겁니다. 신당이 될 수 있을까,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회의와 '신당이 되면 좋지', 이 말은 지지하겠다는 얘깁니다. 그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신당이 될까?' 하는 회의를 '신당이 되면 좋지'하는 쪽으로 건너가게 하는 것, 이게 창당주비위원회를 만드는 것이고, 공동주비위원장을 모시는 것이고, 신당의 4월 보궐 선거 후보를 발굴하는 것이고, 그런 것들을 통해 대중들이 보기에 '신당이 나오긴 나올 모양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거죠. 우리 목표는 뭐냐 하면 '국민모임 신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격돌하고 있다. 야권의 주도권을 놓고', 이렇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 구도를 만드는 것.

 

지승호) "정동영 전 의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핵폭탄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찻잔의 미풍으로 그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라고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가 말했는데요. 그 말씀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보수적인 쪽에서도 그만큼 주목하고 있다는 건데요.

 

정동영)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하신 분이고,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탄생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주신 분이죠. 우리로 봐서는 섭섭한 위치에 있는 입장에 계신 분인데요.(웃음) 이런 분이 국민모임 신당이 태풍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 말이 저희에게 큰 격려와 용기를 주신 거죠. 이 분이 정말 객관적으로 냉정한 눈으로 필요하다고 인정을 해주신 거란 말이죠. 그 다음에 130명 야당 의원들이 한 명도 안 따라갈 것이라고 하니까, '용기 있는 자여, 정동영을 따라나서라'고 위무 격려를 해주셨기 때문에 저희들한테는 굉장히 큰 힘이 됐습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너무 감사한 일이죠.

 

인명진 목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었던 것은 그 분이 70년대 도시산업선교회 활동 등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그 분들의 권리와 근로 조건 향상을 위해서 애써오신 분이기 때문에 현 단계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야하는가, 라는 역사 의식을 가지고 저희들을 격려해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독교 지도자시잖아요.

 

지승호) '정동영 전 의원의 상징성이 지나치게 큰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라는 지적도 있고요. 김세균 교수도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정동영은 1/n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는데요. 다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국민모임은 정동영의 신당이 아니다. 정 전 고문은 4월 재•보궐 선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도 하셨고요.

 

정동영) 그렇죠. 각 부분별로, 각 분야별로 대표성과 전문성을 가지신 분들이 각 분야에서 참여하고 계시고 저도 1/N로 참여하는 것이 맞죠. 다만 이름이 익숙하기 때문에, 이름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정동영 신당이라고 편의상 이름을 붙이는 것이지, 그 이름은 실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논의하는 것이 정동영 신당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요. 그것을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사업과 행동으로 국민모임 신당이 왜 나왔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보여줍시다, 하는데 의견을 모은 거죠.

 

그래서 예를 들면 옥외, 농성 지도 이런 것을 그려놓고, 도대체 땅 위에서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치고 절규하는 사람들 곁에 다가가자, 그래서 현장 정당, 현장 정치를 실천하자, 그리고 그 분들에게 명백한 대안으로서 세금혁명당을 얘기하자,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우리의 해법을 얘기하자, 장그래당을 얘기하자, 청년들의 미래를 위해서 청년당을 얘기하자, 퇴보한 남북 관계를 되돌려 놓고,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가 주도하기 위해서 평화 체제를 얘기하자, 평화 경제 통일론을 얘기하자, 이런 거죠.

 

지승호) 통일 얘기가 나왔으니까, 지금 유력한 정치인 중에서는 통일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일을 하신 분인데요. 지금 남북 관계가 계속 겉돌고 있지 않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씀만 하시고,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진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의 문제도 있는 것 같고요.

 

정동영) 남북 문제에 대해서는 지승호씨가 책을 잘 만들어주셔서.(웃음) <10년 후 통일>이 회자되면서 정동영이 가지고 있는 남북 문제에 대한 진단과 비젼이 그럴 듯 하다, 그 방향이 맞다, 책을 본 분들은 그렇게 공감을 하시더라고요. 비전은 있는데, 또 경험과 경험을 토대로 한 분명한 정책과 비젼이 있단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뭐가 없냐, 정권이 없는 거예요. 정권이.(웃음)

 

그래서 비젼과 정책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정권을 교체해야 되고, 정권을 교체하려니 가만히 있어서 정권이 교체되겠는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듣고, 가만히 있었던 우리 단원고 학생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가만히 있으면 새정치민주연합에 저절로 정권이 들어오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비상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주저 없이 서슴없이 결단을 한 것이고, 야당을 교체합시다, '뭐 할텐데?' 그래야 정권을 교체하고, 정권을 교체해야 서민과 약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지 않겠소, 그래야 평화체제로 갈 수 있지 않겠소, 라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최근에 시진핑의 이른바 대비젼, 그랜드 비젼이라는 것이 나왔잖아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1대, 혁대, 벨트, 띠 대자죠. 길 로자. 아시아에서 유럽, 북아프리카까지 고속도로를 놓고, 10000킬로미터 고속 도로, 고속철도를 놓자, 만 킬로 더 되고, 12000~13000 킬로 정도 될 거예요. 거대한 프로젝트죠. 사실 이것의 원조는 민주 정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우리 세력입니다. 저도 '대륙으로 가는 길'이라는 연구소를 만들어놓고, 이것이 뭐냐, 바로 우리가 한반도에서부터 유럽까지 철도로, 도로로 가자는 얘기였는데요. 이것을 거대 비젼으로 시진핑이 제시해버렸어요. 한국한테 지금 AIIB에 참여를 권유하고 있잖아요. 아시아 인프라 인베스트먼트 뱅크,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에 중국이 50조를 출자금으로 냈어요. 그리고 한국한테 같이 하자고 돈 좀 출연하라고 제안했습니다. 당연히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망설이고, 멈칫거리고 있습니다. 왜? 미국 눈치 보느라고.

 

아니 한국 대통령이 대외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첫 번째 원칙은 뭡니까? 그건 국익입니다. 국익이에요. AIIB를 통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는 우리 건설 회사들이 경쟁력 있잖아요. 우리 건설회사들에 얼마나 많은 기회가 생깁니까? 일대일로가 제대로 되려면, 시진핑의 일대일로를, 대륙으로 가는 길, 서울에서 기차 타고 파리를 갈 수 있는 남북 철도, 도로 통행을 열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3통 정책입니다. 대만하고 중국이 3통으로 열었잖아요. 통항, 통우, 통상. 통항, 비행기가 서로 왔다 갔다 하는 것, 서울에서 비행기 떠서 평양 가야죠. 통상, 개성공단뿐만이 아니라 개성공단을 여러 개 확대하고, 전면적으로 무역 관계, 경제 협력 관계를 확대해야 합니다. 통우, 우편인데, 우편만이 아니라 각종 커뮤니케이션과 소통 이런 것을 열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한반도가 연결되는 거잖아요, 이게 우리가 시급하게 해야 할 민족적 비젼입니다. 그런데 이걸 하려면 정권이 필요합니다.(웃음)

 

지승호) 현장왕, 거리의 대통령으로 불리셨는데요. 신당 모임을 통해 이제 본격적으로 현장을 다니시겠다는 선언처럼 들리는데요. 그래도 믿음을 주지 않는 분들에 대해서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정동영) 저한테 원죄가 있어요. 정권을 빼앗긴 원죄, 고통 받는 분들이 정권을 빼앗겼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출발을 한 겁니다. 그런 문제가 있고요. 제가 좀 더 일찍, 좀 더 빨리 이 시대를 제대로 읽고 꿰뚫어봤다면 우리 정치가 이렇게 추락하지 않도록 뭔가 역할을 할 수 있었을텐데요. 정말 우리 정치는 지금 거의 한계점까지 추락한 거잖아요. 신뢰도 측면에서.

 

국민이 우리 정치를 믿고 의지를 합니까? 정치는 사실 하수 처리장이거든요. 종말 처리장이기도 하구요. 삶의 일상, 삶에 녹아 있는 공기나 물 같은 거예요. 물, 공기, 정치, 비슷한 질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물이나 공기에 대한 불신이 있으면 어떻게 됩니까? 삶이 얼마나 불편해요. 삶이. 정치에 대한 믿음, 정치가 깨끗하다, 정치가 우리를 먹여 살린다, 우리의 고통을 경감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다시 불러 일으키는 것, 그것이 새 정치겠죠.(웃음)

지승호)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정동영)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성공에 대한 확신이에요. 될거다, 라고 하면 엄청난 동력이 생기는거죠. 저는 그렇게 움직여 왔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얘기를 하면 저의 두 아들이 '아버지의 가는 길이 옳습니다' 라고 얘기를 해준 것이 제가 거침없이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요소입니다. 아직도 공부하고 있는 아들들입니다만, 두 아들이 '아버지가 지난 몇 년 동안 옳은 길이고, 그 길의 연장선에서 아버지의 결단을 지지합니다. 주저 없이 결단하십시오. 성공과 실패는 하늘이 정하는 것입니다' 라고 해요. 그래서 두 아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들들하고 가끔 상의를 합니다. 카카오톡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저는 기성세대고, 아들들은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30대 초반의 두 아들들이 의사 결정의 중요한 조언자죠.

 

지승호) 이걸 여전히 대권 행보가 아니냐고 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정동영) 그것도, 저는 무엇이 되겠다고 생각을 버렸고, 백의 종군하겠다는 결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4시반에 중요한 사람을 만나서 출마를 권유해보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웃음) 계속 사람을 만나는 게 그런 쪽이죠.

 

지승호) 이 시대의 진보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진보가 살아나려면 진보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규정해야 될 것 같은데요.

 

정동영) 비정규직 소득 올려주는 것이 진보예요. 자영업자 매출 올려주는 것이 진보라고 봅니다. 그게 핵심이에요. 장사되게 하는 것, 취직되게 하는 것, 이것이 진보의 핵심입니다. 밥 먹여 주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 되느냐, 다시 경제 민주화로, 다시 복지 국가의 길로 깃발을 선명하게 들고 가자, 이것이 진보의 길이다, 그래야 다시 성장 동력도 생기고, 그래야 우리 사회의 눈물도 그치게 됩니다.

 

단군 이래에 전쟁이 없는 해, 해마다 2만명 가까운 전사자가 발생하고 있어요. 어디서 전사자가 생기느냐, 생활 전선에서, 생활 전쟁에서 패배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작년에 14,500명, 산업 현장에서 떨어져서 죽고, 가스 폭발로 죽고, 산업 재해로 숨진 사람이 1946명 등, 2만여명 가까운 사람들이 전사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의 체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호의 항로를 틀어야 합니다. 국민모임 신당이 나와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지승호) 이계안 전 의원이 이끄는 새울림 서울이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신당 창당으로 이어지지 않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정동영) 잘 모르고 있지만, 그런 저런 움직임들이 다, 바다로 가는 물이 나중에 다 협쳐지잖아요. 바다는 강물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런 움직임들이 나중에 합쳐지길 바라죠.

 

지승호) 신당 관련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정동영) 창당주비위원회부터 참여를 하는 거구요. 직책을 맡지는 않지만, 인재영입 창구 역할, 사람들 만나서 제안하고, 모시고, 이런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정당은 선거로 말하니까 4월 보궐선거에서 성과를 내도록 모든 역량을 거기에 집중해야죠.

 

지승호) 목표는 몇 석인가요?

 

정동영) 원내 정당이 되는 거죠. 의원이 하나도 없는 것과 당을 만들어서 그 당이 의석을 확보해서 당당하게 원내 정당이 되는 것은 의미가 다르죠. 가령 당선자가 홍길동이라고 친다면 국민들에게 '100명의 홍길동을 더 만들어주십시오. 보십시오, 의사당 귀족이 아닌 진짜 여러분의 대표자가 나왔지 않습니까?' 라고 얘기하면 설득력이 있지 않겠습니까?

 

지승호) 인물 자체가 국민모임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동영) 그렇죠. 그런 인물을 내면 선택될 것이고, 그런 인물을 통해서 성공의 길을 개척하는거죠. 사실 제가 1월 11일날 당을 나왔을 때 국민모임 합류를 선언했을 때 바람 부는 벌판이었어요. 지금도 역시 벌판이죠. 길은 없어요. 길을 내는 거죠. 길을 내는데, 어쩌면 4월 29일 지나고 나면 길이 좀 트일지 모르죠.

 

지승호) 통합진보당 해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통합진보당이 헌재에 의해서 해산되면서 진보 진영이 재편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건데요. 통합진보당 해산이 어떤 영향을 줄 거라고 보십니까?

 

정동영) 선거로 등장한 정부 내에서 해방 후에 정당 해산이라는 폭거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 그것은 특히 헌재는 6월 항쟁의 산물이잖아요. 6월 항쟁 헌법, 87년 헌법이 결국 우리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탄생한 헌법인데요. 그 헌법의 상징인 헌재가 국민의 결사의 자유를 정면으로 짓밟은 것은 자기를 부정한 거죠. 헌재를 태어나게 한 모태를 부정한 것이고요.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거라고 봅니다. 볼테르의 얘기 그대로죠.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을 억압하는 권력에 대해서 나는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하는 볼테르는 명구를 상기하는 대목인데요. 민주주의의 후퇴가 거의 바닥까지 밀리고 있는 거죠. 여기에 안타깝게 야당은 부재한 상태고요.

 

 

 정동영 前 장관 ⓒ지승호

 

지승호) 마지막으로 해주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정동영) 국민모임 신당은 세월호 텐트에서 출발했어요. 세월호 광장, 광화문 광장에서 잉태했어요. 그래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이전의 대한민국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지만, 오늘 그 흔적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4.16 이전과 이후가 똑같습니다. 바로 세월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대한민국이 4.16 이전과 달라지기 위해서 국민모임 신당은 붉은 마음으로 임할 것입니다. 빽 없고 돈 없는 청년과 서민들이여, 국민모임 신당에 승선하라, 여러분을 복지국가와 인간의 존엄을 누리는 그런 나라로 안내해줄 것입니다. 그게 마지막 드리고 싶은 말씀이에요.

 

출처 : http://m.newsfund.media.daum.net/episode/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