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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정동영, '전북, 신당 모태 될 것…정권교체 기여함으로써 기대 부응하겠다 '

 

전북, 신당 모태 될 것…정권교체 기여함으로써 기대 부응하겠다

[새전북이 만난 사람]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

 

2015.02.15  새전북신문  임병식 기자

 

 

▲ 정동영 전 의장은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이후 새전북신문과 첫 인터뷰에서 국민신당의 지향점과 전북 정치에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오세림 기자  
 

정동영(62) 전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한 달여 지났다. 그는 지난달 11일 ‘합리적 진보’를 표방하며 탈당했다. 그리고 ‘국민모임’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 정치인생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정 전 의장은 2003년 구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또 대선 국면이던 2007년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다. 2009년 4.29 재보선에서는 전주 덕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번 탈당으로 네 번째 탈당 기록을 썼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격한 비판이 쏟아졌다. “대선 주자까지 지냈고 누구보다 당의 혜택을 많이 받은 인사로서 부적절하다. 뿌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정 전 의장은 “새정치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 정치인생의 마지막 봉사다”며 배수진을 쳤다. 그러면서 “모든 비판은 달게 받겠다. 백의종군의 자세로 기꺼이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또 “야당 노릇도 못하고, 정권교체 가능성도 없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제1야당을 바꿔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며 각을 세웠다. 정 전 의장의 탈당 배경에는 친노가 있다. 19대 총선에서 부산 영도 출마와, 지난해 7.30 재보선 출마를 반대한 것은 친노였다. 탈당은 예정된 수순이다. 정 전 의장은 “19대 총선에서 강남 출마는 정체성과 맞지 않는데 출마를 강행해 회한으로 남는다”고 했다. 또 “세계 금융위기와 용산참사는 정치를 새롭게 시작하는 성찰의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이를 통해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신념으로 삼게 됐다는 것이다. 국민모임은 3월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에 이어 4.29 보궐선거에 모든 후보를 내기로 했다. “빽 없고 돈 없는 청년과 서민의 희망을 위해 조세혁명을 하겠다. 국민모임 신당을 통해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깃발을 다시 들겠다”는 정 전 의장을 13일 밤 늦게 만나 국민신당의 지향점과 전북 정치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봤다.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이후 지역 언론과는 첫 인터뷰다.


- 오늘 전주 방문은 어떤 목적인가.


“원로 목사를 비롯해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 지역 여론과 정치 상황을 경청했다. 105인 지역 모임을 준비 중인 민주화교수협의회 서유석 교수, 이세우 목사도 만났다. 전북지역 인재 영입을 논의했다. 여성, 청년, 노동계를 대표하는 인물을 찾고 있다. 국민모임의 양대축은 노동자와 청년이다. 조만간 전주, 광주, 부산, 울산, 대전에서 지역 105인 선언을 준비 중이다.”

- 문재인 대표 취임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나름대로 판단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여·야가 분열적·대립적인 구도를 끝내야 한다는 대의에 동의한다. 그러나 시기와 선후에 문제가 있다. 지금 국민적 요구는 거기에 있지 않다. 국민적 요구와 관심을 벗어나면 뜬금 없는 일이 되고, 정치적 계산만 남는다.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와 전면을 하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각론을 듣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참배한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 전통적으로 야당은 분배, 여당은 성장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는 성장에도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정확한 지적이다. 지금 가장 날카로운 고통 앞에 노출된 이들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다. 야당이라면 이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 비정규직 860만명, 한 달에 100만원 미만을 버는 영세 자영업자 300만명의 소득을 어떻게 높일지 각론을 이야기해야 한다.”

- 그러면 대안은 무엇인가.

“복지 주도 성장이 답이다. 국민 1인당 월 소득을 100원으로 가정하면 개인이 땀 흘려 버는 노동임금은 92원인 반면 국가가 돕는 사회임금은 8원이다. 그러나 OECD 34개 국가의 사회임금은 평균 32원이다. 국가 역할이 선진국처럼 커져야 한다. 그럴러면 국가 재정을 키워야하는데 세수 확보로 가능하다. 세수 확보를 위해 세금 혁명을 해야 한다. 세금 혁명은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내는 것이다. 그런데 조세 정의가 무너졌다. 관료 및 권력 집단이 고소득자들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해야 한다.”

- 일반 국민들도 증세를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은 아니다. 먼저 공정 과세를 실현해야 한다. 소득세는 3억원부터 누진세 체계가 무너졌다. 법인세도 마찬가지다. 5,0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낸 대기업 44개사의 세 부담은 16%인 반면 200억원대 중견기업은 17.6%를 낸다. 이건 불공정하다. 또 정확한 과세가 필요하다.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자본경제는 8,000조원에 달하지만 세금은 20%를 부담한다. 반면 생산경제는 1,000조원에 불과한데 세금은 80%를 담당한다. 주식양도 차익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조세정의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세금을 엉뚱한 곳에 쓰지 않아야 한다. 경인 아라뱃길을 뚫는데 2조6,000억원이 투입됐다. KDI는 하루 676만TEU 물동량이 발생한다는 보고서를 냈는데 현실은 3TEU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것들을 선행한 뒤 보편 증세를 하는 게 옳다. 여기에 전면전을 해야 하는데 새정치연합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 국민모임 신당 창당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3월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한 뒤 4.29 재보선 후보를 낼 계획이다. 광주에서는 새정치연합과 격돌할 것이다. 후보 기준은 ①서민과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 ②야권 교체에 기여하고 ‘의사당 귀족’이 되지 않을 사람 ③전문성과 정책능력이 검증된 새로운 사람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해방 이후 최대 야당(130석)이지만 힘은 최약체다. 130석에 한 석을 보탠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국민모임에 한 석을 주면 130석이 못한 일을 하겠다. 한국정치를 확 바꿔 놓겠다. 이렇게 광주시민들에게 호소할 작정이다. 당선자를 내면 100명의 홍길동을 만들어달라고 하겠다.”

- 국민모임 신당의 지향점을 말해달라.

“국민모임은 빽 없고 돈 없는 청년과 서민의 정당이다. 구체적으로 비정규적 860만명, 영세 자영업자 300만명의 소득을 올려주는 게 목표다. 복지주도 성장을 이뤄 자살자와 산재 사망자를 줄여 국민 행복도를 높이겠다. 새정치연합은 진보정당을 포기하고 중도주의를 표방했는데 우편향의 늪에 빠졌다. 야당은 아래로 가야 한다. 현장에는 비명과 아우성이 난무한다. 평택과 신세계백화점에서 쌍용차 노조와 SK브로드밴드·엘지 유플러스 노동자들이 시위 중이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해결하고 자영업자 소득 올리는 게 올바른 정치다. 이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내수가 활성화되고 경제도 성장한다. 대표적인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되겠다.”

- 제2 지역당, 자민련을 우려한다.

“천하 3분지계를 2분지계로 바꾸자는 것이다. 3분지계는 보수 새누리당, 중도 민주당, 진보 정당이다. 그런데 중도 민주당은 대안에서 탈락했고 진보정당은 분열돼 있다. 정책과 가치를 중심으로 범 보수와 범 진보로 재편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비정규직과 자영업자의 소득과 삶의 질이 올리면 호남 출신들이 득을 본다. 호남 출신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자영업자다.”

- 탈당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새정치연합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이기택 민주당을 탈당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지 않았으면 정권교체가 있었겠나. 빽 없고 힘없는 청년과 서민의 정당을 만드는 게 정권교체에 기여하는 길이다. 또 호남 유권자들에게는 정치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계속된 일당 독재를 경쟁구도로 바꾸는 것이다.”

- 호남정치 복원 이면에는 자신의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의도라는 비판이 있다.

“(긴 침묵)칭찬만 받겠는가. 어떤 비판이라도 감수하겠다. 세월호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더니 결과는 비극적 참사였다. 야당 지지자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새정치연합에 정권이 오는가. 야당은 비상하게 행동해야 할 때다. 이것은 다른 길이다.”

- 신당에서 구체적인 역할은.

“공식 직책을 맡을 생각은 없다. 인재영입에 주력하겠다. 전북은 국민모임 신당의 모태가 되어야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 내게 전북은 어머니같은 존재다. 때로는 마음에 드는 아들이었고, 때로는 마음을 아프게 한 아들이기도 했다. 그 아들이 새로운 시작을 한다. 광야에서 없는 길을 만들려 한다. 정권교체에 기여함으로써 어머니 기대에 부응하겠다.”

- 19대 총선 당시 여론에 떠밀려 수도권에 출마했는데 후회나 미련은 없나.

“그때그때 정치적 결단에 따른 것이지 후회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나. 결단과 책임은 떠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강남은 아니었다. 내가 지향하는 길과 강남은 맞지 않는다. 부산 영도를 희망했는데 친노가 반대했다. 불출마가 답이었는데 강행한 것은 회한으로 남는다. 강남은 내가 주장하는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 강남은 대한민국 대표적인 기득권층이 살고 있다. 그곳에서 복지와 부자 증세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웃음)”

- 정동영의 변화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두 가지 사건은 정치를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첫 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다. 불과 9개월 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 세상을 잘못 읽고 잘못 봤다. 정치의 발판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참여정부 당시 미국 월가를 배우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금융 사기였던 셈이다. 그래서 ‘많이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다’는 제목의 반성문을 쓰게 됐다. 둘째는 용산 참사다. 당시 천주교 미사에 참석했는데 신부님께서 강론 도중 ‘저기 앉아 있는 사람이 잘했다면 이분들 죽지 않았다’고 했는데 망치로 맞는 충격이었다. 내가 죄인이구나, 속죄하는 길은 끝까지 용산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때 깨달은 게 그동안 허공에서 30㎝ 떠서 정치를 했다는 반성이었다. 땅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국회 노동위원회를 자원했고 노동 현장을 다녔다. 그리고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새로운 길을 발견했고 이는 신념과 철학이 됐다. 당헌에 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지만 실현하려다 좌절됐다.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모두 가져갔다. 상대 장수에게 깃발을 뺏긴 셈이다. 그런데 선거 이후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깃발은 쓰레기통에 쳐박혔다. 국민모임 신당은 이 깃발을 다시 세우겠다는 것이다. 적어도 야당에서 경제민주화의 저작권은 정동영에게 있다.(웃음)”

- 내년 총선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우선은 신당 창당과 좋은 인물 발굴에 주력하겠다. 호남권 30여명 현역 국회의원과 맞설 수 있는 인물을 발굴하겠다. 수도권을 포함해 최소한 100명 이상 후보를 찾겠다. 기회주의적인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될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과 접촉하며 좋은 후보를 준비하겠다. 개인적으로 전주 출마를 권고하는 지역여론을 접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계획이 없다.”

/임병식 기자 

 


"상위1% 부자, 합당한 세금 납부해야…세수 확보 위한 세금 혁명 이뤄낼 것"


△취재 후기

정동영에 대한 전북도민들의 감정은 복잡하다. 애정과 비판이 함께한다. 그런 까닭에 그는 언론에게 마르지 않는 샘물같은 뉴스메이커다. 흔한 말로 잘 나갈 때는 물론 침잠할 때조차 뉴스가 된다. 인터뷰는 오래 전 요청했지만 해를 넘겨 성사됐다. 오랫만에 마주한 얼굴에서는 새로운 길을 나서는 설렘과 날선 긴장이 함께 느껴졌다. 친노그룹에는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간 상처가 간단치 않다는 반증이다. 문재인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평가하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도 “전면전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세제 개혁에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확한 수치를 들며 논리정연하게 풀어냈다. 그와 인터뷰를 하다보면 한 마디도 버릴 게 없다는데 매번 놀란다. 호남정치 복원이 정 전 의장의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지역을 볼모로 잡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곤 “다른 길을 가는 것이다”는 말로 우회했다. 정동영의 변화를 믿어도 되느냐고 묻자 적극 응수했다. 세계 금융위기와 용산참사를 통해 “허공에 뜬 정치를 해 왔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전북이 신당의 모태가 될 것이다”며 확신했다. 그러면서 “광야에 섰다. 없는 길을 만들려 한다. 정권교체에 기여함으로써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당부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를 입에 올리며 서민 정당을 내세웠다. “상위 1% 부자가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말한 오바마 대통령과 부자 증세운동을 주도한 워런 버핏을 들며 “왜 한국에는 오바마처럼 말하는 대통령이, 워런 버핏같은 부자가 없느냐”고 반문했다. 자신에 대한 질책으로도 읽혔다. 루쉰은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고 했다. 그가 가는 길이 새로운 길이 될지 기대된다.

 

출처 : http://www.s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483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