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이 아니라 평화공존이 답이다.]
연변대 초청으로 한-중관계와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특강과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늘 중국에 갑니다. 미국에 베팅하라는 미국의 강한 요구와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중국의 거친 대응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대한민국의 생존 번영 전략은 어디서 찾을 것인가 하는 고민은 우리 모두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해답의 실마리는 나와 있습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을 만난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미국은 중국과 충돌을 원치 않는다. 2)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 3)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려 하지 않는다. 4)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5)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함없이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외교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세계전략은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 봉쇄하는 데 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정에 따라 전략과 정책은 얼마든지 유연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이 중국에 밝힌 내용은 탈중국(decoupling) 강압 노선을 접고 위험완화(derisking)의 유화노선 방향으로 대중국 전략을 수정한 미국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히로시마 G-7정상회의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조만간 미-중간에 해빙이 되는 것을 보게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윤정부 출범이후 한미일 동맹노선 추구와 중국 때리기로 질주해 온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대중국 정책 선회에 어떻게 대응 할 것인가? 해답은 나와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이 시진핑 주석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주어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꾸면 됩니다.
1)한국은 중국과 충돌을 원치 않는다. 2)한국은 신냉전에 편승하지 않는다. 3)한미일 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려 하지 않는다. 4)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5) 하나의 중국 원칙을 변함없이 존중한다.
위 5가지 원칙은 상식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것들입니다. 외교채널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천명한다면 그동안 분별없이 대만-중국 양안 문제에 간섭해 한-중 갈등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국익 손실을 자초했던 자해외교를 수습하고 다시 한중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 1954년 저우언라이 총리가 발표했고 지난 70년 동안 중국의 대외정책 기본노선으로 밝혀온 '평화공존 5원칙'은 오늘의 한-중관계와 한반도의 미래에도 핵심적인 원칙이 될 것입니다.
1)영토와 주권에 대한 상호 존중. 2)상호 불가침. 3)상호 내정 불간섭. 4)평등과 호혜. 5)평화공존 5원칙은 시진핑 주석이 천명한대로 21세기 국제관계의 기본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베팅이란 말은 도박 경마 주식 등에서 쓰이는 말입니다. 지난 2천년 지정학의 비운을 체득한 한국의 생존 번영 전략은 베팅에 있지 아니합니다. 베팅이 아니라 평화공존이 해답입니다. 남북 평화공존은 동북아의 신냉전을 늦추거나 막아줄 완충대가 될 것입니다. 한-중 평화공존은 양국의 이익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전략요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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