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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초등학교 6학년 승아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오늘,,.아니 12시가 넘었으니 벌써 어제의 일이 되었네요.
어제, 저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을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승아의 마음을 받았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유세를 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저를 반갑게 맞아 줍니다.
유세가 끝날때까지 저를 기다리고, 제 이름을 외쳐줍니다.
"정동영이다" 라고 외치며 뛰어오는 아이들,
싸인해달라고 저 멀리서부터 흰 종이와 펜을 챙겨들고 오는 학생들,
함께 사진찍어달라고 하면서 수줍게 입을 가리며 웃는 여고생들...

오늘은 꼬깃하게 접어진 편지지 안에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
그리고 화이팅을 외치는 그림이 담긴 편지를 건네 준 친구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승아랍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저에 대해서 참 많이 알고 있더군요.
제가 대통령 후보였던 것도 알고, 현재 국회의원 후보인 것도 알고
기호 8번인 것 까지 알고 있네요...
요즘 초등학생들은 저희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었으면 팍팍 밀어 줄텐데..."라는 마지막 문장을 보니
입가에는 웃음이, 눈가에는 눈물이 살짝 번집니다.

제가 이런 순수한 어린이들의 마음에,
그리고 이런 소중한 아이들을 금이야, 옥이야 기르고 있는 부모님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닌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가 제 개인의 패배가 아닌
전주시민과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게 상처를 남기는 일이 되어 죄스러움을 느낍니다.  
죄송하다는 짧은 말로 어떻게 그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죄송하다고 백번, 천번을 말해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시민들께서는 저를 두팔로 안아주셨습니다.
제 손을 꼭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는 시장 안 국밥집 할머님,
안타까운 눈빛으로 "우리는 정동영 뿐이야"라며 등을 두드려주는 신발집 사장님,
정성껏 편지를 써서 손수 건네주는 초등학교 6학년생 승아까지...
제가 살아가는 이유, 정치를 하는 이유가 되어 줍니다.
전주에서 꼭 이겨야 하겠다는 이유가 되어줍니다.

정치가 무엇인지 수많은 정의와 수식어가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 얻느냐가 각기 다른 것이겠죠.

하지만 사람의 마음만큼 얻기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오늘 저는 그 마음을 얻은 것 같아 행복합니다.
승아양의 순수한 마음이 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
가장 큰 힘이, 버팀목이 되어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