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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대한민국에 광주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5. 18 광주민주화운동 29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숨져간 열사들의 영령과 유가족들의 아픔 앞에 다시한번 머리숙여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대한민국은 이 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딛고 전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09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이하는 저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참담합니다. 광주묘역에서 참배를 하며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에 차마 영정들을 바로 보지 못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은 ‘자유’와 ‘희생’입니다.

‘자유’는 지향이었습니다. 서슬퍼런 군부독재의 총칼에 항거하며 인간이 인간으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얻기 위한 몸부림이었습니다. 생각을 나눌 권리, 그 생각을 행동할 권리, 그 행동을 넓힐 권리, 이 모든 인간의 자유를 향한 절규였습니다.

‘희생’은 방식이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며 투쟁할 때의 숭고함은 그 어떤 가치도 뛰어넘습니다. 80년 광주는 숭고함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저는 기자 신분으로 광주 현장에 있었습니다. 시민군은 정연했고, 시민들은 환호했습니다. 자치와 자율의 현장이었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고 희생하는 모습에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80년 광주에서 올려졌던 ‘자유’를 위한 ‘희생’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권력이 국민들의 눈과 귀와 입을 간섭하고 억압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삶을 향한 열망을 짓밟고 지순한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60년 빗장쳐졌던 남과 북이 이제 막 빗장을 열려던 찰나, 더 큰 빗장이 쳐지고 있습니다. 경제가 무너지고, 남북관계가 무너지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 책임의 한가운데 저 정동영이 있습니다. 죄스럽습니다. 항상 빚진 자의 마음입니다.

그러나, 책임을 느낀 순간이 또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평화민주개혁세력은 이제 다시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진취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반성을 통해 시대를 탈바꿈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작동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새로운 진보의 기치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진보는 우리 한민족 8천만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아울러 시대적 과제인 분단 문제를 우리 시대 안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의 의지로 해결하는 두 가지의 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삶의 질의 향상과 분단의 해소가 새로운 진보의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에 광주정신을 되살리는 길입니다.

80년 광주에서 첫 돌을 들었던 평범한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친구들은 자신들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평범한 돌들이 모여, 그 피와 땀들이 모여 광주의, 대한민국의 거대한 역사를 만들어냈습니다. 광주의 정신은 역사의 올바른 방향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나아가려는 새로운 진보의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속에 도사리고 있는 두려움을 털어냅시다. 그것이 바로 역사를 지키는 길입니다.

2009년 5월 18일

국회의원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