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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조세형 고문 영결식 조사] 사랑하고 존경하는 조세형 대표님께


이제 더 이상 뵐 수도 음성을 들을 수도 없음이 슬픕니다.
오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하늘도 슬퍼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표님의 몸은 떠났어도 맑고 향기로운 영혼과 대표님의 따뜻한 인간미는 오래오래 남아 사람들의 가슴속을 훈훈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한국 현대 언론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신 대표 언론인이셨고 한국 현대 정치사에 곧고 바른 길을 일관되게 걸으셨던 대 정치가이셨고 초창기 기독교 역사 속에 이곳 금산교회를 세운 조덕삼 장로님의 핏줄을 이어받은 굳은 믿음을 가진 신앙인이셨던 조세형 대표님-.

당신이 떠나신 날은 슬프지만 이 험한 세상을 한 치도 흐트러짐 없이 올바르고 바른 걸음으로 아름답게 살다 가신 모습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 자랑스럽습니다.

조세형 선배님은 후배인 제게 인생의 사표(師表)이셨습니다.
언론인 조세형- 그 이름 석자는 따르고 싶은 거목이었고 자부심이었습니다.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정치가 조세형 - 그 이름 석자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 였고 민주주의의 수호명이었으며 믿음과 의지의 언덕이었습니다.

미약한 후배를 진심으로 아껴주셨고, 걱정해 주셨던 선배님이 떠나신 것이 제게는 울타리가 넘어진 것과 같았습니다. 가슴이 시리고, 머릿속이 멍멍할 따름이었습니다.


제가 미국에 있을 때 그래도 귀국해서 출마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면 당에서 안 받아 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단단한 의지를 갖고 원내에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던 선배이셨습니다. 선거 막바지 전주에 내려오셔서 아파트 단지에서 연설하고 있던 저에게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셨던 자상하고 따뜻한 선배님이셨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쓰러지시기 나흘 전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을 모셨습니다. 식사 내내 유쾌하셨고 맥주도 두어잔 곁들이셨습니다. 특유의 유머로 후배들을 즐겁게 해주셨습니다. 다음 날은 노대통령 영결식 장에서 뵈었습니다. 침통한 모습의 피로한 기색이 보였고 저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 다음날, 토요일 대표님을 곁에서 오래 모셨던 박광순 보좌관 결혼식장에서 축사를 하시면서 50이 넘은 총각신랑에게 “조금 늦었지만 아주 늦은 총각은 아니다”고 말씀하셔 하객들을 폭소하게 만드셨습니다.

피로연 자리에서 얼굴 색이 붉으신 것을 보고 어떤 분이 약주를 많이 하셨냐고 물었을 때 별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그리고나서 제가 먼저 자리를 뜰 때, 따뜻한 눈빛으로 어서 가보라고 하시던 말씀이 마지막이 될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오늘 아침 영결식 예배에 참석하셨던 이용희 부의장께서 한 마디 던지셨습니다.

“착하고 올바르게 살아온 인물이야”

이렇듯 살아남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조세형 선배님을 아름답게 기억합니다. 하나님께서도 선배님의 손을 잡고 천국의 문으로 인도하셨을 것입니다.

목사님의 설교말씀처럼 조세형 대표님은 이 순간 하나님 나라 천국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 계실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남아 있는 가족들아. 서로 의지하고 화목하여 사랑하거라.
내가 너희를 위해 날마다 기도하리라"
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선배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 6. 20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