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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개성공단이 한반도의 희망입니다.

 남북 당국에게 개성을 살리고 한반도를 살릴
‘개성 분리 선언’을 촉구합니다.


한반도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핵문제는 해법을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겪고 있습니다. 남북 대화가 중단된 지 오래되었고, 교류협력의 문들도 하나하나 닫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개성공단만 남았습니다. 개성의 문이 닫히면, 한반도 평화를 향한 마지막 문도 닫힙니다. 한반도는 다시 어두운 냉전의 시대로 복귀할 것입니다. 꺼져가는 개성의 운명, 다시 말해 한반도의 미래가 닫히는 것을 이대로 지켜볼 수 없습니다.

개성이 문을 닫으면 남과 북의 경제적 손실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북한은 4만 명의 개성 근로자의 일자리를 잃을 것입니다. 개성지역의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쪽의 손실은 이보다 훨씬 큽니다. 2008년 기준으로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2억 5천만 달러입니다. 2005년부터 2009년 3월까지 누적 생산액은 5억 8천만 달러입니다. 여기에는 원료와 자재, 부품의 비용이 빠져 있습니다. 가공공정만의 생산액 기준이 아니라, 전체공정을 고려한 매출액기준으로는 그 10배가 됩니다. 다시 말해 연간 매출액 30억 달러, 누적 매출액 60억 달러가 날아가는 것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입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105개 기업이 진출해 있지만, 대부분의 원자재와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협력업체, 부품생산 업체까지 포함하면, 2600여개 업체가 관련되어 있고, 7만 5천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개성 공단이 문을 닫으면 모두 파산하고 일자리를 잃겠지요!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중소기업의 희망입니다. 신발, 봉제, 의류, 노동집약적 중소기업들은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중국에서 베트남에서 인도에서 경쟁력을 잃고 마지막 출구로 찾은 곳이 바로 개성입니다. 개성의 문이 닫히면, 한국 중소기업의 희망도 사라지게 됩니다.

남과 북의 당국은 개성을 살리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개성을 정치군사적 대립의 인질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물론 개성은 남북대화와 교류협력의 상징입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성공단은 6.15 공동선언으로 시작되었고, 10.4 합의로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6.15와 10.4를 파기했기 때문에 현재 개성공단의 위기가 초래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악화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관계와 개성공단을 분리 접근해야 합니다. 그것이 현재의 남북 대결상황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남과 북은 최소한 개성공단을 열어 두어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성접촉이 실낱같은 희망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서로가 폐쇄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귀머거리 대화’ 방식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남과 북 모두 개성공단은 살리겠다는 진정성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임금, 토지임대료 등 이런 기술적인 쟁점들은 진정성이 있으면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진정성이 없는 만남은 불신만 쌓을 것입니다.

남과 북 모두 역사를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고, 이대로 개성의 문이 닫히면, 훗날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개성만은 살리겠다.’는 개성 분리 접근을 촉구하며,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등불이 꺼지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2009. 6.  21

정 동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