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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의 말과 글

대안을 내는 정치를 해야 한다


"대안을 내는 정치를 해야 한다.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재개발,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

--- 정진석 추기경님을 만나뵙고 나서


오늘 명동에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집무실에서 정진석 추기경을 만나 뵈었습니다.
40여분 간 용산참사 문제, 재래시장 문제 등 참 많은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어 글 올립니다.


추기경께서는 지난 19일 가재울 뉴타운 사업으로 철거위기에 놓여있는 가좌동 성당을 방문하셔서 ‘돈’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재개발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일침을 놓으신 바 있습니다.

오늘도 화제는 단연 용산참사 문제와 재개발 문제였습니다.

재개발은 제도의 문제입니다. 지금 재개발을 하는 곳 마다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재개발의 과정에서 누군가 폭리를 취하기 때문에 폭력을 써서라도 그 일을 추진하려는 것입니다. 재개발을 추진하는 주최는 떼돈을 벌기 때문에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쫓겨나는 사람들은 생활의 기반을 모두 뜯겨버리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불의입니다. 제도적으로 고쳐야 합니다. 제도를 고치는 일을 하는 곳이 국회 아닙니까? 정 의원이 잘 해야 됩니다.”

용산 참사 현장을 방문하고 유가족들을 찾아뵈면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소유권과 개발권을 분리하여 개발이익의 일정부분을 개발로 인해 피해를 겪게 되는 분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당일 때 했어야 되는데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리며 내용을 설명드렸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잘 알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되지 않습니까. 망설이지 마십시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행하고 불쌍한 사람들은 바로 용산참사 유가족들입니다. 용산구청이나 서울시 등 책임져야할 모든 사람들이 위만 쳐다보며 지쳐 떨어질 때까지 내버려두겠다는 심사입니다. 누구도 해결의지가 없고, 누구도 그분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데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이 힘이 되어 주시고 위로를 하고 계십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공동체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해야 합니다.”란 한 말씀이 무게있게 다가왔습니다.

다음 주제는 재래시장과 골목상가의 문제였습니다.
추기경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전국의 재래시장과 구멍가게들이 망가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골목의 상가와 가게는 초토화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 지금 빈민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피눈물을 누가 닦아 주겠습니까. 대안을 내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분들의 피눈물을 닦아 줘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몇 년전 재래시장특별법을 만들어 재래시장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 바있습니다. 최근 공룡슈퍼가 등장하면서 추기경님 말씀처럼 골목상가들이 초토화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지금 국회에는 이런 공룡슈퍼들의 입점을 제한하기 위한 법안이 여러 개 상정되어 있는데 속도를 못 내고 있습니다. 하루 속히 처리하기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두 번, 세 번 강조하신 말씀은 “대안을 내는 정치를 해야 한다.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슴에 새겼습니다.

지난 3월 귀국 직후 안부 인사차 찾아뵈었으니 4개월만이었습니다. 당시 아브라함과 모세, 그리고 다윗을 이야기한 저서를 주셨는데, 오늘은 지금 출간을 준비하고 계신 명상록 “햇빛 쏟아지는 언덕에서”도 주시겠다고 약속해주셨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기 전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추기경님에 대해 보수적이시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나름대로 변호를 해왔는데, 최근 재개발은 ‘돈’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참 반가웠습니다. 천주교 신자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추기경님을 존경할 것입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귀한 가르침 주시길 바랍니다."